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레이] 故 글렌 핸사드를 추모하며…영화 '원스'로 남긴 유산

영화를 사랑하게 만든 뮤지션…글렌 핸사드가 남긴 가치

사진=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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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스'에서 글렌 핸사드(Glend Hansard)를 향해 카메라가 투박하게 다가가는 모습이 여전히 기억이 난다. 처음에는 낯설지만, 얼마 가지 않아 영화적으로 편집할 필요가 없는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글렌 핸사드는 노래를 잘 부르려는 배우가 아니라 오랫동안 거리에서 자신만의 노래를 부르려는 사람으로 보였다. 음악은 그의 생계이고, 자존심이며,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가능성이었다.

BBC에 따르면 지난 29일(현지시간) 글렌 핸사드가 새벽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발생한 오토바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마르게타 이글로바)'와 버스를 탄 장면에서 'Broken Hearted Hoover Fixer Sucker Guy'를 불렀을 때 '실연당한 나만 더블린에 남았다'라는 가사가 떠올라 더욱 마음이 무겁다.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은 'Falling Slowly'는 여전히 영화 속 악기점 장면으로 들어야 그 감성을 이해할 수 있다. 이상하게도 이 장면은 주기적으로 봐도 그 감성이 닳아 없어지지 않는 것 같다.

악기점에서 이 노래가 끝나는 순간까지 모든 것이 미완이었다. 관객도, 무대도, 완성된 편곡도 없어 보였다. 두 남녀가 각자의 목소리로 빈자리를 채워가는 평범한 리듬이었으며, 노래가 완성되는 과정만 있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합창하는 것이 아닌, 두 사람이 서로를 조심스럽게 접근하며 부르는 장면이라서 의외로 감동적이었다. 핸사드만의 거친 절박함과 마르게타의 다소 수줍고 맑은 음색이 만나면서 그 둘만의 균형이 생겼다.

'Take this sinking boat and point it home'과 같은 가사에서 이 영화 전체의 정서를 알 수 있다. 두 남녀는 어딘가 깊은 곳으로 침몰한 사람들이다. '그'는 실연과 좌절 속에 있고, '그녀'는 결혼과 아이, 가난이라는 복잡한 현실 안에 있다. 영화는 두 사람에게 새로운 인생을 부여하지 않고, 잠깐이라도 편안한 고향에 머물고자 싶은 마음을 보여줬다. 이것이 바로 영화 '원스'가 여타 음악 영화나 로맨스와 다른 지점일 것이다.

사진=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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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You Want Me" 장면은 이 영화의 가장 위대한 용기가 아닐까. '그녀'가 가사를 직접 쓰고, CD플레이어를 통해 음악을 들으며 걷는 장면은 롱테이크를 통해 오랫동안 화면 안에 놓아둔다. 뮤지컬 영화처럼 아무도 그녀를 주목하지 않고, 주변에서는 그녀의 노래로 인한 그 어떠한 반응도 없다. 그런데도 도심 한복판에서 '그녀'의 내면은 굉장히 커진다. 길거리를 걷는 평범한 리듬만으로 이어폰 속 반주에 스며들게 된다.

그다음으로 가장 기억이 나는 장면은 역시 녹음실이다. 두 남녀가 만든 밴드를 어설프게 여긴 엔지니어가 결국 그들의 열기에 태도를 바꾸는 장면은 언제나 봐도 흐뭇하다. 엔지니어의 얼굴이 마치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이후에 엔지니어와 다함께 어울리고 노래하고 노는 장면은 '음악'으로 이뤄진 공동체에 대한 보상으로 보인다.

'원스'의 결말은 꽤 성숙하다. 영화는 두 남녀를 애써 연인으로 묶지 않았다. 두 남녀는 헤어지지만, 남아 있는 감정이 삭막한 현실을 지우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보여준다. 우리들도 인생에 한 번쯤은 '그'와 '그녀'처럼 누군가와 완전히 연결될 수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 순간은 지속되지 않아도 그 뒤의 삶은 바꿀 수 있을 테니까.

사진=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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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봐도 글렌 핸사드는 연기하는 배우처럼 보이지 않아 더 자연스럽다. 실제 거리에서 노래하는 한 음악가의 삶을 우연히 들여다보는 듯하다. 존 카니 감독은 그의 음악성과 삶의 결을 영화 안으로 끌어왔고, 핸사드는 그 자연스러운 연기로 관객들을 설득했다. 그런 면에서 '원스'는 배우가 연기하는 음악 영화가 아니라, 한 음악가의 삶을 카메라가 따라간 작품으로 남아 있다.

지금까지는 'Falling Slowly'를 들을 때면 늘 악기점이 떠올랐다. 노래를 들으면 '원스'가 자연스럽게 떠오르고, '원스'를 떠올리면 글렌 핸사드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듯했다. 음악과 영화가 서로를 영원히 기억하게 만든 사람이라는 점에서, 그의 유산은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것보다 더한 가치가 있다. 음악을 사랑하게 만든 첫 번째 배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영화를 사랑하게 만든 첫 번째 뮤지션으로 오랫동안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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