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看)보기] 횡령하려다 찐 회장된다? 조폭 보스의 흥미로운 '아파트' 평정기

주민 투표는 선거로, 장충금은 공공 예산으로…권력과 비리를 유쾌하게 비틀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사진=넷플릭스 제공

[간(看)보기]는 작품을 관찰한다(看)는 의미와, 본격적인 평가에 앞서 맛을 본다는 '간보기'의 의미를 함께 담은 씨네진의 초반 관전평 코너입니다.

JTBC 주말드라마 '아파트'는 아파트 주민들에게도 생소한 '장기수선충당금(장충금)'으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장충금이란 매달 관리비와 함께 적립되는 돈인데, 대규모 수리에 쓰는 일종의 보험과 같다. 드라마에서 설명한 것처럼 사람이 몸이 아프고 힘들 때 긴급하게 쓸 수 있는 보험금이다. 대단지 아파트라면 드라마의 설정처럼 장충금이 100억 이상이 될 수 있으니, 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 업체 간의 비리 사건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드라마는 이러한 소재를 바탕으로 범죄 코미디물을 완성했다.

박해강(지성)은 어릴 적부터 사채업자 밑에서 조폭 두목으로 성장했고, 지금은 도박 사업을 크게 하고 있다. 그 와중에 대한민국 카르텔의 일원이 되고 싶어 하는 경찰청장이 가입금 명목으로 100억이 필요하자, 박해강으로부터 돈을 뜯어내려고 한다. 당장 100억이 필요한 박해강은 우연히 대단지인 트루밸류 스테이트에 장충금 175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횡령 계획을 시작한다. 장충금에 손을 댈 수 있는 사람은 아파트 회장과 관리소장 뿐. 박해강은 회장이 되기 위해 대행 알바를 하던 강하리(하윤경)를 부인으로 데려오고, 부하의 친아들과 VVIP 도마뱀이라는 남자를 각각 자신의 아들과 아버지로 데려온다.

이렇게 가짜 가족을 만들고 회장 선거에 뛰어든 의도는 당연히 좋게 볼 수가 없다. 드라마는 여기에서 박해강이 의도치 않게 정의로운 남자가 되도록 만든다. 사실 트루밸류 스테이트의 주인은 건설사 대표 이충원(박병은)이었는데, 이 남자는 자신의 목표를 위해 물리적인 폭행과 살인까지 저지른다. 이런 사람의 사업이 깨끗하게 진행될 리가 없을 터. 수하로 두던 기존 회장이 선거에서 패하자 박해강과 본격적인 대립으로 들어가는 모양새다.

조폭 두목이었던 남자가 아파트 회장이 되려는 설정부터 신선하다. 175억의 횡령을 목표로 선거 운동을 하고, 택배를 직접 돌리고, 입주민들의 눈치를 보는 것 자체가 코미디다. 사실 175억을 훔치려고 들어왔지만, 점점 아파트의 비리를 해결하면서 진짜 회장이 되려는 구조로 돌아가고 있다.

박해강은 계산적인 남자다. 어릴 적에 빚쟁이 아버지 때문에 모욕을 당하다가 사채업자의 눈에 들어오면서 조폭 두목까지 오른 사람이다. 경찰에게 뇌물을 주며 도박 사업을 큰 기업처럼 굴리고 있으니 선행할 마음도 없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선거 운동을 뛰면서 입주민들의 민원을 하나씩 해결한다. 택배를 직접 돌린 것도 사실상 표를 얻으려는 행동이었고, 경비원을 폭행한 주민을 참교육한 것은 강하리의 충고 때문에 우발적으로 한 행동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런 행동들 덕분에 주민들은 박해강의 진심을 믿기 시작한다.

가족이 모두 가짜라는 점도 재밌다. 아내, 아들, 아버지, 그 밑에 동생들도 전부 계약 관계라는 점이 이 드라마의 설정과 아주 잘 맞아떨어진다. 정상적인 가족이 아닌데도 이들은 회장 선거를 위해 하나로 똘똘 뭉쳐서 위기를 헤쳐나간다. 특히 강하리는 박해강의 조력자로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불의를 참지 못하는 성격 덕분에 박해강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정의에 스며들고 있다. 평생 법을 무시하던 박해강이 이제는 법의 필요성도 배우게 되는 것이다.

드라마는 앞으로 공동체에 대한 주제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의 눈먼 돈을 횡령하려는 조폭 보스가 우연치 않게 권력 카르텔의 중심에 있는 남자와 대립하게 되면서 정의를 실현한다. 그 와중에 아파트 입주민들의 사연이 나올 것이고, 강하리가 극적인 해결을 도와주는 캐릭터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박해강처럼 선거에 나온 루이맘(손지윤)은 잘나가는 의사 남편 때문에 자존감이 많이 낮은 상태다. 루이맘과 같은 캐릭터와 정이 들면서 아파트 공동체에 대한 핵심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라는 공간이 대한민국의 권력 구조를 축소한 듯하여 꽤 흥미롭다. 아파트의 규모가 크고 회장의 권한이 세니, 선거에서 네거티브와 마타도어가 판을 치면서 더러운 정치판처럼 흘러간다. 뒤에서는 아파트의 주인이자 건설사 대표가 검찰총장과 대법관, 언론사 사주 등과 카르텔을 만들고 있다. 드라마는 아파트를 통해 권력과 비리를 풍자하는 셈이다. 주민 투표, 입주자대표회의, 장충금은 각각 선거, 지방의회, 공공 예산을 은유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물론 드라마의 톤도 중요하다. 코미디가 지나치게 강하면 권력 카르텔의 위협이 가볍게 느껴질 수 있다. 박해강이 결국 장충금을 지키면서 비리도 없애는 진짜 아파트의 회장으로 거듭나는 방향으로 설득력 있게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아파트 공동체에 스며들면서 조금씩 변해 가는 박해강의 성장극이 앞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댓글 작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