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가튼 아일랜드'는 90년대 영화광이 한 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수다를 떠는 애니메이션이다. 영화뿐만 아니라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친구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을 새우며 이야기하던 시절에 대한 향수이자 그리움이다.
조는 학교에서 외톨이 같은 존재지만, 영화 덕후로서 외롭지가 않다. 라이사라는 새로운 친구가 생긴 뒤로는 드디어 '프레데터'의 아놀드 슈왈제네거와 칼 웨더스가 팔씨름하는 장면도 따라 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조의 동경심을 자극하는 '나칼리'라는 섬도 있다. 할머니가 어릴 적부터 들려준 이 섬은 포털로 통하는 신비로운 세계다.
문제는 조도 라이사도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어른이 됐다는 것이다. 언제까지 덕후로만은 지낼 수는 노릇이니까. 라이사는 여전히 조와 함께 '나칼리'에 대한 동경이 있지만, 이제는 떠날 때를 알고 벌어먹기 위한 새로운 보금자리도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두 사람이 갈등하던 와중에 나칼리로 가는 포털이 열리고, 기억을 잃어가는 '포가튼 아일랜드'의 여정이 시작된다.
'포가튼 아일랜드'는 기억을 잃어버리는 섬으로, 조와 라이사는 이미 이전에 섬에 도착한 날의 기억을 잃은 상태다. 필리핀 설화에서 온 듯한 라우, 번기, 머만, 마낭 등과 만나면서 조금씩 기억을 되찾는데, 여기서부터 영화가 꽤 요란하다. 캐릭터들의 과장된 몸짓과 표정, 일본 애니메이션풍의 빠른 변형이 쉴 새 없이 이어지는데, 뇌절에 가까운 쇼로 보여서 중반까지 다소 피로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이 애니메이션이 모든 관객에게 편한 작품은 아닐 수도 있다. 농담이 끝나기도 전에 다른 농담이 계속 이어지고, 새로운 작화도 쉴 새 없이 나와서 관객들이 감정을 조용히 가라앉을 틈이 없는 것이다. 조와 라이사처럼 영화와 만화 마니아라면 활기차고 대담한 형식으로 보일 수 있겠으나, 어떤 사람들에게는 감정 과잉으로 보일 수 있다. 대신에 중반까지 쌓이는 피로감을 어떻게든 감수한 뒤에는 나름 괜찮은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
조와 라이사는 사실 드림웍스에서 함께 일한 두 감독 조엘 크로포드와 제뉴얼 메르카도의 우정이 반영된 캐릭터들이다. 애니메이션이 끝나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장면에서 두 사람의 우정을 증명하는 귀여운 사진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90년대의 감수성이 살아 있어서, 기억을 잃어버리는 '포가튼 아일랜드'는 꽤 위협적인 장치가 된다.




우리에게도 같은 추억이 있다. 실베스터 스탤론과 아놀드 슈왈제네거, 돌프 룬드그렌 등 80~90년대를 풍미한 액션 스타들과 상상만 해도 신이 나는 영화들을 만들었던 스티븐 스필버그나 조지 루카스 등이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사라진다면 얼마나 큰 비극이겠는가. 영화에는 그런 추억과 친구와의 기억까지 지켜내려는 절박한 심정이 담겨 있다. 이런 감성은 세대를 불문하고 감동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포털로 통하는 기억을 잃어버리는 신비로운 섬. 이 애니메이션은 그러한 상상력으로도 신이 나서 주체를 못 하는 작품이다. 조와 라이사는 그러한 감수성을 잊지 않고 끝까지 지켜주는 캐릭터들로 기능한다. 우리가 노년이 된 이후에도 함께 좋아했던 것들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일종의 약속이랄까. 어떻게 보면 우습고 유치한 흉내를 내며 웃고 울었던 그 시절을 다시 돌아보게 해주는 작품이다.
'포가튼 아일랜드'는 오는 23일 개봉하며 쿠키 영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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