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성이 울리는 전쟁의 한복판에서도 음악을 멈추지 않는 소년의 이야기가 해외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제2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영화 '콩고 보이'는 제79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돼 주연 배우 브래들리 피오모나 뎀비세트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라피키 파리알라 감독의 첫 장편 극영화로, 감독 자신의 난민 경험을 바탕으로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방기에서 살아가는 17세 소년 로베르의 이야기를 그린다.
해외 평단은 '콩고 보이'의 가장 큰 강점으로 전쟁과 난민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비극에만 머물지 않는 시선을 꼽았다. '스크린 데일리'는 "따뜻하고 인간적인 생존의 초상"으로 평가하며, 파리알라 감독이 자신의 콩고 난민 경험을 바탕으로 다큐멘터리적인 사실감과 극영화의 드라마를 결합했다고 평했다.
'시네우로파'는 거칠지만 희망적인 난민 소년의 삶을 따라간다고 평가했다. 로베르가 가족을 부양하고 학업과 음악을 병행하는 와중에 내전의 위협이 일상을 파고들지만, 음악과 청춘의 에너지를 놓치지 않는 점에 주목했다. 다만 익숙한 성장영화의 요소가 있고 후반부가 다소 급하게 마무리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버드 크림슨'은 전쟁영화의 전형적인 접근법을 비튼다고 평가했다. 특히 로베르가 반복되는 좌절 속에서도 음악과 가족을 통해 삶을 이어가는 모습에 주목하며 희망, 용기, 전쟁을 겪는 아이들의 회복력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호평했다.
칸에서의 반응 역시 뜨거웠다. 영화 상영 이후 관객들은 장시간 박수와 환호를 보냈으며, 현지 보도는 마음을 사로잡는 영화로 소개했다. 파리알라 감독은 영화의 음악을 직접 맡은 뮤지션이다. 칸 현장에서 출연진과 함께 노래를 선보이며 작품의 음악적 색채를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콩고 보이'가 해외에서 주목받은 또 하나의 이유는 작품이 파리알라 감독의 실제 삶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파리알라 감독은 1997년 생후 3개월 때 부모와 함께 콩고민주공화국 동부의 전쟁을 피해 중앙아프리카공화국으로 이주했다. 이후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전쟁이 벌어졌고, 부모가 신분증 문제로 체포돼 수감되면서 네 명의 동생을 홀로 돌봐야 했다. 영화 속 로베르가 처한 상황과 상당 부분 겹치는 경험이다.
감독은 해외 인터뷰에서 영화 속 음악 경연 대회 역시 자신의 경험에서 가져왔다고 밝혔다. 실제로 음악 경연에서 우승한 뒤 그 상금으로 부모의 보석금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1인칭으로 시나리오에 옮겼지만, 공동각본 작업을 거치며 이를 로베르라는 인물의 3인칭 이야기로 발전시켰다고 설명했다.
음악에서 영화로 영역을 넓힌 과정도 독특하다. 파리알라 감독은 먼저 래퍼이자 뮤지션으로 활동했으며, 2017년 방기에서 진행된 다큐멘터리 영화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영화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장편 다큐멘터리 '우리 이름은 학생'을 연출했고, 2022년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됐다.
파리알라 감독은 시나리오를 완성한 뒤에도 배우가 자신의 말과 감정을 가져올 수 있도록 즉흥연기의 여지를 남겼다고 설명했다. 특히 실제 방기에서 촬영하며 예상하지 못한 자연스러운 순간들을 영화에 담아냈다고 밝혔다.
주연 배우 브래들리 피오모나 뎀비세트의 연기는 파리알라 감독의 신념과 맞물렸다. 브래들리는 전문 배우가 아닌 방기의 한 고등학교에서 캐스팅된 신인으로, 로베르와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감독과 함께 캐릭터를 만들어가며 일부 장면에서는 즉흥적으로 대사를 발전시키기도 했다.
파리알라 감독은 영화의 핵심을 '희망'으로 설명한다. 그는 칸 인터뷰에서 난민은 스스로 선택해서 난민이 된 것이 아니며, 난민 역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꿈꿀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아프리카 내에서 다른 아프리카 국가로 이동한 난민들이 국제적인 관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다는 점에도 목소리를 냈다.
또한 감독에게 방기는 단순한 영화의 배경이 아니다. 자신의 도시이자 집이라는 이유로 반드시 방기에서 촬영하고 싶었다고 밝혔으며, 다음 작품 역시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촬영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콩고 보이'는 전쟁과 난민이라는 참혹한 현실을 배경으로 하지만, 그 중심에는 가족을 돌보고 음악을 꿈꾸며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려는 한 소년이 있다. 해외 평단이 주목한 것도 결국 그 안에서 끝내 삶과 꿈을 포기하지 않는 한 소년의 얼굴이다. 중앙아프리카 영화가 세계 영화계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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