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看)보기]는 작품을 관찰한다(看)는 의미와 본격적인 평가에 앞서 맛을 본다는 '간보기'의 의미를 함께 담은 씨네진의 초반 관전평 코너입니다.
'유부녀 킬러'는 평범한 워킹맘이 법망을 빠져나가는 흉악범을 처리하는 인물이라는 설정에 대해 큰 고민을 하지 않는다. 유보나(공효진)가 소속된 두루미 전자가 어떻게 예산을 조달하고 국가기관, 경찰, 언론의 감시를 어떻게 피해 왔는지 따지지도 않는다. 원작이 '거침없이 하이킥'이나 '안녕, 프란체스카' 같은 특이한 설정의 시트콤을 염두에 둔 웹툰이라서 본래 범죄의 심각성에 대해 사실적으로 묘사하지 않는 것이다.
오현남(하율리) 에피소드도 범죄 스릴러의 냉정한 인과보다 두루미 전자에 새 가족이 들어온다는 식의 정서를 택하고 있다. 두루미 전자 직원들도 사고사 위장, 저격, 독, 전문 해커, 무기 전문 등 맡은 업무는 모두 살벌하지만, 친한 직장 동료 정도로 작동하고 있다.
원작 웹툰도 애초에 리얼리티보다 블랙코미디와 가족 시트콤이 섞인 사적 응징물이기 때문에 드라마가 덜 현실적인 것도 아니다. 다만 웹툰이 덜 거슬릴 수도 있다. 한 회 안에서 킬러 액션과 육아, 시댁 스트레스로 빠르게 이어지니까 과장된 생활 코미디 정도로 쉽게 합의되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유보나의 저격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와 경찰이 제법 침착한 톤으로 다루다 보니 리얼리티를 따질 여지가 생긴다.
유보나가 킹피셔로 불리는 부분이 유치한 이유는 그 코드네임 때문이 아니라 영웅 브랜드가 됐기 때문이다. 마치 스파이더맨이나 배트맨처럼 언론에서 복귀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시민들은 킹피셔를 잡지 말라며 경찰에 항의 전화를 한다. 여기서 공권력과 사회 시스템에 대해 좀 더 고민했다면, '비질란테' 계열의 좀 더 차가운 스릴러물처럼 보였을 것이다. 드라마는 법망을 빠져나간 악인을 처리하는 정의로운 조직이라는 만화적인 설정 외에 딱히 관심이 없어 보인다.
최근에 끝난 SBS 드라마 '김부장'의 경우는 초반부터 딸의 생사를 걸고 아버지의 추격전이 시작된다. 딸을 제때 구할 수 있는지 강한 압박으로 들어간 덕분에 제법 현실적이었다. 김부장이 한 발만 늦어도 긴장감이 생기니까.
반면 '유부녀 킬러'는 4회까지 전개를 보면 모든 것이 잘 굴러가고 있다. 유보나는 저격도 잘하고, 싸움도 잘하고, 조직은 보호망이 되어 주고, 남편은 다정하고, 딸도 당장 위험하지 않다. 도덕적으로 변호하기 어려운 악인들이 퇴치당하고 있지만, 서스펜스로 연결되지는 못한다. 유보나의 남편이자 기자 권태성(정준원)과 형사 이동진(이상이)이 유보나를 추격하고는 있지만, 그저 그녀를 돋보이게 하는 장치처럼 보인다.
다만 원작에 나오는 '마마'가 출연한다면 갈등의 소재가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것이다. 보나의 과거를 따라가면서, 지금의 평범한 아내라는 정체성이 어떻게 허락되었는지 파고든다면 꽤 괜찮은 긴장감이 형성될 것이다. 드라마에도 고아였던 유보나가 마마로 보이는 여성과 손을 잡는 장면이 있었다.
드라마는 현실적인 사회 시스템에 원작의 시트콤적 이야기를 갖다 붙여서 다소 양식화하지 못한 면이 있다. 처음부터 과장된 액션 코미디로 가거나, 원작과 다르게 파격적으로 두루미 전자와 킹피셔의 모순을 진지하게 다뤘다면 더욱 선명했을 텐데, 지금은 그 중간 정도에 놓여 있는 것 같다.
이후에도 내부에 배신자가 생기거나 두루미전자의 붕괴 등 미드나 할리우드 영화의 문법을 기대하면 안 될 것 같다. 마마의 등장과 함께 권태성, 이동진의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이보다는 어느 정도 무게감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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