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디세이'는 과연 어떤 모험담을 보여줄까. 오디세우스는 포세이돈의 아들 폴리페모스의 눈을 찌른 대가로 10년 동안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외눈박이 거인의 위기로부터 벗어난 오디세우스가 당당히 자신의 실명을 하늘에 대고 인증하는 바람에 포세이돈의 분노를 샀다. 안드레이 곤잘롭스키가 연출한 1997년 작품 '오딧세이'에서는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오디세우스가 우쭐해진 나머지 신이 필요 없다고 큰 소리를 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모든 시련이 오디세우스의 자만으로 시작됐다는 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파이널 예고편의 첫 장면은 아테네(젠데이아)가 오디세우스(맷 데이먼)의 정체성을 되찾아 주는 듯한 모습이 나온다. 아테네는 오디세우스의 트로이 승리부터 페넬로페(앤 해서웨이)를 괴롭힌 구혼자들에 대한 복수까지 꼼꼼한 조력자 역할을 했다. 오디세우스가 고향을 알아보지 못하도록 안개로 가린 이유도 구혼자들이 점령한 궁전 안으로 섣불리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던 것이리라. 안개가 자욱한 섬에서 깨워난 오디세우스는 오랜 고난으로 많이 지쳐 보인다. 그의 잃어버린 기억과 정체성을 일깨우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해석된다.
이어서 등장하는 텔레마코스(톰 홀랜드)와 구혼자들의 우두머리격인 안티노오스(로버트 패틴슨)와의 갈등이 상당한 분량을 차지한다. 텔레마코스는 어머니와 함께 구혼자들에게 맞서며, 마지막까지 아버지 오디세우스와 함께 이타카 탈환에 성공한다. 아버지의 귀환을 기다리는 아들의 이야기는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서사가 될 것이다.
페넬로페의 "이타카의 왕은 돌아올 겁니다"라는 대사 뒤에 상징적인 장치가 나온다. 시아버지 라에르테스를 위한 수의다. 그녀는 낮에는 수의를 짜고, 밤에는 조금씩 풀면서 구혼자들을 오랫동안 속였다. 수의를 모두 짜면 청혼에 응하겠다는 거짓말은 페넬로페의 충성스러운 줄 알았던 시녀 멜란토(미아 고스)를 통해 들통이 난다. 멜란토는 구혼자들 중 에우리마코스라는 사람의 정부가 되어 배신을 한 여인이다.
"그 세상은 이미 끝났어"라는 페넬로페의 대사는 전쟁이 남긴 상처와 구혼자들에게 빼앗긴 이타카의 달라진 현실을 상징하고 있다. 페넬로페는 끝까지 오디세우스를 기다리지만, 시어머니는 좌절하고, 시녀는 배신하며, 아들 텔레마코스는 아버지를 찾겠다며 홀로 필로스를 거쳐 스파르타로 향한다. 안드레이 곤잘롭스키 감독은 페넬로페의 고독을 성적으로 시각화하여 흥미를 끌었다. 다소 파격적인 설정이긴 하지만, 구혼자들로부터 끈질기게 유혹과 회유를 받은 페넬로페라면 꽤 있을 법한 장면이다.
오디세우스가 신들에게 맞서겠다는 표현은 흥미롭다. 원작의 오디세우스는 신들을 거스르는 사람은 아니었다. 영화는 신들이 정한 운명에 의문을 제기하는 인물로 재해석한 것처럼 보인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진퇴양난을 상징하는 스킬라와 카르브디스, 세이렌, 키르케, 라이스트리고네스 등 모두 신들이 만들어낸 고통이며 인간은 감내해야 한다. 고향에 있는 가족을 만나려는 오디세우스에게 어쩌면 신들에게 맞서야 한다는 것은 필연일 것이다.




중간에 등장하는 강아지는 오디세우스가 사슴과 토끼 사냥에 데리고 다녔던 충견 아르고스로 추정된다. 오디세우스가 귀향한 당시에 아르고스는 이미 기력을 잃어서 두엄 속에 묻혀 꼬리만 치고 있었다. 아테네의 힘으로 거지 노인으로 변장한 오디세우스를 아르고스가 처음으로 유일하게 알아본 장면으로, 원작에서도 찡한 감동을 준다.
"복수를 품고?"라는 대사를 하는 백발의 노인은 오디세우스의 충성스러운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로 보인다. 2차 예고편에도 잠깐 모습을 드러낸 그는 구혼자들이 이타카를 사실상 장악한 상황에서도 오디세우스 가문을 끝까지 배신하지 않았다. 어린 텔레마코스와 잘 어울려 사이가 좋았고, 마지막 오디세우스의 귀환 속에서도 든든한 지원자가 된다.
아마 놀란의 '오디세이'는 신들과 운명에 저항하는 인간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1997년 작품 '오딧세이'처럼 대부분의 작품들이 귀향하는 영웅을 강조했다. 헤르메스가 키르케의 마법을 무력화하는 '몰리'라는 풀을 건네거나, 포세이돈이 파도 속에 형상화되는 등 오락물처럼 비친 면이 있었다. 물론 영화 전체를 아이맥스 필름 카메라로 촬영했다는 점에서 비주얼적으로 기대치가 높지만, 신들이 정한 운명에 저항하는 진짜 인간 오디세우스를 목도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영화 '오디세이'는 내달 5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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