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후기] 톰 크루즈 열심히 달렸지만…야심만 가득했던 '디거' 쿠키 영상은?

기후 위기 다룬 풍자극, 영화적 쾌감으로 승화시키지 못한 아쉬움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제공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제공

석유 재벌과 기후 위기, 미국 정부의 방관과 이익 계산 등 영화 '디거'가 노리는 기획 자체는 그럴듯하다. 톰 크루즈를 노인 재벌로 변신시키고, 이냐리투 감독이 만든 블랙 코미디라니 기대할 조건도 충분하다. 안타깝게도 이 영화는 이냐리투의 실험적 연출과 톰 크루즈의 파격 변신에만 의미를 둬야 할 것 같다.

가장 큰 문제는 풍자하려는 의지는 가득한데 웃기지 않는다는 점. 메시지는 분명히 옳지만 정작 중요한 풍자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석유 재벌의 탐욕과 미국 정부의 오만과 나태, 미국 정치인들의 손익 계산, 기후 재난을 두고 책임 회피하는데 급급한 관료들 등등 전부 맞는 말인데, 이미 관객들에게 익숙한 풍경들이다. 이 소재를 새롭게 하려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비열하거나 권력의 논리가 기가 막히게 자기모순적이어야 한다. '디거'의 대사들은 목소리는 크고 요란한데 자극적이지 않고, 너무 익숙하다.

이 영화를 두고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를 떠올린다고 하지만, 이 작품의 캐릭터들은 자기 논리 안에서 지극히 합리적이고 진지하다. 비정상적이거나 대수롭지 않은 일을 합리적인 줄 알며 진지하게 말하는 정치인들을 상상하면 된다. 그렇게 자기 혼자만 진지한 정치인들 때문에 우리들도 간혹 냉소를 보내거나 불안하지 않은가. 반면 '디거'의 권력자들은 그런 선을 넘지 않으면서 무난하게 행동하고 있다. 겉은 과장되게 행동하는데 생각보다 평범해서 풍자가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영화는 예고편에서 보여주지 않은 설정을 보여주는데, 반전을 꾀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이 설정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디거와 권력자들의 모습이 완전히 다른 의미로 보였어야 한다. 갑작스러울 수는 있으나 어차피 과장된 캐릭터들 때문에 반전의 장치로 통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이 설정이 영화의 기획을 관통하는 의도일 수는 있으나, 스포일러를 피해야 할 정도의 반전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트럼프 정부에 대한 풍자라는 해석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울 수 있지만, 이것 역시 직설적이지 않아서 오히려 문제인 것 같다. 보편적인 풍자는 종종 강력하지만, 대중적 분노를 건드리는 듯하면서 어느 하나도 깊게 파고들지 못하면 아무 의미도 남지 않게 된다. 독설을 퍼붓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어느 권력자도 아프지 않을 것 같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톰 크루즈와 이냐리투의 실험적 작품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 같다. 톰 크루즈는 욕심쟁이 노인 디거 록웰로 완벽히 변신해서 자신만의 쇼케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스타의 존재감을 드러내면서도 권력 시스템 전체를 장난감처럼 만들어 버리는 혼신의 연기를 펼쳤다. 그 결과 '배우들은 정말 열심히 했다'라는 칭찬이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말이다.

'디거'는 실패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용감해 보이지도 않는다. 이 정도 규모와 이 정도의 스타가 출연해서 기후 재난을 광기 어린 풍자극으로 만들려 했다는 야심은 반갑지만, 영화적 쾌감으로 바꾸지는 못했다. 풍자는 관객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고, 흥미가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지루해서는 안 된다. 코미디인데 안 웃기고, 배우들은 분명히 열심히 하는데 흥이 안 난다고 말해도 이상할 게 없다. 자기모순에 빠진 권력자들에게 보낼 만한 야유 하나도 찾지 못했다는 점에서 많이 아쉬운 영화다.

영화 '디거'는 오는 3일 개봉하며 엔딩 크레디트 이후에 나오는 쿠키 영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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