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후기] '비키퍼' 머리 비우고 보면 사이다 액션…제이슨 스타뎀의 속 시원한 응징

스타뎀표 액션과 B급 정서의 만남

사진=네이버 영화
사진=네이버 영화

'비키퍼'는 상당히 웃기는 영화다. 전직 암살 요원이 피싱 사기를 주도한 콜센터를 박살 내는데 30분이 안 걸린다. 현실에서는 피싱 조직 하나 잡으려면 계좌와 서버 추적, 국제 공조, 압수수색, 증거 확보, 재판까지 엄청난 절차가 필요하다. 영화는 피싱 사기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피해자의 개인적인 복수를 결심하자마자 콜센터가 날아가 버린다. 이렇게 강한 대리 만족이 끝나고 나면, 이제 제이슨 스타뎀이 연기한 전직 암살 요원 비키퍼를 전설적 인물로 떠받들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웃음을 준 사람은 피해자의 딸이다. 경찰인 그녀는 바로 사건을 추적해야 하지만, 콜센터가 폭발한 이후에 주인공에게 호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대리 복수가 완성되자 기밀 조직인 비키퍼에 호기심을 느끼고 꿀벌 책에 파고들기 시작했다. 주인공이 배후를 조사하고 응징할 준비를 하는 동안에 피해자의 딸은 꿀벌의 생태계에 빠져 있는 것이다.

피해자의 딸은 비키퍼가 어떤 조직인지 관객에게 설명하는 역할인 셈이다. 문제는 그것이 너무 노골적이고 영화도 심각하게 보지도 않는다. '비키퍼'의 은유를 이해하고, 도덕적 판단의 장치로 보이는데, 그녀의 직업적 의무가 쌓이기도 전에 내레이션 같은 대사가 나오니까 심각하지 않고 오히려 웃기는 것이다.

이런 B급스러운 움직임은 전직 CIA 국장의 입에서도 확인된다. 콜센터 배후의 아버지로 확인된 이 남자는 비키퍼의 전설을 찬양하는데 급급하다. 스티븐 시걸이 나왔던 '죽음의 땅(1994)'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있었는데, 보스라는 사람이 오히려 스티븐 시걸을 찬양하는 것 때문에 많이 웃었던 기억이 난다. 영화 '비키퍼'에서도 당시 90년대 B급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대사들이 쏟아진다.

다른 비키퍼가 주인공을 제거하기 위해 주유소에 기관총을 난사하는 장면에서는 확실히 첩보 액션의 정통성을 포기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밀 조직이라고 하더니 사람 크기만한 기관총을 동원했으니 말이다. 주인공의 반격도 이런 허술함을 덮어줄 정도로 멋있지는 않는데, 한편으로는 '엑스 대 세버(2022)'의 루시 리우가 학살하는 장면이 떠오를 정도로 괴상하기까지 하다.

사실 비키퍼라는 설정 자체부터 B급 영화의 냄새가 난다. 정부도 잘 모르는 기밀 조직이고, 필요하면 사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도록 유지하는 일종의 안전장치라는 것이다. 한번 타깃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 비키퍼가 피싱 조직을 노렸다는 설정까지는 그럴듯하지만, 배후 세력도 '너무 많이 갔다'라는 느낌이 강하다. 권력형 범죄와 금융 사기의 연결 자체는 충분히 영화적 소개가 되겠지만, 그 구조를 파고들기도 전에 가장 빠르고 큰 설정으로 점프해 버렸다. 이렇게 되면 악이 시스템에서 생긴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저 돈 많고 힘이 강한 집안이 나쁜 놈들이라는 아주 단순한 설정으로 쪼그라들어 버린다. 그 때문에 영화가 노리는 풍자와 스릴러도 약해질 수밖에 없고, 오히려 웃음이 나오는 것이다.

그나마 마지막 특수 요원과의 육탄전이 상대적으로 괜찮았다. 적도 몸싸움의 무게와 기술이 느껴지고, 제이슨 스타뎀다운 장점도 보인다. 본래 제이슨 스타뎀은 과장된 설정 속에서도 액션을 할 줄 아는 배우니까.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완전 망쳤다기보다 스스로 B급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은퇴한 전설의 요원, 끝없이 올라가는 악당의 윗선, 80~90년대식의 과장된 대사, 주인공의 괴물 같은 능력 등이 필터링을 거치지 않은 채 그대로 노출된다.

'비키퍼'는 제이슨 스타뎀의 사이다 액션을 중심에 두지만, 나머지는 엄숙한 척하는 B급 대사와 과잉 설정이 웃음을 주는 영화다. 초반의 응징은 누가 봐도 정말 속 시원하고, 스타뎀이 벌집의 왕벌이라도 된 듯 미국의 권력 전체를 쑤시고 다니는 광경도 그저 구경하는 맛으로 즐기면 될 것 같다. 진지한 복수극이나 정통 첩보 액션으로는 허술하지만, 그 B급스러운 뻔뻔한 전개가 웃음을 주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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