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세 감독 '란 12.3', 내레이션 없는 파격 다큐가 온다

무성영화 문법+음악 연출로 긴박감 구현

사진=왝더독/프로덕션 에므 제공
사진=왝더독/프로덕션 에므 제공

이명세 감독의 시네마틱 다큐멘터리 영화 '란 12.3'이 개봉을 앞두고 예매를 시작했다. 작품은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시민과 국회 관계자들의 기록을 통해 재구성한 작품으로, 오는 22일 개봉 예정이다.

이번 영화는 대한민국 시민과 국회의원, 보좌진 등 약 300여 명이 제공한 자료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특히 시민 283명의 영상과 사진, 65개 의원실 기록을 포함한 방대한 아카이브가 활용되며, 사건의 흐름을 시간대별로 재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여기에 약 1만 5천 명이 참여한 크라우드 펀딩이 목표 대비 110%를 달성하면서 제작 단계부터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사전 시사회에서도 '내레이션이 필요 없는 영화', '감정이 직접 전달된다'는 반응이 이어지며 입소문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설명 대신 체험'…무성영화적 문법으로 접근

이명세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전통적인 다큐멘터리 형식을 과감히 벗어났다. 설명형 내레이션이나 인터뷰를 배제하고, 이미지와 리듬만으로 상황을 전달하는 무성영화적 문법을 선택한 것이다. '언어를 몰라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연출 원칙에 따른 것으로, 텍스트마저 하나의 이미지로 활용해 시각적 전달력을 극대화했다.

조성우 음악감독 역시 이러한 연출 방향에 맞춰 영상의 움직임과 색감에 음악을 정밀하게 대응시키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이른바 미키 마우징(Mickey Mousing) 기법을 적극 활용해, 이미지 자체의 리듬을 강조했다는 설명이다.

AI·애니메이션 결합…현실을 '드라마화'하다

영화는 실제 기록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일부 장면에서는 AI와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재현 방식을 활용했다. 이명세 감독은 현실의 긴박한 순간을 보다 강렬하게 전달하기 위해 특정 장면을 시각적으로 재구성하는 '드라마타이제이션'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특히 일상의 공간에 갑작스럽게 침투한 비상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웹툰·애니메이션적 요소를 병치한 점은 기존 다큐멘터리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현실의 비현실성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로 해석된다.

The End is Not…끝나지 않은 이야기

영화의 마지막에는 The End 이후 This is not이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사건이 과거로 끝난 것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문제라는 인식을 담은 연출이다.

이명세 감독은 "결론을 내리는 것은 관객의 몫"이라며, 단순한 사건 기록을 넘어 현재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남기를 의도했다고 밝혔다.

해외 확장 가능성…'기록의 영화'에서 '경험의 영화'로

란 12.3은 한국 사회 내부의 사건을 다루면서도, 언어를 최소화한 연출을 통해 해외 관객까지 고려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피를 흘리지 않고 민주주의를 지켜낸 과정, 이른바 '빛의 혁명'을 영화적 체험으로 전달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단순 기록물이 아닌 감각적 체험형 다큐멘터리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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