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확실히 '호프'의 가장 강력한 부분은 처음 1시간이다. 정체를 모르는 거대한 존재가 한국의 시골 마을을 침범한다는 설정은 초반부터 굉장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호포항의 출장소장 범석(황정민)이 외계인의 흔적을 따라가는 이 1시간이 특별했던 이유는 쑥대밭이 된 농촌과 뛰어난 카메라 앵글이다. 범석이 처음으로 외계인의 존재를 인식하는 그 순간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봉준호의 '괴물'이 떠올랐다. 봉준호는 '한강에 괴물이 나타난다면?'이라는 상상력을 발휘하여 정말 해보고 싶었던 그 꿈을 실현하였다. 나홍진 감독은 더 나아가서 '외계인이 시골에 나타난다면?'이라는 거대한 상상력을 실현하였다. 구수한 사투리와 친근한 욕설을 퍼붓는 시골 사람들이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볼 법한 외계인들과 마주하는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설렌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미래와 현대 도시가 무너지는 SF 장르를 너무 많이 경험했다. 마블의 어벤져스가 서울 강남 도시에서 전투를 벌이거나 블랙팬서 팀이 부산 광안대교에서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도 봤다. '호프'는 특별하다. 마을 회관과 논밭이 있는 농촌이 쑥대밭이 된 장면들은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다. 우리에게 낯익은 시골 마을이 망가지는 충격이 이렇게 클 줄은 상상도 못했다.
대신에 유머를 의도하는 대사들은 거의 통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순박한 시골 사람들이라는 설정 때문으로 보였는데, 욕설이 지나치게 많고 일부 대사는 상황에 맞지 않은 것처럼 들려서 몰입을 방해했다. 물론 나홍진 감독이 리얼리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에서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동네 아저씨들이 상황에 맞지 않게 계속 떠들어대니, 톤이 다소 어긋난 것처럼 보이는 면이 있다.
의외로 재밌는 캐릭터는 있었다. 올해 80세에 접어든 배우 임현식이다. 산삼을 캐는 할아버지로 나오는 임현식은 외계인의 목격담을 무용담처럼 말하는 역할을 맡았다. 임현식의 유머를 이해하는 관객이 아니더라도 그의 입담에서 웃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여명의 눈동자'와 '모래시계'에서 의도적인 어색한 연기로 웃음을 준 임현식 배우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나홍진 감독도 임현식만이 할 수 있는 과장된 말투와 제스처가 탐이 났을 것이다.
이 영화는 이미 한국 영화사에서 큰 획을 그었다. 한국 영화계는 SF 장르는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손도 대지 못했다. '여고괴담'이 체벌 문제를 반영하여 크게 흥행하자 곧바로 아류작들이 쏟아진 것처럼, 트렌드를 따라가는 추세에 저항하지 못했다. 외계 문명과 괴수, 농촌에 등장한 우주선 등은 한국 영화의 공식에서 벗어난 키워드다. 거장으로 올라선 나홍진 감독이 과감하게 시도한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한편 영화 '호프'는 오는 15일 개봉하며 쿠키 영상이 1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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