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후기] 올해의 공포영화는 이미 정해졌다 '호컴'의 영리한 전략…쿠키 영상은?

아일랜드 설화와 고딕 호러의 세련된 결합…올해 가장 지독한 공포 체험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호컴(Hokum)'은 칠흑 같은 어둠만으로도 굉장한 공포를 전달한다. 희미한 랜턴 불빛에 의존하는 주인공이 다소 갑갑해 보일 수 있으나, 아일랜드 설화와 고딕 호러를 꽤 세련되게 결합하여 결코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이 영화는 어둠 속에서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통제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올해의 공포영화로 남을 가능성이 꽤 높다.

미국인 소설가 옴 바우만(아담 스콧)은 부모의 유골을 뿌리기 위해 아일랜드의 외딴 여관을 찾는다. 이곳은 부모가 사랑을 나눈 장소이기도 하지만, 바우만을 오랫동안 괴롭혔던 죄책감을 내려놓을 곳이기도 하다. 자기혐오에 빠진 바우만은 '정복자'라는 소설의 에필로그를 암울하게 써 내려가던 중에 호텔에 출몰한다는 마녀 이야기를 듣게 된다.

바우만이라는 캐릭터만 보면 오랫동안 그를 괴롭힌 트라우마와 이를 극복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사실 바우만은 내색하지 않지만 씻을 수 없는 상처가 있어서, 그의 소설을 알아주는 팬들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찌 보면 그에게 이제 글을 쓰는 일도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 와중에 섬찟한 환영과 실종 사건이 발생하면서 과거의 그 어두운 터널로 들어가게 된다.

'이 영화가 왜 그렇게 무서웠을까' 돌이켜보면 어둠, 흐느끼는 소리, 종소리, 희미한 실루엣, 그리고 여전히 기억에 남는 덤웨이터뿐이다. 다미안 맥카시 감독은 이 공포영화의 흔한 재료만으로도 굉장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공포의 실체가 드러날 때마다 등이 꺼지거나 캐노피를 활용한 실루엣 등은 아주 전통적인 공포 연출이다. 영화는 이러한 소재를 최대한 활용하여 관객의 뇌가 빈 공간을 스스로 채우도록 한다. 이것은 마치 지독한 공포 체험으로도 보이는데 아일랜드 스타일의 호텔 배경이 꽤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마녀도 무섭지만, 이 영화의 진짜 MVP는 덤웨이터다. 덤웨이터는 작은 짐을 나르는 데 쓰는 엘리베이터로 액션과 공포의 장치로 줄곧 쓰이기도 했다. '레디 오어 낫(2019)'의 그 가여운 가정부가 죽을 때나, '퍼니셔(2004)'에서 프랭크 캐슬(토마스 제인)이 폭탄을 실어 악당들을 몰살하는 장면처럼 말이다. 지금 돌이켜봐도 덤웨이터의 그 좁은 공간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링'의 우물처럼 좋은 공포영화는 공간을 기억하게 만든다. 호컴의 덤웨이터는 어디로 연결될지 알 수가 없다. 스위트룸이지만 공포의 실체가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고, 수백 년 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지하실이 나올 수도 있다. 여기에 '땡' 하는 종소리와 동시에 삐거덕 거리는 마찰음은 공포 회로를 더욱더 가속화한다.

점프 스케어는 더욱더 정교하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식이 아니라 관객이 먼저 발견하는 연출을 했다. 주인공이 모르는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공포의 실체가 드러나니 공포는 더 커지고 긴장감은 더 오래 지속된다. 그런 면에서 노출을 줄이는 전략이 꽤 적절했다. 공포영화에서 귀신이 많이 노출될수록 힘이 떨어지는 법이니까.

어둠과 좁은 공간, 아일랜드 설화를 연상시키는 소름 끼치는 소품들, 으스스한 소리만으로도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무엇보다 어둠이 귀신을 숨겨주는 도구로 전락하지 않는다는 점. 주인공이 들고 있는 랜턴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것처럼 연출한다는 점에서 꽤 영리한 작품이다. 어찌 보면 게임 '앨런 웨이크' 시리즈처럼 주인공이 어둠을 헤쳐나가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이 영화는 아일랜드 시골 호텔을 배경으로 한 고품질 공포 체험으로, 다시 한번 입장료를 내고 경험하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공포물이다.

한편 영화 '호컴'은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부천 초이스 월드: 장편' 섹션에서 상영했으며 오는 22일 개봉, 쿠키 영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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