프로이트 고전 재해석한 정주리 신작 '도라', '부산국제영화제' 상륙

김도연·안도 사쿠라의 강렬한 호흡… 10월 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서 국내 첫 공개

사진=쏠레어파트너스, ㈜에피소드컴퍼니 제공
사진=쏠레어파트너스, ㈜에피소드컴퍼니 제공

정주리 감독의 신작 영화 '도라'가 제79회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이어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국내 관객과 만난다. 칸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도라'는 프로이트의 유명한 '도라 사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김도연과 일본 배우 안도 사쿠라의 만남으로도 주목받았다.

'도라'는 서울을 떠나 한여름 바닷가 별장으로 향한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알 수 없는 병을 앓고 있던 도라는 낯선 해안 마을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처음으로 사랑을 경험한다. 이후 사랑을 통해 삶의 감각을 되찾는 순간, 주변의 관계와 감정이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한다.

영화는 지난 5월 17일 제79회 칸영화제 감독주간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첫 공개됐다. 정주리 감독에게는 2014년 '도희야'의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2022년 '다음 소희'의 비평가주간 폐막작에 이은 세 번째 칸 초청이다. '도라'까지 세 편의 장편 모두 칸영화제에서 공개되면서 정주리 감독은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 가운데 한 명으로 다시 한번 존재감을 드러냈다.

영국의 영화 전문지 스크린 데일리(Screen Daily)는 '도라'를 "열병에 걸린 듯한 한국 심리극"으로 소개하며 김도연의 연기를 눈여겨봤다. 다만 137분에 달하는 러닝타임과 복잡하게 얽히는 관계, 다소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지적하며 과도하고 긴 멜로드라마라고 평가한 부분도 있었다. 특히 LGBTQ+를 둘러싼 주제와 인물들의 관계가 해외 관객에게는 다소 난해하게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언급했다.

하버드 크림슨은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매체는 '도라'가 프로이트의 1900년 사례 연구를 바탕으로 여성의 욕망과 억압, 사랑과 자기 회복의 문제를 풀어낸다고 분석했다. 특히 김도연의 연기가 도라의 취약성과 순수성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며, 여성의 목소리가 역사적으로 제대로 들리지 않았던 현실을 영화적으로 환기한다고 평가했다. 정주리 감독이 동성 간 사랑과 한국 사회의 편견, 일본인으로 한국에 살아가는 나미가 경험하는 차별까지 함께 끌어낸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해외 평가를 종합하면 김도연과 안도 사쿠라의 연기 호흡, 프로이트의 고전적 사례를 여성의 욕망과 자기 회복이라는 현대적인 주제로 옮겨온 정주리 감독의 시도가 '도라'를 바라보는 주요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주연을 맡은 김도연의 도전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룹 아이오아이(I.O.I) 출신인 김도연은 가수 활동 중에 드라마와 영화로 연기 영역을 넓혀왔다. 신체적·정신적 상처를 지닌 인물을 연기하면서 해외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나미 역의 안도 사쿠라는 일본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렸고, '괴물'에서도 복합적인 감정선을 지닌 어머니 사오리를 연기했다. 일본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 등을 비롯해 여러 연기상을 받은 배우로, '도라'를 통해 한국 영화에 처음 출연하며 한국어 연기에도 도전한다. 칸 현지에서도 김도연과의 호흡이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정주리 감독은 2007년 단편 '영향 아래 있는 남자'로 부산국제영화제 선재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렸고, 2014년 장편 데뷔작 '도희야'로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됐다. 이어 '다음 소희'로 노동 현실을 다루며 사회적 문제를 개인의 감정과 시선으로 풀어냈다. 성균관대학교 영상학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영화 공부를 했으며, 한예종 재학 시절 이창동 감독의 지도를 받았다.

정주리 감독과 부산국제영화제의 인연도 오래됐다. 2007년 첫 단편으로 선재상을 받은 데 이어 2014년 '도희야', 2022년 '다음 소희'에 이어 '도라'까지 장편 세 편이 연속으로 부산을 찾게 됐다. 칸과 부산이라는 국내외 주요 영화제를 통해 꾸준히 작품을 선보여 온 정주리 감독의 세 번째 장편이라는 점에서도 이번 초청의 의미가 있다.

'도라'는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국내 관객에게 처음 공개된다. 10월 8일 영화의전당 루프씨어터 야외무대인사를 시작으로 기자시사와 갈라 프레젠테이션 기자회견, 일반상영 및 관객과의 대화를 이어간다. 첫 일반상영은 10월 9일 낮 12시 10분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진행되며, 14일 오후 6시 30분에는 정주리 감독이 참석하는 관객과의 대화가 마련된다.

칸에서 독창적인 발상과 배우들의 열은으로 주목받은 '도라'가 부산에서는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지 관심이 쏠린다. '도라'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 이후 내년 국내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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