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다' 션 헤이더 신작… 장애인 권리운동가 주디 휴먼 영화 '나는, 휴먼'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개막작 선정…세상을 바꾼 기적의 실화

사진=Apple TV 제공
사진=Apple TV 제공

장애인 권리운동의 상징적 인물 주디 휴먼의 삶이 영화로 나온다.

'나는, 휴먼'은 지난 1977년 미국 장애인 권리운동의 역사적 사건인 '504 점거농성'을 이끈 주디 휴먼의 이야기를 그린 실화 바탕의 영화다. 루스 매들리가 휴먼 역을 맡았으며, '코다'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션 헤이더 감독이 연출했다. 영화는 오는 10일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세계 최초 공개된다.

주디 휴먼은 지난 1947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나 2023년 세상을 떠난 장애인 권리운동가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을 비롯한 여러 기관은 그녀를 장애인 권리운동의 어머니(Mother of the Disability Rights Movement)로 소개한다.

휴먼은 두 살 때 소아마비에 걸린 뒤 휠체어를 사용하게 됐다. 어린 시절부터 장애를 이유로 차별을 경험했다. 뉴욕에서 교사가 되려 했을 때 휠체어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교사 자격증 발급을 거부당했다. 이에 휴먼은 뉴욕시 교육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교사 자격증을 받아 뉴욕시 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게 됐다. 당시 법원 기록에도 뉴욕시 교육위원회가 휠체어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교사로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자격증을 거부했다는 사실이 남아 있다.

이 사건은 휴먼에게 장애인 전체의 권리를 위한 싸움에 나서는 계기가 됐다. 이후 그녀는 장애인 권리운동 단체를 결성했고, 캘리포니아 버클리로 활동 무대를 옮겨 독립생활운동에도 참여했다.

'나는, 휴먼’이 집중하는 사건은 1977년 벌어진 '504 점거농성'이다. 당시 미국에서는 1973년 제정된 재활법(Rehabilitation Act of 1973)의 제504조, 즉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프로그램이나 기관에서 장애를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이 마련돼 있었지만, 이를 실제로 시행하기 위한 규정이 수년간 확정되지 않고 있었다. 장애인 권리운동가들은 정부가 법을 실질적으로 시행하도록 요구했다.

지난 1977년 4월 5일 미국 10개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인 시위가 시작됐고,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장애인 활동가들이 보건교육복지부(HEW) 지역 사무소 건물 안으로 들어가 농성을 시작했다. 주디 휴먼은 이 투쟁의 주요 조직자이자 현장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

샌프란시스코의 농성은 다른 지역의 시위보다 훨씬 오래 이어졌다. 장애 유형을 가리지 않고 모인 참가자들은 건물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정부가 504조 규정을 제대로 시행할 때까지 물러나지 않았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에 따르면 이 농성은 26일간 이어졌으며, 당시 연방청사에서 벌어진 가장 긴 점거농성​이었다.

당시 미국 보건교육복지부 장관은 조지프 칼리파노였다. 영화에서 마크 러팔로가 연기하는 인물이 바로 칼리파노다. 칼리파노는 1977년 4월 28일 결국 제504조 시행 규정에 서명했고, 샌프란시스코의 시위대는 서명 이후에도 이틀간 건물에 머문 뒤 농성을 마무리했다.

이 사건은 미국 장애인 권리운동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단순히 건물의 물리적 접근성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교육·고용·공공서비스 등 사회 전반에서 장애인을 차별하지 말라는 연방 차원의 권리를 현실화하는 투쟁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휴먼'은 션 헤이더 감독이 '코다' 이후 선보이는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코다'는 농인 가족과 음악을 꿈꾸는 딸의 이야기를 통해 장애와 가족, 소통을 다뤘고, 아카데미 작품상을 비롯한 주요 부문에서 수상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번에는 장애를 개인의 극복 서사가 아닌 권리와 차별, 사회 구조의 문제​로 바라본다. 실제 장애인 권리운동의 역사에서 결정적인 순간이었던 1977년 504 점거농성을 중심에 놓으면서, 한 사람의 싸움이 어떻게 집단적인 사회운동으로 확장되는지를 보여줄 전망이다.

주디 휴먼이 남긴 가장 큰 의미는 장애를 둘러싼 사회의 시선을 바꾸는 데 있었다. 개인에게 '적응하라'고 요구하는 대신 사회가 차별과 장벽을 제거해야 한다는 주장을 실제 법과 제도의 변화로 연결한 것이다.

'나는, 휴먼'은 토론토국제영화제 공개 이후 오는 11월 13일 애플TV 공개에서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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