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후기] '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 공포와 유머를 주무르는 잭 크레거의 매직…쿠키 영상은?

잭 크레거 감독, 게임의 스릴과 원초적 공포를 완벽히 이식하다

사진=소니 픽쳐스 제공
사진=소니 픽쳐스 제공

'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은 게임 플레이의 감각을 영화의 리듬으로 훌륭하게 재구성한 작품이다. 최근에 공개한 '모탈컴뱃2'나 추후 공개될 '스트리트 파이터' 같이 팬 서비스를 하는 쪽이 아니었다. 잭 크레거 감독은 공포 영화의 문법을 정확히 읽어내면서도 '레지던트 이블'과 같은 공포 게임에서 나오는 사고방식까지 제대로 짚어냈다.

공포 게임을 하다 보면 테이블이나 기둥을 두고 몬스터와 빙빙 도는 상황이 있다. 테이블이나 기둥을 장애물로 이용해서 몬스터를 따돌리거나 꼼수를 이용해서 물리치는 방식이다. 이런 접근을 영화에 그대로 살린다면 좀 우스꽝스러울 것 같지만, 묘하게도 잘 통하고 있다. '따라오는 몬스터를 따돌려야 하나', '따돌린다면 어디로 도망쳐야 하나', '제거해야 한다면 총알은 있는가' 등등 몬스터의 위치를 계산하게 만드는 이런 게임적인 발상이 고스란히 관객에게 이입되면서도 코믹하게 만든다.

자물쇠를 부수고 앞으로 나아가는 방식도 게임적인 발상이다. '레지던트 이블'과 같은 공포 게임을 하다 보면 자물쇠 때문에 수수께끼를 풀어야 하거나, 샛길을 찾거나, 아니면 영화에서 보여준 것처럼 총을 쏴서 부숴야 한다. 잭 크레거 감독이 스스로 밝힌 것처럼 사격에 젬병인 플레이어라면 게임 중에 속을 썩이기도 한다. 감독이 게임 플레이 중에 느꼈던 좌절을 공포와 유머의 소재로 제대로 이해하고 연출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주인공 브라이언(오스틴 에이브람스)은 훌륭한 게임 플레이어는 아니다. 잭 크레거처럼 사격 실력이 좋은 것도 아니고, 눈치도 별로 없어서 위험을 감지하는 것도 더딘 편이다. 겁먹고 실수하고 허세를 부려서 속된 말로 어리바리해 보이기도 하는데, 이건 민폐가 아니라 기능적인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그가 보이는 약점 덕분에 영화가 더 게임답고 무서워지니 말이다.

브라이언은 라쿤 시티의 병원으로 가기 위해 낯선 집을 방문하고, 터널을 막고 있는 캠핑카에 들어가야 하며, 하수구를 지나 지금도 생생한 엽기적인 형체의 신생아실을 통과해야 한다. 전체적으로 공포 게임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이다. 게임으로 치자면 이런 가혹한 '스테이지'를 통과해야 엔딩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이런 강요 덕분에 점프 스케어를 동반한 스릴감을 쉬지 않고 만끽할 수 있다.

'바바리안'과 '웨폰'에서 보여준 것처럼 동양적인 공포도 살아 있다. 멀리서 뛰어오는 감염자와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몬스터들, 여기에 지금 당장 습격 받을 수 있다는 공포를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게임의 서바이벌 공포를 작동시키고 있다. 잭 크레거의 검증된 전작들의 공포에 게임 감성을 적절하게 녹여낸 것이다.

사진=소니 픽쳐스 제공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잭 크레거가 공포 영화뿐만 아니라 게임 감성과의 조화까지 완벽히 해내는 검증된 감독이라는 점을 확인시켜준 작품이다. 총을 든 1인칭 시점을 넣는다고 해서 게임 감성을 살렸다고 볼 수 없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게임성은 훨씬 깊은 곳에 있다. 제한된 자원, 적의 패턴, 불길한 스테이지 등등 게임 화면을 적당히 흉내 낸 것이 아니라 게임을 하면서 몸으로 익힌 긴장감과 스릴감을 영화로 완벽히 옮겨낸 것이다.

게임 '레지던트 이블'은 이제 크리스와 질이 나오는 액션 공포 게임으로 발전했지만, 본래 제한된 자원으로 폐쇄된 장소를 빠져나가며, 감염자들을 마주하는 공포가 핵심이었다. 잭 크레거가 그 원초적인 공포를 완벽하게 되찾아온 셈이다. 앞으로 잭 크레거가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를 맡아서 라쿤 시티의 악몽을 제대로 보여주길 바란다.

영화 '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은 이날 17일 개봉하며 쿠키 영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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