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진 프리뷰] "넌 태어났으면 안 됐어"…'가족관계증명서', 일일극 한계 깨는 독한 전개 예고

부모 세대의 불륜과 죄책감이 만든 비극, 자식 세대의 처절한 복수·심리극으로 재탄생

사진=MBC 제공
사진=MBC 제공

MBC 새 일일드라마 '가족관계증명서'가 배우 박세영의 첫 캐릭터 스틸과 메인 예고편을 공개했다. 박세영은 약 4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작에서 천재 화가 지망생 나지니 역을 맡아 또 한 번 강렬한 인생 캐릭터에 도전한다.

'가족관계증명서'는 태어난 순간부터 한 가정을 무너뜨린 존재로 낙인찍힌 아이와 세상의 편견에 맞서 자신의 삶을 되찾으려는 여성의 생존기를 그린 가족 드라마다. 공개된 예고 영상을 살펴보면 생각보다 훨씬 더 독한 전개를 예고한다.

예고편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부모 세대의 잘못이 남긴 상처를 짊어진 채 살아간다. "우리 엄마가 뺏긴 남편, 너랑 네 엄마가 가져갔잖아", "그 흔한 축구 한 번을 못 했어, 그깟 아빠가 뭐라고" 같은 대사는 부모의 불륜이 자식 세대까지 대물림되는 비극임을 드러낸다.

"부모의 불륜이 자식에게 어떤 건지 평생 몸소 느끼게 해줄게"라는 대사는 이 작품이 죄책감과 복수, 원망이 뒤엉킨 심리극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일드라마 특유의 자극적인 갈등 구조를 활용하면서도 '누구에게 죄를 물어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셈이다.

메인 예고편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나지니를 향해 쏟아지는 사회적 낙인이다. "너 첩 딸 맞잖아", "넌 태어났으면 안 됐어"라는 폭언은 출생이 비난의 대상이 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마지막 장면에서 박세영이 "저는 눈 떠보니 범죄자 딸이던데요"라고 말하는 독백은 드라마 제목인 '가족관계증명서'의 의미를 압축한다.

법적 서류로서의 가족관계증명서는 혈연을 증명하는 문서지만, 작품 속에서는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떠안게 되는 운명과 낙인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결국 이 드라마는 가족이 보호막이 될 수 있는가, 아니면 평생 지워지지 않는 굴레가 될 수 있는가를 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MBC 제공

박세영이 맡은 나지니는 이러한 주제를 집약한 인물이다. 공개된 캐릭터 스틸 속 나지니는 전시장에 작품을 설치하고 기록을 남기는 등 예술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K-애니메이션 제작을 꿈꾸는 청년이지만, 예고편에서는 장례식장 복도를 걸어 나오거나 상복 차림으로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내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단순히 꿈을 좇는 청춘이 아니라 상처와 낙인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의 복합적인 내면을 암시한다. 특히 사찰을 배경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마지막 장면의 서늘한 표정은 그가 피해자에 머물지 않고 이야기의 중요한 변곡점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예고한다.

박세영은 MBC '내 딸, 금사월'에서 오혜상 역을 통해 욕망과 상처를 동시에 지닌 입체적인 악역을 선보이며 강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이후 '귓속말', '돈꽃' 등에서도 선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캐릭터를 소화해 왔다. 이번 작품 역시 단순한 선인형 주인공보다는 복잡한 감정선을 가진 인물에 가까워 보인다.

공개된 예고편만 놓고 보면 '가족관계증명서'는 출생의 비밀이나 불륜 같은 익숙한 일일드라마 소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다만 그 소재를 단순한 자극으로 소비하기보다 부모의 선택이 자식의 삶을 어떻게 규정하는지, 인간이 주어진 낙인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를 중심 질문으로 삼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한편 MBC 새 일일드라마 '가족관계증명서'는 '첫 번째 남자' 후속으로 오는 8월 6일 첫 방송된다.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댓글 작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