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상수 감독의 35번째 장편영화 '눈 둘 데가 없네'가 국내 개봉을 확정했다. 이 영화는 제79회 로카르노 영화제 감독상과 최우수 연기상, 에큐메니컬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해외 매체에서는 영화의 소박한 형식과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포착되는 인간관계의 미묘한 균열에 주목했다.
영화는 홍상수 감독에게는 또 하나의 새로운 시도이며, 그의 영화 세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으로 읽힌다. 영화는 어린 시절 부모가 이혼한 뒤 조부모와 함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상희가 제주도에 정착한 어머니를 찾아가면서 시작된다. 어머니는 오랫동안 해온 일을 그만두고 영화 제작을 시작했고, 상희는 어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받아들이기 힘든 충고와 뜻밖의 만남, 과거의 사실들과 마주한다. 그 와중에 상희가 만든 영화 중 하나를 다른 식구들이 몰래 보게 된다.
'버라이어티'는 "홍상수 영화의 정수를 가장 친근하고도 충실하게 보여준다"라는 취지로 평가하면서 김민희에 대해 깊은 감정을 품은 훌륭한 연기로 짚었다. '스크린데일리'는 어머니를 찾아가는 여성의 복합적인 감정을 조용하지만 깊게 포착한 작품으로 평가했다. '리베라시옹'은 홍상수 특유의 소박하면서도 매력적인 영화적 정서를 이어가는 작품으로 해석했다.
홍상수의 영화에서 일상적인 대화는 인물의 내면과 관계의 구조를 드러낸다. 별것 아닌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물이 어떤 단어를 선택하고 상대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관계의 온도가 계속해서 달라진다.
'인 리뷰 온라인'은 이 작품이 홍상수의 기존 작품들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했던 ‘구조적 반복’과 관계에 대한 탐구를 통해 영화적 시선이 어떻게 전달되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아웃룩 인디아'는 잔잔한 음조의 드라마와 대화 중심의 구성 속에서 사람들이 서로를 바라보고, 다시 바라보며, 새로운 시선으로 세계를 이해하려는 홍상수 감독의 탐구를 언급했다.
홍상수의 영화를 보고 있으면, 사람과 사람이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눌 때 표정과 몸짓, 침묵, 시선의 방향까지 눈길이 간다. 가족이라는 가장 가까운 관계에서도 오히려 무엇을 보고 말을 해야 할지 난처해지는 순간이 생긴다. 너무 익숙하기 때문에 외면하고 싶은 것도 있고, 너무 가까워서 제대로 바라보기 어려운 것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눈 둘 데가 없네'라는 제목은 인물을 바라보는 방식을 함축하는 제목처럼 보인다. 인물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짧은 순간과 대화 사이의 공백을 통해 관계의 본질에 접근한다.
72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도 눈길을 끈다. '뉴욕 메트로폴리스'는 이 영화가 짧고 간결하지만 오래 마음에 남는 작품이라고 평가했고, '알 에스 아이'는 전통적인 영화 문법을 따르면서도 관객을 밀도 높은 세계로 단숨에 이끈다고 해석했다.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한 김민희도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인다. '인터내셔널 씨네필 소사이어티'는 김민희가 상희를 연기하며 보여주는 절제된 표정과 미세한 움직임을 영화의 강점으로 꼽았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배우의 얼굴과 몸을 통해 감정의 미세한 변화를 포착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홍상수의 영화적 언어와 김민희의 연기가 정확하게 맞물렸다는 평가에 가깝다.
홍상수 감독의 35번째 장편 '눈 둘 데가 없네'는 내달 6일 열리는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국내 최초 공개되며, 21일 극장을 통해 관객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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