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심용환, 배우 하영 증조부 친일 논란 발언 사과 "반성하며 노력하겠다"

"오해와 모욕감 불러 일으켜…저의 부덕" 장문의 사과문 게재

사진=하영 인스타그램
사진=하영 인스타그램

역사학자 심용환이 배우 하영의 증조부 고(故) 안상호 씨의 친일 논란을 둘러싼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심용환은 대정친목회 가입 사실과 개인의 친일 행적을 어디까지 동일시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이날 13일 심용환은 자신의 SNS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분노의 핵심은 이 부분이었던 것 같다"라며 대정친목회에 대해 "친일 단체가 맞고 역사 연구자에게는 매우 익숙한 단체"라고 인정하면서도, 안상호 개인에 대해서는 현재 확인되는 연구 자료만으로 친일 활동의 전모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대정친목회는 지난 1916년 서울에서 조직된 친일단체로 평가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역시 대정실업친목회, 즉 대정친목회를 일제강점기 친일단체로 설명하고 있다. 역사학자 장신의 2007년 논문은 대정친목회가 조선총독부의 시책에 협조하는 내선융화 활동을 펼쳤고, 1920년대 중반 이후에는 참정권청원운동 등 정치적 활동으로 영역을 확대했으며, 이후 일제의 만주 침략과 창씨개명을 옹호하는 등 친일 성격을 강화했다고 분석한다.

심용환은 자신의 글에서 장신의 연구를 직접 언급하며 안상호가 1916년 11월 대정친목회 평의원으로 기록돼 있지만, 이후 명단에서는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또 해당 연구에서 안상호에 대한 설명은 고종의 전의 출신이며 안상호 진찰소를 운영했다는 정도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심용환은 "이 정도 자료를 두고 그는 '친일파가 맞아'라고 단정할 수 있다"라고 표현하면서, 자신이 이를 단정하는 것은 학문적으로 옳지 못한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안상호가 식민지 지배에 순응했으며 근대 의료 보급에는 적극적이었지만, 다른 영역에서는 일제와 관계를 맺으며 성공을 누렸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다만 친일 활동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초기 대정친목회 가입 기록과 생애 말년의 일부 기록에 집중돼 있는 만큼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용환이 근거로 제시한 것은 1948년 제정된 반민족행위처벌법이었다. 해당 법은 독립을 방해할 목적으로 단체를 조직하거나 그 단체의 수뇌 간부로 활동한 경우, 일본 국책 추진을 위한 단체에서 악질적인 지도적 행동을 한 경우, 개인으로서 악질적인 행위로 일제에 아부해 민족에게 해를 끼친 경우 등을 처벌 대상으로 규정했다. 또한 제6조에는 개전의 정상이 현저한 경우 형을 경감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심용환은 이를 통해 친일·반민족행위의 역사적 판단에도 행위의 정도와 구체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단순히 친일 인사들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만으로 개인의 모든 행적을 동일하게 평가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이 같은 설명이 논란을 완전히 가라앉힐지는 미지수다. 이미 대정친목회 자체가 학술적으로 친일단체로 규정돼 있는 만큼, 그 구성원이었다는 사실을 두고도 역사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반론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장신의 연구는 대정친목회가 단순한 사교단체에 머문 것이 아니라 이후 일제의 식민통치와 내선융화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활동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번 논란은 하영이 과거 인터뷰에서 자신의 가족사를 밝힌 사실이 알려지면서 본격적으로 확산됐다. 지난 2025년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 공개 당시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의료계 집안이라고 직접 언급했다. 당시 그녀는 아버지가 현직 의사이고 어머니가 과거 간호 전공을 했으며, 증조할아버지가 과거 한양에서 양의학으로 첫 개업을 한 의사라고 들었다고 밝혔다. 또 고종 황제를 진료했다는 이야기도 가족에게 들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하영은 이후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주치의는 아니셨다"라며 당시 한양에서 처음 양방을 개업한 의사였다고 설명했다.

심용환의 글이 비판을 받은 이유는 단순히 안상호에 대한 역사적 판단 때문만은 아니다. 하영의 가족사를 둘러싼 논란을 설명하며 "그냥, 방송 나왔다가 의사 집안 자랑해서 괘씸죄로 걸린 것 아니냐"라는 취지의 표현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역사적 사실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연예인의 태도와 품성을 판단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심용환은 "오해와 모욕감을 불러일으켰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저의 부덕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더욱 반성하며 노력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사과는 하였지만, 역사적 판단 자체를 철회한 것은 아니다. 안상호의 친일 여부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와 전문가들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는 점도 언급하며, 앞으로 학자들의 연구와 관련 전문가들의 합의, 국민적 소통을 거쳐 역사적 평가가 달라진다면 자신 역시 그 결과에 따라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하영은 지난 1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증조부 안상호의 과거 친일적 행적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가족의 자랑처럼 소개해온 점을 반성하며 사과했다. 논란 초기 사실관계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속사를 통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 전달돼 혼란을 키운 점과 입장 표명이 늦어진 데 대해서도 사과했다. 자신이 몰랐다는 사실이 역사를 가볍게 여길 이유가 될 수 없다며 후손으로서 증조부의 과오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가족의 역사와 일제강점기 역사를 제대로 공부하며 독립유공자와 광복을 위해 힘쓴 이들을 존경하는 마음을 행동으로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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