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닷가로 추락한 비행기와 상어들의 습격은 이미 '노 웨이 업(2024)'에서 봤던 설정이었다. 멕시코 휴양지로 가던 비행기가 엔진 문제로 바닷속으로 추락하고, 단 7명만이 생존한 상황에서 물이 점점 차오르며 상어들의 습격까지 받는 것이다. '딥 워터'는 이러한 설정을 더 잔혹하고 살벌하게 밀어붙인 업그레이드판이다. 바다에 추락한 여객기와 상어 떼의 습격이라는 뼈대는 같지만, 비행기 추락부터 재난 영화의 클라이맥스로 만들었다. 좌석이 뜯기고 동체가 날아가고, 무거운 짐이 흉기가 되어 버리는 아비규환은 꽤 리얼해 보여서 지금도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딥 워터'는 거의 재난 공포에 가깝다. '노 웨이 업'처럼 생존 퍼즐처럼 전개되지 않는다. 선하거나 유능해 보이는 사람들도 가차 없이 죽이니 말이다. 수면 위로 점점 떠오르는 상어의 시점들은 생존에 대한 기대를 걸 틈이 없게 만든다. 일부 캐릭터들은 '노 웨이 업'의 생존자들과 겹쳐 보여서, 생존자들에 대한 관객의 감정을 의도적으로 배신한다.
다만 후반부는 다소 논리적이지 못하다. 구조 요원들의 행동이나 부모에게 가겠다고 자꾸 이탈하려는 소녀는 상어의 위협을 만들기 위한 작위적인 장치로만 보인다. 보통 이런 영화들은 합리적이지 못한 사람들 때문에 위기가 생기고 민폐 소리를 듣는데, '딥 워터'도 그런 고질병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한 모습이다. 누가 봐도 주인공인 부기장이 아이를 구하기 위해 상어 떼가 있는 바닷속으로 뛰어들어가는 모습도 그러하다.
중국 E스포츠 선수와 미국의 흑인 선수의 관계 역시 인위적이긴 마찬가지다. 국적 갈등을 뒤집고 우정을 만드는 일은 좋지만, 비교적 쉽게 서로를 구하면서 이해하게 만드는 아주 흔한 구도다. 게다가 시신마저 낚아채가는 상어들이 유독 이들 앞에서 얌전해진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물론 상어들이 공격하기 전에 살피는 행동은 자연적으로 증명된 장면이긴 하지만, 그전까지 보여준 광란의 사태를 생각하면 맥 빠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상어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갈 문제는 있다. 레니 할린은 상어들을 그저 포식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들을 피해 산호초 주변에 머문다는 설정을 가져왔다. 그러니까 상어들 입장에서는 인간들이 침입자들인 셈이다.




영화를 보면 상어보다 진짜 '재난'에 가까운 인물이 나온다. 이 이기적인 인간이 비행기 추락의 숨은 원인 제공자인데, 이후에도 여러 민폐를 저지른다. 꽤 노골적이라서 화가 나기도 하는데, '다이하드2'의 그 민폐 경찰관과 많이 비슷하다. 레니 할린의 영화들을 보면 인간의 이기심으로 위협을 만드는 경우가 꽤 있으니까.
부모를 잃은 소녀는 좀 애매하다. 부모를 찾겠다며 자꾸 이탈하는 행동은 충분히 이해는 할 수 있지만, 영화가 그런 행동으로 피로가 점점 누적되면 곤란해진다. 부기장이 소녀를 구하려는 장면을 만들기 위한 장치로 보여서, 이 또한 인위적이고 재난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 간헐적으로 깨지게 된다.
그래도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와 희망을 보여주는 결말은 나쁘지 않다. 누군가에게는 비행기 사고가 가장 큰 불행이겠지만, 부기장처럼 이미 상실의 아픔을 겪은 사람이라면 이후에 받아들이는 감정은 크게 다를 수 있다. 살아남아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이 끝내 목숨을 잃은 장면도 더 아프게 다가온다. 이러한 불균형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다. 영화가 단순히 성공적인 구조로 끝났다면 평범한 재난 영화가 됐겠지만, 이러한 감정들을 남긴 덕분에 '살아남는다는 것'의 의미를 더 고심하게 된다.
'딥 워터'는 논리적으로 구멍이 좀 있지만, 레니 할린의 감각이 살린 괜찮은 재난 영화다. '노 웨이 업'의 설정을 훨씬 더 잔인하고 감정적으로 밀어붙인 작품이다. 추락 장면은 비행기가 타기 싫을 정도로 정말 무섭고, 상어들의 습격은 '조스'의 공포와 B급 생존물의 감정을 동시에 갖고 있다.
영화 '딥 워터'는 오는 9일 개봉 예정이며 엔딩 크레디트 이후에 나오는 쿠키 영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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