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톰 크루즈가 한국을 찾아 영화 '디거'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전했다. 할리우드 대표 액션 스타의 이미지를 벗어나 괴짜 재벌 캐릭터로 파격적인 변신에 나선 그는 작품을 선택한 이유부터 오스카상에 대한 생각, 이냐리투 감독과의 협업 과정까지 밝혔다.
지난 1일 한국에서 열린 영화 '디거' 기자간담회에서는 연출을 맡은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감독도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불참했다. 톰 크루즈는 먼저 "이냐리투 감독이 정말 함께하고 싶어 했지만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 참석하지 못했다"라며 감독을 대신해 한국 언론과 팬들에게 감사와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어 "한국을 다시 찾게 되어 매우 기쁘며 오늘 이 자리를 함께해 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이번 방한은 톰 크루즈의 통산 13번째 한국 방문이다. 그는 "한국을 정말 사랑한다"라며 “날씨도 아주 훌륭하고, 새롭게 선보이는 영화 '디거'를 여러분과 함께 나누게 되어 가슴이 벅차다"라고 말했다. 이어 "불러만 주신다면 앞으로 30번은 더 오고 싶다"라고 밝혀 현장 관계자들에게 웃음을 줬다.
'디거'는 '버드맨',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등을 연출한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감독의 신작이다. 꼰대 괴짜 재벌 '디거 록웰'의 그린란드 빙하 시추 시설에서 발생한 작은 균열이 전 세계를 뒤흔드는 역대급 대재앙으로 이어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톰 크루즈는 기존의 액션 스타 이미지와는 상당히 다른 '디거 록웰'이라는 인물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관객이자 영화인으로서 늘 다양한 장르를 경험하고 연구하는 것을 좋아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스티븐 스필버그, 스탠리 큐브릭, 마틴 스코세이지, 크리스토퍼 맥쿼리 등 훌륭한 감독들과 작업해 왔지만 '디거 록웰' 같은 캐릭터는 살면서 읽어본 적도, 본 적도 없는 완전히 독창적인 인물이었다"라며 "아티스트로서 이 놀라운 세계관에 도전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외형부터 말투와 움직임까지 파격적인 변화를 보여준 캐릭터 구축 과정에 대해서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반영했다고 밝혔다. 다만 작품을 통해 오스카상을 노린다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서는 수상 자체보다 영화 제작 과정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톰 크루즈는 "수상이나 개봉 첫 주 스코어 같은 것보다는 영화라는 예술 작품을 만들어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특권 자체에 집중한다"라며 "오스카나 비평가들의 반응은 그 이후에 따라오는 아름다운 부산물일 뿐"이라고 말했다.
'디거'가 물질주의와 자본주의, 정치에 대한 풍자를 담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간의 본성'을 작품의 핵심으로 꼽았다. 그는 "저를 매료시키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라며 "이 영화는 현대적인 틀 안에 담겨 있지만 그 본질은 시간과 시대를 초월한 인간의 행동 양식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치를 넘어선 인간의 이야기"라며 "풍자와 유머, 드라마를 통해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고, 관객들이 영화를 본 후 서로 담론과 대화를 나누게 만드는 힘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영화의 독특한 미장센과 형식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톰 크루즈는 분장과 의상, 세트 디자인, 아날로그 미니어처 등 화면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세밀하게 핸드메이드로 제작됐다고 밝혔다. 또한 영화에 적용된 비스타비전 포맷에 대해서도 "단순히 대형 화면으로 보여주기 위해 선택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 이야기와 캐릭터의 깊이감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도구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 가운데 하나인 약 10분간의 롱테이크 독백 장면에 대한 비하인드도 공개했다. 톰 크루즈는 해당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신체 훈련과 발성, 음악, 춤 등을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는 "엄청난 기술과 집중력이 요구되는 작업이었다"라며 "촬영 전 신체 훈련과 발성, 음악, 춤 등을 준비하고, 카메라가 돌기 시작하면 마치 재즈를 연주하듯 자유롭게 연기한다"라고 말했다.
당초 해당 장면의 촬영에는 약 4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톰 크루즈는 "제작 준비와 훈련이 완벽하게 되어 있어 단 4번의 테이크, 하루 만에 촬영을 끝냈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냐리투 감독이 자신을 껴안으며 "더 이상 찍을 필요 없다"라고 말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정말 짜릿한 특권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이냐리투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서는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톰 크루즈는 "이냐리투 감독은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지배력과 톤, 리듬을 다루는 감각이 독보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영화의 음악과 사운드에 대해서도 "코스모 음악 감독이 새 소리와 자연음을 직접 녹음해 구성하는 등 독창성의 결정체"라며 작품 전반에 걸친 창작진의 접근 방식을 높이 평가했다. 이어 "현장에서 이냐리투 감독은 제 형제이자 파트너 같았다"라며 "서로 끊임없이 영감을 주고받으며 한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톰 크루즈는 한국 관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는 "오늘 아침 한국에 도착했는데 따뜻하게 맞아주신 한국 언론과 팬분들께 감사드린다"라며 "한국 관객분들이 극장에서 영화를 즐겁게 관람하시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시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톰 크루즈와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감독의 만남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영화 '디거'는 오는 3일 국내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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