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연일지 모르겠지만, '싸이코 킬러(Psycho Killer)'를 보면 2015년에 나왔던 'Hatred'라는 게임이 떠오른다. 싸이코 킬러의 초기 각본이 2007년에 나왔으니 게임에 영감을 받았다는 근거는 없다. 그런데도 영화와 게임에 등장하는 악당이 인간적 동기보다 파괴 자체를 아이콘으로 세운다는 점에서 묘하게 닮아 있다. 긴 머리에 표정을 알 수 없는 어두운 마스크,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우직함, Antagonist를 자처하며 이름조차 중요하지 않다는 흉악범다운 태도가 많이 겹쳐 보인다.
목적의 결이 다르긴 하다. 게임의 주인공은 그저 세상이 싫어서 모두 죽이겠다는 것이 전부다. 그런 단순함이 게임의 핵심인 셈이다. 플레이어가 이 무자비한 살인범과 공범이 되어서 학살을 하는 것이다. 반면 영화의 악당은 최소한 자신만의 종교적 논리를 갖고 있다. 단순히 살인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지옥의 문을 열 수 있다고 믿는 종말론적 광신도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 면에서 영화의 악당이 사탄주의를 분별하는 모습은 나름 인상적이다. 사탄을 숭배한다면서 이를 부와 쾌락으로 소비하는 것들은 악당의 시선으로 봤을 때 가짜들이다. 그가 무자비한 살인마이면서 자신만의 종교 의식에서는 이상할 만큼 엄격한 심판자가 되는 것이다.
영화가 생각보다 잔인하지 않고, 일부 장면에서는 CG를 과하게 썼다는 점은 좀 서운하다. 오각별이나 피를 마시는 장면 등 잔혹한 이미지를 여기저기 배치하여 악당의 정체성을 만들려고 했던 것 같다. 문제는 그런 이미지들을 연결할 드라마와 연출이 약한 편이고, 서사적으로 누적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섬뜩한 장면이 있기는 하나, 전체적으로 공포의 추진력은 그리 좋지 않다.
주인공 제인(조지나 캠벨)이 남편의 죽음 이후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꽤 괜찮은 심리 스릴러가 됐을 것이다. 악당도 가짜 사탄주의자들과의 대비를 더 밀어붙였다면 강력한 공포물이 됐을 것이다. 제인은 슬픔과 집착이 변형되는 캐릭터가 되지 못하고, 단서를 쫓는 기능적인 역할만 하고 있다. 악당은 독특한 외형이 보이긴 하지만, 그의 사상과 과거를 충분히 파헤치지는 않는다. 확실히 사탄 숭배자의 정체성에 관심이 많은 영화는 맞지만, 동시에 그 감정을 발전시키는 못하는 있다.
결말은 게임과 반대로 꽤 영화적으로 해결하지만, 모호한 반전으로 마무리하고 말았다. 대단한 반전은 아니지만, 악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여운 혹은 후속작을 예고하는 갈무리 정도로 해석된다. 문제는 악당에 대한 단서나 서사가 충분하지 않아서 좀 뜬금없어 보인다.
이 영화가 게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기보다 반사회적 캐릭터가 나오는 연쇄 살인물과 먼 친척 정도로 정리된다. 둘 다 제작하게 된 계기도 확실히 차이가 있다. 그런데도 게임의 주인공이 자꾸 떠오르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긴장감은 떨어지지만, 살인마의 외형은 게임 속 캐릭터처럼 나름 그럴듯하기 때문이다. 이런 강렬한 이미지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서 다소 아쉬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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