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간 '문제없는 문제'를 만들어라…코미디 '수능, 출제의 비밀'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초청

행정 착오로 합류한 교사 맹보람의 고군분투… 베일에 싸인 수능 출제 비하인드

사진=㈜바른손이앤에이/㈜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사진=㈜바른손이앤에이/㈜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대한민국에서 매년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단 하루의 시험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준비하는 국가적 행사다. 특히 수능 문제를 만드는 출제위원들은 시험을 앞두고 외부와 단절된 채 장기간 합숙하며 문제를 출제한다. 영화 〈수능, 출제의 비밀〉은 그동안 쉽게 들여다볼 수 없었던 수능 출제본부를 무대로 삼았다. 철저한 보안 속에서 벌어지는 출제위원들의 이야기를 코미디로 풀어낸다.

영화는 대한민국 2급 국가기밀인 '수능 출제'를 위해 40일간 봉인되는 출제본부에 얼떨결에 합류하게 된 지방 소도시 국어 교사 맹보람이 오탈자도 시비도 없는 '문제없는 문제'를 만들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코미디다.

이용재 감독의 신작으로,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에 공식 초청됐다. 영화는 내달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며, 이선빈, 유재명, 김영민, 전석호가 출제본부를 둘러싼 주요 인물로 출연한다.

티저 예고편은 실제 수능이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엄청난 영향력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시험장으로 향하는 수험생과 학부모, 취재진, 비행기 계류장, 주가 지수 전광판 등이 빠르게 교차되고, '2급 국가기밀'이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이어 항공기 이착륙이 중단되고 증권 개장이 미뤄지는 수능 당일의 풍경을 연상시키는 방송 음성이 더해지면서 한 편의 첩보 영화 같은 분위기를 만든다.

대형 버스에서 내린 출제위원들은 캐리어를 끌고 출제본부로 들어가고, 보안요원들은 이들의 소지품을 검사한다. X-ray 검색대를 통과한 출제위원들은 보안 서약서에 서명하고, '앞으로 40일간 외출과 외부 유무선 통신이 전면 금지된다'라는 안내를 받는다.

극비 프로젝트, '전국민이 몰랐던 출제의 비밀이 공개된다!'라는 문구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철저한 통제와 감시 속에서 수능 문제를 만들어야 하는 출제위원들의 상황이 본격적으로 소개된다.

출제위원들은 대한민국 입시를 좌우할 문제를 놓고 격렬하게 대립하고, 급기야 고성이 오가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입시를 논하는 성스러운 장소라면 엄숙한 분위기가 있어야 마땅한데, 출제위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거친 언쟁이 영화의 주요 웃음 포인트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맹보람은 행정 착오로 수능 출제 캠프에 들어가게 된 지방 소도시 국어 교사다. 이선빈이 열정 가득한 국어 교사 맹보람을 연기한다. 유재명은 수능 출제 경험이 풍부한 국어과 출제위원장 문주열 역을 맡았으며, 김영민은 날카로운 카리스마를 가진 검토위원장 박경태로 등장한다. 전석호는 40일 합숙을 실제로 운영하는 사회성 만렙 평가원 직원 기준수를 연기한다.

실제로 수능 출제·검토위원들은 시험을 앞두고 외부와 단절된 채 장기간 합숙하며 문제를 출제한다. 합숙 기간은 연도별로 차이가 있지만 최근에는 대체로 40일 안팎이다. 2025학년도 수능의 경우 출제·검토위원 500여 명과 진행·급식·보안 등 행정 업무를 맡은 230여 명 등 총 730여 명이 40일간 합숙했다. 합숙 기간에는 외출이 금지되고 휴대전화와 블루투스 이어폰 등 통신기기도 사용할 수 없다. 인터넷 역시 출제와 검토에 필요한 정보를 찾는 경우에 한 해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 같은 철저한 보안 체계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2017년에는 출제·검토위원과 관리 인력 등이 외부와 단절된 채 41일간 합숙했으며, 외출과 휴대전화·이메일 등 외부와 연락할 수 있는 통신 수단의 사용이 금지됐다. 인터넷 검색도 보안요원의 감독 아래 출제와 관련된 내용에 한해서만 허용됐다. 음식물 쓰레기까지 보안요원의 점검을 거쳐 반출할 정도로 보안이 엄격했다.

장기간 합숙이 자리 잡은 데에는 2017년 포항 지진으로 수능이 연기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당시 수능이 일주일 연기된 이후 2018년부터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예비 문항도 함께 출제하기 시작하면서 합숙 기간이 길어졌다. 2022학년도 수능의 경우 출제·검토위원 500여 명이 36일간 합숙했으며, 출제위원들은 본시험 문항과 함께 예비 문항 한 세트를 추가로 만들었다.

출제 과정에서는 한 치의 오류도 허용하지 않으면서 적정한 변별력을 확보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 2022학년도 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출제 오류로 정답 결정이 법정 공방까지 이어지면서 출제·검토 절차가 보완됐다. 이에 따라 2023학년도 수능에서는 합숙 기간이 기존 36일에서 39일로 늘었고, 탐구 영역 검토자문위원도 증원됐다. 당시 평가원은 문항 오류를 막기 위해 출제 기간을 2일 늘리고 검토 인력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현실에서도 수능 출제는 철저한 보안과 수많은 검토, 그리고 출제위원들의 장기간 합숙을 필요로 하는 특수한 작업이다. 〈수능, 출제의 비밀〉은 바로 이 낯선 공간을 영화의 중심 무대로 가져와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용재 감독과 이선빈, 유재명, 김영민, 전석호는 내달 6일 오후 6시 영화의전당에서 열리는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 및 개막식에 참석한다. 이후 10월 7일 오후 12시 20분과 10월 8일 오후 3시 50분 롯데시네마 센텀시티에서 GV를 진행하며, 10월 9일 오후 1시 30분에는 영화의전당 루프씨어터 오픈 토크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는 〈수능, 출제의 비밀〉은 부산에서 관객들과 만난 뒤 10월에 극장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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