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사한 햇살이 내리쬐는 등굣길, 친구의 인사를 받으며 환하게 웃는 평범한 여고생 미코. 평범했던 일상은 어느 순간 완전히 뒤바뀐다. 미코에게만 정체를 알 수 없는 기괴한 존재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 문제는 이 귀신들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들키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영화 '보이는 여고생'이 독특한 생존법을 앞세운 J-하이틴 호러로 관객을 만난다. 동명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귀신을 퇴치하거나 도망치는 대신 '무조건 못 본 척한다'라는 역발상에서 출발한다. 이번에 공개된 예고편에서도 보이지 않는 척하는 상황을 보여주며 웃음을 주고 있다.
처음에는 신록이 우거진 등굣길과 친구 하나와의 밝은 대화로 시작한다. 이후 '그것이 보이기 전까지는'이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분위기가 뒤바뀐다. 미코의 시야에만 기괴한 형체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칠판 앞에서 얼어붙은 미코의 표정은 이제껏 평범했던 학교생활에 균열이 생겼음을 보여준다.
친구 하나의 어깨 뒤에 푸른빛을 띤 귀신의 손이 올라와 있는 장면은 이 영화의 설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하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빵을 먹으며 웃고 있지만, 미코의 눈에는 친구의 바로 뒤에 정체불명의 귀신이 서 있다. 관객 역시 미코와 같은 것을 보게 되면서 역설적인 긴장감과 웃음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미코가 찾아낸 생존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무시하고 안 보이는 척하는 게 답이라는 것. 스마트폰을 통해 전문가들의 조언을 접한 미코는 귀신이 나타날 때마다 철저하게 외면하기 시작한다. 등하굣길은 물론 집 안, 식사 자리 등 일상의 모든 공간에 괴이한 존재들이 나타나지만 미코는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행동한다.
이처럼 '보이는 여고생'의 장점은 보이는 귀신에 반응을 하면 안 된다는 점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공포영화의 주인공이라면 귀신을 발견하는 순간 도망치거나 맞서 싸우지만, 미코에게는 오히려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생존의 조건이다. 관객에게는 분명히 보이는 귀신을 미코가 애써 외면하는 과정 자체가 긴장과 코미디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예고편 후반부에서는 이 규칙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위기가 등장한다. 새롭게 부임한 담임 교사 토오를 둘러싼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미코는 그의 주변에 강력한 영적 존재가 붙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그 존재가 하나에게 접근하고, 결국 하나가 병원에 입원하면서 이 문제가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점을 암시한다.
'무엇이 보이든 끝까지 무시해야 한다'라는 생존 원칙으로 갈등하는 미코의 모습은 영화의 핵심적인 변화를 예고한다. 그동안 자신을 지키기 위해 못 본 척했던 미코가 결국 친구를 위해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와 마주해야 하는 상황까지 생긴다.
실사 영화의 원작인 이즈미 토모키의 만화 '보이는 여고생'은 지난 2018년 연재를 시작해 SNS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정식 연재로 이어진 작품이다. 국내 누적 발행부수 300만 부를 돌파했고, 웹상 누적 열람 수는 8,500만 회를 넘어섰으며 13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는 등 일본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지도를 쌓았다. 이후 2021년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며 팬층을 더욱 확대했다.
원작의 가장 큰 특징은 일상 속에 스며든 공포다. 미코는 어느 날 갑자기 귀신을 볼 수 있게 되지만 특별한 능력을 얻은 영웅이 되는 대신, 평범한 여고생의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못 본 척한다. 학교와 집, 거리 등 익숙한 장소에 기괴한 존재들이 아무렇지 않게 끼어들면서 평범한 일상과 비현실적인 공포가 충돌한다. 이 독특한 설정 덕분에 호러 코미디에 가까운 독자적인 색깔을 구축했다.
원작에서도 미코와 친구들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확장한다. 미코가 자신의 비밀을 숨긴 채 친구를 지키려는 과정은 작품의 정서적인 중심축으로 작용한다. 실사판은 이러한 원작의 기본 구조에 학원 청춘물의 색채를 더했다. 자칭 영능력자 유리아와 학생회장 등 여러 캐릭터가 등장하며 친구 관계가 이야기의 주요 장치가 된다. 원작의 기괴한 귀신을 실사로 구현하는 동시에 10대들의 유쾌한 일상을 병치하여 호러와 코미디의 간극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의 연출 역시 기대를 모은다. 감독은 공포와 미스터리를 다뤄온 경험을 바탕으로 원작의 기묘한 설정을 실사로 옮겼다. 실제 일본 개봉작에 대한 현지 평가에서도 호러와 코미디, 청춘물의 결합이 주요 특징으로 꼽혔다. 시네마투데이는 학원 호러의 친숙한 재미와 함께 원작의 요소를 각색해 보다 대중적인 영화로 만들었다고 평가했으며, 특히 귀신을 바라보는 미코의 반응과 심령 묘사를 장점으로 언급했다.
'골든 슬럼버', '백설공주 살인사건' 등의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으며, 미코 역에는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스즈메의 목소리를 연기한 하라 나노카가 나섰다. 여기에 그룹 BABYMONSTER가 주제가 Ghost를 맡아 영화의 개성을 더한다. Ghost는 BABYMONSTER의 일본 첫 오리지널 곡으로, 영화의 호러 콘셉트와 맞물려 작품의 또 다른 화제가 됐다.
보고도 못 본 척해야 한다는 기묘한 생존 규칙과 친구를 지키고 싶은 10대 소녀의 마음이 충돌하면서, 영화는 공포와 웃음, 우정의 이야기를 동시에 보여준다. '귀신을 보는 여고생'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뒤집은 발상이 '보이는 여고생'만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영화 '보이는 여고생'은 오는 10월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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