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후기] 동궁, 권력이라는 탐욕이 빚어낸 궁중 스릴러…몇부작?

뿌린 대로 거두는 원귀의 저주…궁궐은 왜 지옥이 되었나

사진=넷플릭스 제공
사진=넷플릭스 제공

'동궁'의 핵심 주제는 왕권과 혈통의 죄업에 관한 비극이다. 세자를 죽이려고 한다는 연못 귀신이 사실상 왕실 전체가 오랫동안 만들어 온 죄악과 은폐라는 점. 왕의 묵인과 폭정, 대비의 질투와 권력욕, 이 모든 것이 왕권에 대한 욕망의 충돌이며, 연못 귀신으로 이 구조를 압축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처음에는 연못 귀신의 저주가 핵심 미스터리처럼 보인다. 왕세자들이 모두 의문사로 세상을 떠나면서 퇴마사 구천(남주혁)이 임금(조승우)의 명에 따라 궁에 들어온다. 연못 귀신을 해치기 전까지 궁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실패를 해도 죽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 사실상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무조건 연못 귀신을 제거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구천은 어릴 적부터 귀신을 보고, 제거도 할 수 있는 퇴마사가 되었지만, 귀의 세계에 들어갈 때마다 목숨을 담보로 잡아야 한다. 늘 밧줄로 몸을 묶어서 강물에 몸을 담그는 동안에 귀신을 베어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지게 된다. 귀신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옹주 생강(노윤서)이 목숨을 무릅쓰고 구해줘야 하는 상황도 여러 번 반복된다. 귀의 세계라는 곳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지만, 그만큼 자신도 망가지는 인물이라서 '동궁'의 서사에 적합한 캐릭터다. 어머니의 죽음에 관한 죄책감까지 있어서 언제든지 자신이 원귀가 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까지 있다.

생강 역시 어머니의 억울한 죽음을 파헤치고자 궁에 들어왔다. 배후에 감당하지 못할 흑막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목숨을 아끼지 않고 구천과 함께 치열하게 싸우기 시작한다. 두 사람은 늘 죽음에 가까운 방식으로 싸워야 진실에 조금씩 다가설 수 있게 된다. 서로가 서로를 구하면서 위기를 빠져나갈 때마다 귀신과 맞서 싸우는 원동력은 더 힘을 받는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사실상 이 드라마의 핵심은 임금과 대비(장영남)의 대립으로 보인다. 대비는 과거에 죽음으로 몰아넣은 승은 상궁(홍수주)의 원귀를 의심하고, 임금은 귀신 따위가 왕의 핏줄을 해할 수 없다고 확신한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두 사람의 반응은 죄책감과 오만으로 표현되기 시작한다. 두 사람 모두 귀신을 믿다가도 정작 억울한 사람들을 해한 죄를 제대로 직면하지 못하고 있다. 반전의 반전이 거듭되면서 귀신을 만들어 온 본질이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이 두 사람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다.

반전을 만드는 캐릭터들도 궁의 권력을 잘 상징하고 있다. 드라마는 저주를 만든 사람과 그 저주를 이용해 더 큰 비극을 만드는 사람으로 분리한다. 폭력의 씨앗을 뿌린 사람, 그 씨앗을 은폐하며 정치력으로 성장하는 인물들이다. 지금까지 나온 사극에서 많이 봤던 구조지만, '동궁'에서는 이 무서운 권력 구조와 욕망이 무서운 귀신으로 태어난다는 점을 열심히 설득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조승우가 열연한 임금은 흥미로운 캐릭터다. 그가 어떤 방식으로 왕좌에 올랐는지 알게 되면, 이 사람은 단순히 죄책감 때문이 아니라, 그 죄를 감당하지 못해 폭정을 저지르는 것처럼 보인다. 왕위의 정통성이 취약했다고 믿은 세조나 영조가 왕권을 위협할 가능성을 제거하는 것처럼 말이다. 과거의 트라우마는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 명백한 죄악에 명분을 주려는 의도 덕분에 꽤 입체적인 캐릭터다.

드라마의 반전이 많긴 한데, 구조는 의외로 명확하다. 연못 귀신으로 시작된 비극이 사실상 '복수'라는 축에 걸쳐 있어서 더 압축했다면 좋았을 수도 있다. 영화로 압축했다면 더 속도감 있고, 반전의 힘도 묵직했을 것 같다. 그렇다고 8부작이 그리 길게 느껴진 건 아니다. 왕실의 죄악이 여러 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여러 회차에 걸쳐서 충분히 단서들을 쌓을 필요도 있어 보인다.

'동궁'은 궁궐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권력과 혈통이 어떻게 원귀를 만들어 내는지 방향을 잘 잡은 드라마다. 구천과 생강의 감정을 멜로로 소비하지 않은 점도 작품의 톤을 잘 지켜준 것으로 보인다. 이 드라마는 권력이 만들어 낸 죄와 원한이 귀신으로 되돌아온다는 비극을 잘 담아낸 궁중 스릴러로 볼 수 있다.

한편 넷플릭스 드라마 '동궁'은 지난 17일 공개했으며 총 8부작이다.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댓글 작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