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모순의 동반자들"… '소피의 세계' 이제한 감독, '환희의 얼굴'로 돌아온다

한 사람의 삶을 따라가는 4개의 연작소설… 인간 내면의 복합적 결 포착

사진=마름모필름/씨에스픽쳐스 제공
사진=마름모필름/씨에스픽쳐스 제공

이제한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 '환희의 얼굴'이 국내 개봉을 확정했다. '환희의 얼굴'은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섹션과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 장편 경쟁 섹션에 초청되며 일찌감치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다.

영화는 한 사람의 삶을 네 개의 이야기로 나눠 들여다보는 연작소설 같은 형식을 취한다. 주인공 환희를 중심으로 각각의 이야기가 이어지며, 타인에 대한 동정과 관심, 새로운 장소에 대한 열망, 예상하지 못했던 배신과 사랑 등 한 인물이 살아가며 마주하는 다양한 감정과 관계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환희는 이야기 속에서 누군가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자신이 머물 새로운 장소를 염원하는가 하면, 자신조차 믿기 힘든 배신을 저지르기도 한다. 때로는 냉정하고 때로는 희생적이며 누군가에게 사랑을 베푸는 인물이다. 결국 영화는 하나의 성격이나 감정으로 규정할 수 없는 인간의 복합적인 얼굴을 따라간다.

예고편을 살펴보면 이러한 영화의 방향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영상은 햇살이 조용히 스며드는 실내에서 한 인물이 원고지에 글을 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따뜻한 원목의 질감과 절제된 음악, 정적인 카메라는 마치 한 편의 소설 첫 페이지를 펼치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이어 야외에서 책을 읽는 모습과 식당에서 마주 앉은 인물들, 빗물이 흐르는 창밖을 바라보는 인물의 모습이 차례로 등장한다. 특히 인물들의 얼굴을 가까이 포착한 장면에서는 말로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의 흔들림이 강조된다. 소설 속 이야기가 현실의 자신과 맞닿아 있을 때 발생하는 혼란과 고뇌가 표정과 시선만으로 전달되는 방식이다.

"그, 선생님 서문에 쓰신 말이요. 그거 혹시 저를 생각하면서 남기신 말인가요?"라는 내레이션은 영화가 탐구하는 핵심을 보여준다. 누군가가 남긴 글을 읽으며 그 안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그 의미를 되묻는 과정은 결국 타인을 이해하려는 시도와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오해도 함께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배낭을 멘 인물이 숲길과 동네 길을 지나고 계단을 올라가는 장면도 눈길을 끈다. 이야기를 따라가며 그 뒤에 숨은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처럼 읽힌다. 영화는 설명을 앞세우기보다 인물의 움직임과 공간, 표정 사이에 여백을 남겨 관객이 직접 감정을 완성하도록 유도한다.

영상의 마지막에는 어스름한 밤, 빨간 코트와 목도리를 두른 인물이 책을 펼쳐 읽는 모습이 담긴다. 이어 '안녕, 모순의 동반자들'이라는 문구가 등장하며 영화가 바라보는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함축한다.

'환희의 얼굴'은 '소피의 세계'를 연출한 이제한 감독의 두 번째 장편이다. 이제한 감독은 2012년부터 약 8년간 독립영화 제작사에서 일한 뒤 2020년 퇴사해 연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첫 장편 '소피의 세계'에 이어 '환희의 얼굴'을 선보이며 자신의 영화 세계를 확장하고 있다.

전작 '소피의 세계'는 2021년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와 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에 초청됐으며, 2022년 개봉했다. 영화는 여행자 소피가 서울 북촌에 머문 나흘간의 기록을 통해 수영이 과거의 일상과 관계를 다시 바라보는 이야기다.

당시 평단은 이제한 감독 특유의 담담하고 섬세한 시선과 일상의 감정을 포착하는 연출에 주목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작품에 대해 "예민한 형식의 완수"와 "두터운 감정의 축적"을 동시에 이뤄낸 영화라고 평가했다. 관객들 역시 영화가 보여주는 따뜻한 정서와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는 방식에 호평을 보냈다. 당시 영화제 추천사에서는 "여린 마음들, 작은 고마움, 기적 같은 만남과 애석한 이별"을 따뜻하게 담아낸 작품으로 소개됐고, 관객 평가에서도 과거의 사람과 감정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의 태도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소피의 세계'가 사진과 블로그, 기억을 매개로 지나간 시간을 다시 바라보는 영화였다면, '환희의 얼굴'은 이야기를 통해 한 사람의 내면과 관계를 여러 각도에서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조용한 미장센과 서정적인 음악, 인물의 표정과 독백을 중심으로 감정의 여백을 만들어내는 이번 작품이 이제한 감독의 영화적 세계를 어떻게 확장했을지 주목된다.

한편 영화 '환희의 얼굴'은 내달 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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