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갓 임페러 둠'의 재림? '어벤져스: 둠스데이' 예고편과 원작 파헤치기

인커전과 상실, 리드 리처즈와의 숙명적 대립까지…예고편에 숨겨진 '시크릿 워즈'의 단서들

사진=MarvelKorea 유튜브 채널 캡처
사진=MarvelKorea 유튜브 채널 캡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닥터 둠이 또 한 번 새로운 모습을 드러냈다. 마블 스튜디오가 공개한 영화 '어벤져스: 둠스데이'의 새로운 영상은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빅터 폰 둠의 존재감과 함께, 지난 2015년 마블 코믹스의 대형 이벤트 '시크릿 워즈'를 어느 방향으로 영화화할 것인지 짐작하게 만드는 장면들을 담아냈다.

예고편을 보면 둠은 자신의 과거를 잃어버린 비극적 인물로 나오는 듯하다. 미스터 판타스틱 리드 리처즈와 직접 대립하는 장면도 나왔고, "너희 모두는 누군가의 삶을 훔쳐 살아왔다"라는 대사에서는 원작 '시크릿 워즈'에서 닥터 둠이 어떻게 다중우주의 파괴 이후 절대적인 신으로 군림하게 됐는지를 떠올리게 한다.

무엇보다 토르를 가볍게 압도한 뒤에 센티널 군단을 움직이는 마지막 장면은 이 영화의 닥터 둠이 기존 MCU의 일반적인 빌런과는 전혀 다른 급의 존재로 설정됐음을 강하게 암시한다. 특히 "지옥도 내게 복종하지. 내가 바로 둠이다"라는 대사에서 강렬한 카리스마가 엿보인다.

영상 초반에는 왕좌에 앉아 있는 닥터 둠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녹색 에너지가 바닥을 타고 흐르는 공간에서 둠은 마치 이미 하나의 왕국을 완전히 지배한 군주처럼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마블이 그를 처음부터 '절대악'으로 소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판타스틱 포의 수 스톰(바네사 커비)은 빅터에 대해 "항상 어느 자리에서나 가장 똑똑한 사람이었다"라며 그가 과거에는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이었다고 설명한다. 이어 "그가 사랑했던 모든 것을 빼앗겼다"라는 내용이 이어진다. 즉 닥터 둠이 모든 것을 잃은 뒤 세상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구하려는 인물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사진=MarvelKorea 유튜브 채널 캡처

이 부분은 원작의 닥터 둠과도 상당히 잘 맞는다. 원작에서 빅터 폰 둠은 단순한 악당이 아니다. 그는 라트베리아의 군주이면서 과학과 마법을 동시에 다루는 천재다. 특히 2015년 '시크릿 워즈'에서는 다중우주의 붕괴를 막아내고 스스로 신이 된다.

마블 공식 코믹스에서는 둠이 인커전으로 무너지는 다중우주에서 살아남은 현실의 파편들을 모아 배틀월드를 만들고, 그 위에서 '갓 페러 둠'으로 군림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둠스데이'에서 강조되는 '상실'은 향후 둠이 자신의 폭력과 지배를 '구원'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하는 과정​과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너희 모두는 누군가의 삶을 훔쳐 살아왔다. 이제 그것을 돌려줘야 한다."라는 닥터 둠의 대사는 꽤 중요해 보인다. 2015년 원작에서 마블의 다중우주는 인커전이라는 현상으로 붕괴한다. 서로 다른 우주가 충돌하면서 두 현실이 함께 파괴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결국 최후의 인커전에서는 지구-616과 얼티밋 유니버스까지 소멸한다. 그 과정에서 닥터 둠은 몰큘맨과 함께 비욘더즈의 힘을 이용해 다중우주의 잔해를 보존하고, 그것들을 조합해 새로운 세계를 만든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배틀월드다.

마블의 공식 설명에 따르면 배틀월드는 여러 현실의 조각을 이어 붙인 거대한 패치워크 세계이며, 각 영역은 서로 다른 현실의 규칙을 유지하면서도 모두 닥터 둠에게 복종한다. 둠은 그 세계의 절대적인 지배자가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둠이 자신을 '유일하게 세계를 구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히어로들은 다중우주를 지키는 데 실패했다. 반면 둠은 실패한 세계의 잔해를 모아 새로운 질서를 만들었다. 따라서 둠의 논리는 간단하다.

'너희가 실패했기 때문에 내가 세상을 다시 만들었다.'

다만 현재 공개된 영상만으로 영화의 구체적인 설정이 확정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확실한 것은 영화가 '상실'과 '다중우주', 둠의 독특한 신념을 연결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진=MarvelKorea 유튜브 채널 캡처

또 하나 눈여겨볼 장면은 페드로 스칼의 리드 리처즈가 둠을 향해 "빅터, 네가 한 짓이야?"라고 외치는 장면이다. 닥터 둠의 가장 중요한 숙적은 미스터 판타스틱 리드 리처즈다. 원작 '시크릿 워즈'에서도 두 사람의 관계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둠은 다중우주를 구한 뒤 스스로 신이 됐지만, 배틀월드에서도 리드에 대한 열등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다. 그는 리드를 역사에서 지워버리고, 수 스톰을 자신의 아내로 만들며, 프랭클린과 발레리아를 자신의 자녀로 삼는다.

원작 역시 둠과 리드의 대립을 중요한 이야기 축으로 설명한다. 결국 리드는 둠과 직접 맞서고, 둠은 자신보다 리드가 다중우주를 더 잘 재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이후 몰큘맨의 힘이 리드에게 넘어가고, 리드는 무너진 현실을 다시 구축한다. 이번 예고 영상으로 인해 원작의 핵심을 어느 정도 계승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에도 토니 스타크의 얼굴은 볼 수 없었다. MCU에서 토니 스타크는 이미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 세계를 구했다. 그런 사람이 이번에는 닥터 둠이라는 최악의 적으로 등장한다. 그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른 우주의 토니 스타크가 닥터 둠이 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현재로서 토니 스타크와 닥터 둠의 관계를 확정할 수 없으나, MCU와 원작을 함께 놓고 보면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자신의 지성과 기술이 천재적이었다는 점이다. 토니 스타크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지구를 지키기 위해 울트론이라는 방어 시스템을 만들어내려 했다. 문제는 그가 평화를 위해 만들어낸 통제 시스템이 오히려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는 것이다. 둠은 혼란을 싫어하고, 무능과 우유부단함을 경멸한다. 다중우주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라는 논리로 세계를 재구축한다.

여기서 빠질 수 없는 작품이 '인퍼머스 아이언맨(Infamous Iron Man)'이다. 2016년 시작된 이 시리즈에서 빅터 폰 둠은 토니 스타크가 쓰러진 이후 아이언맨의 역할을 이어받는다. 마블 공식 소개 역시 이 작품을 '새로운 아이언맨은 빅터 폰 둠'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그 때문에 MCU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캐스팅을 두고 '인퍼머스 아이언맨'과의 연결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돼 왔다.

닥터 둠이 토르를 가볍게 제압하는 장면도 원작 '시크릿 워즈'의 갓 임페러 둠을 떠올리게 한다. 원작에서 신의 권능을 손에 넣은 둠은 기존의 강자들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힘을 보여준다. 특히 피닉스 포스의 힘을 얻은 사이클롭스를 순식간에 제압하는 장면은 갓 임페러 둠의 압도적인 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마지막에 둠의 조종으로 일어서는 센티널 군단은 X-Men 영화 시리즈에서 등장했다. 원작에서는 배틀월드의 토르 군단이 등장하는데, 여러 토르들이 모인 경찰 및 집행 세력으로, 갓 페러 둠의 명령을 수행한다.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원작 '시크릿 워즈'에서 또 하나 중요한 인물이 닥터 스트레인지다. 스트레인지는 둠의 오른팔이자 배틀월드의 질서를 유지하는 '셰리프 스트레인지' 역할을 맡는다. 마블 공식 설명에서도 스트레인지는 둠의 가까운 동료이자 조언자로서 배틀월드의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본래 세계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고, 결국 둠에게 반기를 들면서 목숨을 잃는다.

현재로서는 원작의 셰리프 스트레인지 구도가 그대로 등장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만약 MCU가 '시크릿 워즈'의 배틀월드 구조를 본격적으로 가져온다면, 스트레인지가 둠의 절대 권력과 그 권력을 내부에서 의심하는 인물로서 상당히 유용하다.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공식적으로 출연한다는 말은 없지만, 출연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마블은 이미 어벤져스 둠스데이와 시크릿 워즈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만큼 이번 두 영화가 향후 MCU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MCU가 원작의 배틀월드와 갓 페러 둠을 그대로 재현할지, 아니면 기존 멀티버스 사가의 설정과 엑스맨, 판타스틱4, 어벤져스의 세계를 섞어 새로운 형태로 재창조할지는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특히 첫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첫 얼굴 공개가 어떤 감정으로 이어질지도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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