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 581명 뭉쳤다…한국 영화 살릴 '4대 처방' 제시

스크린 상한·투자 구조 개편·세액공제…전방위 산업 개혁 요구

사진=영화인연대 제공
사진=영화인연대 제공

한국 영화계가 산업 붕괴 위기를 공식적으로 선언하며 정부와 국회를 향해 구조 개혁을 촉구했다. 창작자와 제작자를 포함한 영화인 581명이 단일대오로 나서며 정책 전환의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영화인연대와 13개 영화 단체는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2026년 한국 영화 산업의 위기와 대책'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번 회견에는 봉준호 감독과 박중훈 배우를 포함한 영화계 주요 인사들이 이름을 올리며 위기 인식을 공유했다.

이들은 현재 상황을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닌 '구조적 위기'로 규정했다. 실제로 2025년 기준 순제작비 30억 원 이상의 상업 영화 개봉이 30편 미만으로 급감하며 산업 기반 자체가 붕괴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극장을 중심으로 한 수직계열화 구조가 핵심 원인으로 지목됐다. 김승범 대표는 해외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는 동안에 한국만 회복이 더딘 이유로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꼽았다.

현장에서는 관객 선택권이 심각하게 제한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양우석 감독은 "극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영화가 한두 편에 불과하다"라며 공급자 중심 구조에서 관객 중심으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또한 단기 수익 중심의 배급 방식이 산업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일본 영화가 장기 상영을 통해 흥행을 이어가는 반면, 국내 영화는 빠른 회전율에 의해 조기 종영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홀드백 6개월 강제법'에 대해서도 강한 반대 입장이 나왔다. 박경신 교수는 "관객 접근을 제한하는 방식이 아니라 스크린 집중을 완화해 상영 기간을 늘리는 것이 본질적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영화인들은 위기 극복을 위한 4대 정책 과제도 제시했다. 스크린 점유율 제한, 합리적 홀드백 가이드라인 구축, 1000억 원 규모의 대형 펀드 조성, 제작비 세액공제 확대 등이 핵심 내용이다.

이번 기자회견이 특정 결론을 강요하기보다 산업 전반의 논의를 촉발하기 위한 자리라는 점도 강조됐다. 영화인들은 "지금이야말로 구조적 대안을 실행할 골든타임"이라며 정책 결정자들의 결단을 촉구했다.

결국 이번 기자 회견은 단순한 요구를 넘어 한국 영화 생태계의 존속 여부를 둘러싼 경고에 가깝다. 산업 구조 개편이 지연될 경우 '공멸'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닐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정책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다음은 정부에 제시하는 위기 극복을 위한 4대 정책 과제다.

● 스크린 집중 및 겸업 제한: 공정한 경쟁을 위해 단일 영화의 일일 좌석 점유율을 20%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상영과 배급의 겸업을 막아야 한다.

● 플랫폼 간 홀드백 정상화: 실효성 없는 ‘임오경 안’을 즉각 폐기하고, 한국 실정에 맞는 합리적 홀드백 가이드라인을 세워 무너진 유통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

● 대형 펀드 조성 및 투자 구조 개선: 한두 편의 천만 영화에 기대는 낡은 방식을 버리고, 대기업 배급망에 종속되지 않는 1,000억 원 규모 이상의 대형 전략 펀드를 조성해야 한다.

● 실효적 세제 혜택 마련: 제작비 30%를 환급해주는 세액공제 제도 도입과 함께 일반투자자(LP) 유치를 위한 소득공제 등 특단의 민간 자본 유치 지원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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