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이기에 만들 수 있는 이야기”… 제15회 스웨덴영화제 개막

서울·부산·인천·대구 순회 상영… 로맨스부터 자전적 에세이까지 폭넓은 영화적 시도

사진=제15회 스웨덴영화제 제공
사진=제15회 스웨덴영화제 제공

제15회 스웨덴영화제가 '스웨덴이기에 만들 수 있는 이야기'를 주제로 9편의 스웨덴 영화를 선보인다.

개막작 '세븐 스텝'과 제55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타이거 경쟁부문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작 '아름다운 그해'가 포함했다. 두 작품은 장르와 형식은 전혀 다르지만, 국제 영화계에서 주목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세븐 스텝'이 사랑의 과정을 미스터리 구조로 풀어낸 로맨스 영화라면, '아름다운 그해'는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어린 시절의 기억과 욕망을 되돌아보는 자전적 다큐멘터리 에세이다.

안드레아스 외만 감독의 '세븐 스텝'은 사랑의 과정을 일곱 단계로 정의하는 한 여성의 독특한 연애관에서 출발한다. 주인공 엘르(베로니카 마지오)는 사랑에는 정해진 단계가 있다고 믿는다. 1단계는 사랑에 빠지는 것, 2단계는 장애물, 3단계는 사랑, 4단계는 일상, 5단계는 갈등, 6단계는 다시 불붙는 관계이며 마지막 7단계는 직접 도달해야 알 수 있는 단계다. 엘르는 이 일곱 단계가 자신의 삶을 규정한다고 믿는다.

엘르와 요제프(조엘 스피라)는 1년 동안 사랑과 여행, 낭만적인 모험을 함께한다. 그 와중에 두 사람이 여섯 번째 단계에 이른 순간 엘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요제프는 그녀가 남긴 흔적을 따라 과거를 되짚으며 사라진 이유를 찾기 시작한다.

흥미로운 것은 영화가 전형적인 로맨스의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웨덴 공영방송 SVT의 캐롤라인 하이너 평론가는 스릴러와 탐정극의 요소를 결합한 작품으로 평가했다. 엘르가 사라진 뒤 요제프가 단서를 찾고 퍼즐을 풀어가는 과정이 영화의 주요 동력이 된다는 분석이다. 하이너는 영화가 사랑의 상처를 피하기 위해 만들어낸 엘르의 규칙을 통해 결국 사랑에는 완벽한 안전장치가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안드레아스 외만은 스웨덴 북부 출신의 작가 겸 감독이다. 여러 편의 단편영화를 만든 뒤 2010년 장편 데뷔작 '심플 사이먼'(I rymden finns inga känslor)을 내놓았다. 이 영화는 스웨덴의 2011년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출품작으로 선정됐됐으며, 스웨덴 개봉 직후 상당한 흥행을 기록했다.

이후 감독은 '비치 허그', '이터널 서머', '원 데이 올 디스 윌 비 유어스' 등을 연출했으며, '세븐 스텝'은 그의 여섯 번째 장편영화다. '세븐 스텝'은 2026년 스웨덴 최고 권위의 영화상인 굴드바게상에서 8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베로니카 마지오와 조엘 스피라의 주연상, 각본상, 촬영상, 의상상 등이 포함됐다.

'아름다운 그해'는 안젤리카 뤼피에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어린 시절에 살던 프랑스의 집을 정리하던 감독이 과거의 일기장을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일기장에는 10대 시절 역사 교사에게 품었던 강렬한 사랑과 욕망의 기억이 남아 있다.

뤼피에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어린 시절 집을 정리하면서 자신이 10대 시절 역사 교사에게 품었던 강렬하고 혼자만의 사랑을 다시 떠올리고, 결국 그 교사를 다시 만나고 싶다는 욕망을 품게 된다. 로테르담영화제는 이 작품을 기억과 욕망을 다시 들여다보는 섬세하고 성찰적인 에세이 영화로 평가했다. 과거의 사랑을 단순히 회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 사이를 오가면서 복잡한 질문을 던진다.

'아름다운 그해'는 2026년 제55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됐으며 타이거 경쟁부문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로테르담영화제 심사위원단은 이 작품을 상실을 겪는 한 여성이 첫 사랑과 욕망의 감정을 다시 만나는 친밀한 초상으로 평가했다. 세대와 고독을 가로지르는 독특한 목소리와 솔직하고 섬세한 접근을 수상 이유로 꼽았다.

안젤리카 뤼피에는 프랑스에서 성장하고 2017년부터 스웨덴을 기반으로 활동해 온 스웨덴·프랑스계 영화인이다. 스톡홀름예술대학교에서 다큐멘터리 연출 석사학위를 받았다. 여러 편의 단편을 연출했으며 '아름다운 그해'가 첫 장편이다.

제15회 스웨덴영화제 방한 게스트.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개막작 〈세븐 스텝〉 안드레아스 외만 감독, 〈아름다운 그해〉 안젤리카 뤼피에 감독, 아트&밥(Art&Bob) 얀카 호단 쇠데르 대표, 언리미티드 스토리즈(Unlimited Stories) 에밀 비클룬드 대표.
제15회 스웨덴영화제 방한 게스트.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개막작 〈세븐 스텝〉 안드레아스 외만 감독, 〈아름다운 그해〉 안젤리카 뤼피에 감독, 아트&밥(Art&Bob) 얀카 호단 쇠데르 대표, 언리미티드 스토리즈(Unlimited Stories) 에밀 비클룬드 대표.

제15회 스웨덴영화제가 두 작품을 나란히 소개한다는 점도 그래서 의미가 있다. 영화제 측이 내세운 올해의 주제인 ‘스웨덴이기에 만들 수 있는 이야기’가 특정한 장르나 스타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로맨스와 미스터리부터 자전적 다큐멘터리까지 스웨덴 영화가 보여주는 현재의 폭넓은 영화적 시도를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다.

제15회 스웨덴영화제는 이날 8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아트하우스 모모를 시작으로 부산 영화의전당, 인천 영화공간주안, 대구 CGV 대구현대에서 차례로 열린다.

상영 일정 및 장소

서울: 9월 8일(화) - 9월 14일(월) / 아트하우스 모모

부산: 9월 10일(목) - 9월 14일(월) / 영화의전당

인천: 9월 10일(목) - 9월 13일(일) / 영화공간주안

대구: 9월 18일(금) - 9월 20일(일) / CGV 대구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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