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배급사 시네마달,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신작 3편 공개

파도와 전쟁, 그리고 음악…기억의 경계에서 건져 올린 생의 기록

사진=시네마달 제공
사진=시네마달 제공

한 사람의 기억이 흐려지는 순간부터 세계의 전쟁이 잊히는 과정, 그리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음악과 공동체의 마지막 여정까지. 독립영화 배급사 시네마달이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이는 세 편의 다큐멘터리 '파도 위에서 춤추는 여자', '어크로스: 전쟁은 어떻게 잊혀지는가', '안녕, 스텔라'를 소개했다.

최세담 감독의 '파도 위에서 춤추는 여자'는 평생 무속인으로 살아온 외할머니와 닫힌 법당을 정리하는 가족들의 시간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다. 평생 무속인으로 살아온 외할머니 윤영자가 치매를 앓으며 기억과 현실의 경계를 오가는 모습을 바라본다. 요양원과 집을 오가는 할머니의 말에는 죽은 이들과의 대화, 젊은 시절의 기억, 현재의 혼란이 뒤섞인다.

가족은 오랫동안 닫혀 있던 법당을 정리하기 위해 마지막 굿을 준비한다. 굿이 시작되는 순간, 기억을 잃어가던 할머니가 잊고 있던 리듬을 되찾는다. 최세담 감독은 할머니의 말이 무속인의 언어인지 치매로 인한 혼잣말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고 밝힌다. 영화는 그 경계를 설명하거나 어느 한쪽으로 규정하기보다 그 모호함 자체에 머무르는 방식을 택한다.

기억이 사라진다고 해서 그 사람의 삶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말과 기억이 무너진 자리에서 몸과 의례, 공간이 한 사람의 과거를 다시 불러내는 순간을 포착한다. 이 작품은 완성 전부터 전주프로젝트에서 주목받았다. 제18회 전주프로젝트에서 '다큐멘터리 포커스상'과 JICA상을 받았으며, 전주프로젝트 심사평에서도 "무속인이라는 이름 뒤에 가려져 있던 할머니의 생애를 복원해 가는 작품"으로 평가됐다.

사진=시네마달 제공

김지 감독의 '어크로스: 전쟁은 어떻게 잊혀지는가'는 개인의 기억에서 국제정치로 확장한다. 영화는 예멘 전쟁을 둘러싼 세 인물의 삶을 따라간다. 베를린 유럽헌법인권센터(ECCHR)에서 전쟁범죄 소송을 진행하는 인권 변호사 카넬, 사르데냐에서 독일 군수업체 RWM의 무기 수출에 반대하는 활동가들, 그리고 전쟁을 피해 2018년 제주에 온 예멘 출신 난민 자말이다.

2016년 예멘 공습으로 일가족 6명이 사망한 사건에서 발견된 파편의 시리얼 넘버가 독일 군수업체 RWM에서 생산된 무기와 연결되고, 그 무기의 생산과 수출을 둘러싼 책임 문제가 유럽 법정으로 이어진다. 한편 전쟁을 피해 제주에 온 자말은 한국에서 생존과 노동을 위한 또 다른 싸움을 시작한다.

전쟁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람도 무기 생산과 수출, 국제정치, 난민 문제, 노동이라는 경로를 통해 전쟁의 구조에 연결될 수 있다. 예멘 전쟁을 단순한 지역 분쟁으로 바라보지 않고, 유럽의 무기 산업과 한국의 난민 현실까지 연결하는 구조다.

사진=시네마달 제공

세 번째 영화 '안녕, 스텔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보여준다. 안지환 감독은 2000년대 초 홍대 인디씬에서 출발한 밴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20년을 기록했다. 특정 장르에 자신들을 끼워 맞추기보다 자신들만의 음악을 만들고, 전국 곳곳의 관객과 친구들을 만나며 자생적인 음악 공동체를 만들어온 밴드다.

결성 20주년을 맞은 2025년, 밴드는 해체를 선언하고 마지막 공연인 '안녕 투어'에 나선다. 영화는 그 마지막 여정을 따라가면서 이들이 20년 동안 지켜온 음악과 친구, 그리고 '재미'라는 가치를 되짚는다. 시장에 편입되지 않고 자기 방식대로 음악을 만들어온 사람들이 왜 20년을 버틸 수 있었는가를 보여주는 영화에 가깝다. 해외 관객에게는 한국 인디음악의 특정 시대와 홍대라는 공간, 그리고 '장르에 속하지 않는 음악'을 20년 동안 만들어온 밴드의 이야기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가 관전 포인트다.

사진=시네마달 제공

시네마달 신작 '파도 위에서 춤추는 여자', '어크로스: 전쟁은 어떻게 잊혀지는가', '안녕, 스텔라'가 최초 공개되는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내달 6일부터 15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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