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후기] '암살자들' 사라진 탄환이 쏘아 올린 숨 막히는 미스터리

유해진·박해일·이민호, 거대한 침묵에 맞선 세 남자의 숨 가쁜 추적

사진=(주)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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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8월 15일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암살자(들)'은 예상대로 함부로 진실을 말할 수 없는 군사 정권의 시대를 강조하고 있다. 중반까지는 미스터리 추적극으로 숨 가쁘게 달리다가, 국가 폭력에 맞서는 언론의 투쟁으로 돌아간다. '1987'보다 더 미스터리하고 스릴러의 힘이 강하지만, 결말에서 주는 씁쓸한 여운은 '서울의 봄'과 거의 비슷하다.

저격 사건의 범인이 단독범이 아닐 수 있다는 상상이 영화의 가장 큰 힘이 된다. 억울하게 해직당할 위기에 빠진 담당 경찰 철구(유해진), 언론의 자유를 위해 달리는 재환(박해일)과 영일(이민호)이 공범을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추리극의 힘에 점점 가속도가 붙는다. 실체가 의심되는 총성과 사라진 탄환, 범인이 선고 사흘 만에 사형이 집행됐다는 점까지 영화가 그 빈틈에 상상력을 심을 수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특히 지금도 알 수 없는 합창당원 여학생의 피격 문제도 그저 자극적인 떡밥이 아니라 정부의 발표와 어긋나 보인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경호를 맡은 철구와 현장 취재를 한 기자 영일이 분명히 총성을 들었지만, 어디에서 발사됐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이때부터 영화는 자꾸 숨기려고만 하는 정부와 관계자들을 보여주며, 진실을 확인하려는 세 남자의 평범한 행위를 위협하기 시작한다. 그 때문에 군용 트럭에 끌려가는 장면이 무섭기도 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납치 사건과 한일 관계의 맥락을 건드린 점도 꽤 영리하다. 도쿄에서 벌어진 김대중 납치 사건이 당시 정권에 큰 국제적 부담이었고, 한일 갈등은 지하철 사업 같은 경제 협력을 통해 봉합 국면으로 들어간 것으로 묘사한다. 영화는 그 지하철 사업이 정치적 맥락과 무관한 순수한 개발로 보지 않는다. 이 부분에서 꽤 의미심장한 대사들이 나오는데,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인프라의 혜택과 그것을 가능하게 한 군사 정권의 시대가 한 화면에 동시에 보인다는 점에서 꽤 씁쓸하다.

사진=(주)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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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속도가 따라가기 벅찬 점은 있다. 배후와 공범을 찾는 과정에서 세밀한 단서들이 나오는데, 특정 이름이나 단어들이 나와서 복잡한 면도 있다. 다만 기사 한 줄도 허락이 안 되는 세상이고, 잘못 기사를 썼다가는 폭행을 당하거나 군용 트럭에 실려 끌려가는 시대라서 의도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무리 발로 뛰고 추리해도 정의로운 해결로 이어지지 않으니 말이다. 당대 시민들이 진실의 연결고리를 놓칠 수밖에 없는 감각과도 연결되는 것 같다. 영화가 이러한 감각을 좀 더 정리해 줬으면 좋았을 것 같지만, 그러한 점 덕분에 결말의 여운이 오랫동안 남는 것이다.

언론의 자유를 외치는 장면이 길게 이어지는 부분에서도 씁쓸하다. 오늘의 언론은 소유주와 광고주, 출입처를 통한 정보 획득, 클릭 경쟁으로 다시는 그런 시대의 언론인들을 만날 수 없으니까. 영화는 아마도 당시 기자들처럼 할 수 있는 것보다, 무엇을 보도하지 않고 누구에게 길들여지고 있는지를 묻는 것 같았다. 과거의 기자들을 영웅화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적 보도를 하는 지금의 기자들을 향해 구호를 외치는 것이다.

이 영화는 군사 정권 시대가 유불리에 따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켰는지 다시 한번 돌아보는 작품이다. 범인을 둘러싼 공백을 굳이 다 매우지 않은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관객들은 결정적 증거와 정의로운 해결을 원하지만, 영화는 그 욕망을 완전히 충족시키지 않는다. 사건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으면서, 당시 국가가 발표한 저격 사건의 시나리오를 의심하게 되니까.

'암살자'라고 한다면 범인 한 사람을 가리키지만, 뒤에 지워진 듯이 붙은 '들'은 그를 움직이게 한 배후들을 떠올리게 한다. 사건을 권력을 앞세워 근본부터 바꿔 버리고, 의문을 말하는 이들을 폭력으로 다스리는 군사 정권까지 '암살자들'의 넓은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범인이 정말 한 명뿐이었나?'라는 답을 확정하지 않아도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군사 정권의 야만적인 시대를 떠올리게 된다. 그런 면에서 '암살자(들)'은 아주 불길하고도 영리한 제목인 것이다.

영화 '암살자(들)'은 오는 23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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