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짜 벨제붑의 노래'는 추석 명절에 무난하게 흥행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길을 선택했다. 친구의 배신으로 죽음의 위기를 넘긴 주인공이 스승님을 만나서 복수한다는 내용은 시대와 국적을 불문하고 통하는 스토리다. 다만 주인공이 복수를 실행할 준비가 끝난 이후부터는 예측 가능한 길로 가고 있어서 다소 심심한 구석은 있다.
이 영화에서 주목할 부분은 노재원이 연기한 악당 박태영이다. 이 남자는 세상을 노력과 계산으로 이해하려는 사람으로, 머리도 좋고 사업을 키울 능력도 있는 사람이다. 학창 시절부터 친구인 장태영(변요한)에게 늘 행운이 따라붙는다고 믿으면서 그를 시기하고 있었다. 장태영이 우산을 들고 오면 비가 올 정도로 운이 좋았다는 이 객관적이지 않은 주장만 보더라도 얼마나 시기하고 질투했는지 알 수 있다. 질투가 심해지면 상대의 성취를 실력으로 보지 않고, 전부 부당한 특권처럼 보이기 마련이다.
여기에 종교에 빠진 어머니의 가혹한 폭행으로 세상을 이분법적 사고로 보게 됐다. 장태영의 누나를 짝사랑하게 되면서 친구에 대한 패배감은 더 짙어지고, 결국 본인 인생의 균형을 맞추려면 친구를 제거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렇게 친구를 제거했다고 믿고 사업도 혼자 다 먹었지만, 세상이 원하는 대로 굴러갈 리가 없다.

박태영은 꽤 익숙한 악역인데, 노재원이 연기하면서 특별해졌다. 성실한 창업자에 착하고 머리 좋은 친구처럼 보이지만, 감정을 참지 못하고 터져 나오는 표정과 말투가 꽤 불쾌하고 무섭다. 노재원이 단순히 눈을 부라리고 소리를 질러서가 아니라, 자신이 정당하다고 믿는 마음이 얼굴에 꽤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장태영에 대한 시기가 피해의식으로 발현한 것을 노재원이 잘 잡아낸 것도 있지만, 감정의 방향이 한 번에 읽히지 않는 특유의 표정 연기가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노재원이 연기하는 악당은 그런 면에서 차별화가 있다. 전형적인 빌런은 무대에서 매혹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 악당이 된 노재원은 학교나 직장에서 실제로 만날 법한 캐릭터다. 자기 뜻대로 안 되면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여서 가까이하기 싫은 그런 사람 말이다. 이런 사람은 사실 영화에서 총을 쏘는 악당들보다 더 불쾌하고 무서울 수 있다.
영화는 이런 박태영의 삐뚤어진 신념을 잘 활용한 편이다. 결말에서도 장태영의 운을 탓하던 자신을 스스로 배신한 셈이 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그렇게 미워하는 친구였는데, 친구가 가진 그 행운을 소유하고 싶은 지경까지 왔으니까. 어쩌면 모든 것을 '운'으로 따지며 세상을 계산하려 드는 사람들의 자화상일 수도 있다.




장태영의 복수 실행이 가능한 시점에서는 다소 심심할 수밖에 없다. 계획이 선명해 보여도 재미는 있을 수 있지만, 그 과정이 크게 정교하지 않았다. 복수극에는 누군가 대가를 치르거나 하면서 감정적인 대가가 쌓이기 마련인데, 영화는 이런 과정을 설득력 있게 쌓아 주지는 않는다. 쉽게 공조하고 쉽게 속아주고 있어서, 어느샌가 전개가 밋밋해진다.
이번 타짜 신작은 치밀하게 계획된 복수극보다는 복잡하지 않게 무난한 전개로 흥행을 유도한 영화다. 장태영이 포커의 고수가 된 이후로 초반의 그 밀도 높은 감정이 사라진 점이 아쉽지만, 복수극의 가장 안전한 문법을 충실히 따른 작품이다. 의도적으로 욕심을 덜 부린 게 장점이 될 수 있으니까. 추석 명절에 가볍게 팝콘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꽤 괜찮은 포지션을 노린 셈이다.
영화 '타짜 벨제붑의 노래'는 오는 23일 개봉 예정이며, 쿠키 영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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