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맨 끝줄 소년'은 한국식 막장 드라마가 원작이 가진 핵심 주제를 잡아먹은 케이스다. 본래 이 작품의 진짜 의도는 범죄 스릴러가 아니라 이야기에 중독되는 인간에 있다. 후안 마요르가의 희곡이나 프랑스와 오종이 연출한 '인 더 하우스'를 보면 매혹적인 글에 타락하는 인간에 주목하고 있다.
교수 허문오(최민식)는 맨 끝줄에 앉은 소년 이강(최현욱)의 글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친구 김세윤(이진우)의 어머니를 향한 욕망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글을 보면서 흥미를 느낀 것이다. 어느 순간 문학 교수가 아니라 잃어버린 창작 욕망을 되찾기 시작하고, 마약 중독자가 더 강한 약을 찾듯이 점점 더 자극적인 이야기를 원하게 된다. 관음증과 창작 욕망이 뒤섞인 이야기인 것이다.
원작은 그런 면에서 문학에 대한 원초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윤리적이어야 하는 교수가 수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공동 창작자가 되어 버린다. 갈등을 더 키우라거나 친구 엄마 캐릭터를 이렇게 쓰라는 등 사실상 편집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강 캐릭터인 클로드(어니스트 움하우어)가 쓴 문장이 꽤 매력적으로 보인다. 영화는 계속해서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흐리며 소설을 쓰는 것처럼 그려진다.
이번 드라마는 사실상 장르를 바꿔 버렸다. 표절과 살인, 불륜과 협박, 진실이 담긴 USB 등은 한국식 막장 드라마에서 봤던 설정들이다. 이야기에 중독되는 허문오가 아니라 진실을 추적하는 미스터리 쪽으로 중심축이 기울어진다. 문제는 그 진실이라는 것이 너무 작위적이라는 점이다. 결말이 뻔히 보이는 클리셰 범벅의 전개를 보이고 있어서 이야기에 중독되는 인간이 사라져 버렸다.
원작이나 '인 더 하우스'가 문장에 집중하면서도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이야기의 설정 덕분이 아니었다. 자극적인 이야기에 빠져드는 교수의 딜레마가 흥미로웠던 것이다. 막장이라고 다그치면서도 더 자극적인 욕망이 담긴 글을 원하는 부분에서는 쉽게 공감을 이끌 수 있었다.
드라마는 대중적인 분위기로 가기 위해 캐릭터를 추가하고 이야기를 만들었지만, 결말을 미리 알 수 있는 연속극처럼 플롯을 짜고 있다. 어느 부분은 너무 허술하고 사소할 정도다. 이렇게 되면 반전 장치는 절반은 죽은 상태로 시작할 수밖에 없다.
이 드라마는 플롯보다 허문오의 심리 변화가 더 중요해 보인다. 그런 면에서 배우 최민식의 연기가 큰 역할을 했다. 최민식은 감정을 폭발시키기 전부터 그 강렬한 욕망이 눈빛에 서려 있다. 죄책감과 호기심, 질투와 분노 등이 얼굴에 뒤섞여 관객이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엄습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 드라마는 이야기의 유혹을 다룬 원작 위에 한국식 막장 드라마를 덧씌운 작품이다. 원작의 가장 날카로운 질문인 이야기에 중독되는 과정을 흐리게 만들었고, 추가 설정들은 대부분 클리셰다. 특히 글을 쓰는 사람들이라면 원작과의 차이가 더 명확하게 보일 것이다.
한편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맨 끝줄 소년'은 지난 26일 공개했으며, 총 6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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