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看)보기] 재개발 음모에 가짜 납치극까지…'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 묘하게 웃긴다

재개발 음모와 슬랩스틱의 결합…'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 차별화 포인트는?

사진=tvN 드라마 인스타그램
사진=tvN 드라마 인스타그램

[간(看)보기]는 작품을 관찰한다(看)는 의미와, 본격적인 평가에 앞서 맛을 본다는 '간보기'의 의미를 함께 담은 씨네진의 초반 관전평 코너입니다.

tvN 주말드라마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이 재개발 음모와 허술한 범죄극을 결합한 블랙코미디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심은경이 연기한 빌런 요나와 하정우·김준한이 보여준 어설픈 공모가 상반된 결을 이루며 독특한 장르 감각을 드러냈다.

지난 14일 방송된 1회는 영끌로 세윤건물을 매입한 기수종(하정우)의 불안한 현실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건물값은 떨어지고 공실은 나가지 않는 상황에서 기수종은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버티고 있다. 그가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하나다. 세정로 재개발만 성사되면 선천적 난청을 가진 딸 기다래(박서경)의 미래를 바꾸고, 간호사를 그만두고 가정을 돌보는 아내 김선(임수정)에게도 안정된 삶을 안겨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기수종의 기대는 리얼캐피탈의 등장과 함께 위협받기 시작한다. 기수종이 빌린 돈이 리얼캐피탈의 채권으로 넘어가고, 이 회사가 시청 건축 정책 남상호(박성일) 보좌관과 손잡고 세정로 재개발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재개발을 둘러싼 부동산의 욕망이 본격적인 범죄 서사로 확장되는 지점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인물은 요나(심은경)다. 요나는 시공사 관계자 정창수(손병욱)를 제거하며 재개발에 방해가 되는 대상을 차례로 정리하는 인물로 묘사됐다. 심은경은 차갑고 계산적인 눈빛과 절제된 말투로 요나를 단순한 악역이 아닌 것으로 보여줬다.

김균(김남길)의 죽음도 드라마의 긴장감을 키웠다. 기수종의 처남이자 경찰인 김균은 리얼캐피탈을 추적하던 중 요나의 노트북에서 수상한 성관계 영상을 발견하고, 이를 확보하려다 장의사(이신기)가 몰던 트럭에 치여 사망한다. 기수종이 장의사를 목격하면서 리얼캐피탈이 단순한 금융회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직감하게 된다.

2회는 예상 밖의 방식으로 분위기를 완전히 틀어버린다. 15일 방송분은 민활성(김준한)이 아내 전이경(정수정)을 납치하고, 기수종이 이에 공모하는 가짜 납치극을 전면에 내세웠다. 사채 빚에 몰린 민활성과 경매 위기에 쫓긴 기수종이 몸값을 노리는 설정 자체는 어둡지만, 정통 스릴러가 아니라 슬랩스틱 코미디로 풀어낸다.

기수종은 민활성의 핸드폰으로 전이경의 사진과 함께 30억 원을 요구하는 문자를 보내고, 전이경이 깨어나지 못하도록 마취 주사까지 놓는다. 계획은 시작부터 삐걱거린다. 전양자(김금순)가 곧바로 경찰을 부르고, 민활성은 상황을 통제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한다. 경찰의 무전기를 의식해 입모양으로 신호를 보내거나, 편의점 직원의 핸드폰을 빌려 기수종에게 연락하려는 장면은 범죄극이라기보다 코미디의 리듬에 가깝다.

기수종의 휴대전화 액정이 깨져 경찰이 들이닥친다는 사실조차 확인하지 못하는 전개도 마찬가지다. 드라마는 캐릭터들의 무능과 허술함을 긴장 대신 웃음의 장치로 사용한다. 이 지점에서 기존 드라마들이 범죄와 음모를 다루는 방식과 확실히 다른 결을 드러낸다.

영끌 건물주와 재개발, 부동산 투기, 지방자치단체와 자본의 유착 등 이런 소재들은 한국 시청자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건물주'가 가지는 상징성이 크다. 예전에는 건물주라고 하면 성공의 상징으로 이해했지만, 이제는 건물주가 되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가 망할 수도 있다. 이러한 설정이 꽤 흥미롭게 다가온다.

대신에 갑작스럽게 나오는 슬랩스틱이 범죄 스릴러와 제대로 결합해야 할 것이다. 이게 성공하면 굉장한 블랙코미디가 탄생할 것이고, 실패하면 어중간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기수종과 민활성의 납치 소동극은 그 이면만 보면 상당히 어두운 범죄물의 소재다. 캐릭터들이 단순히 오합지졸로만 행동하면 사건의 심각성을 잊어버리고, 블랙코미디가 아니라 단순 해프닝이 되어 버린다.

결국 이 작품의 초반부를 관통하는 기대감은 심은경의 빌런 연기만이 아니다. 재개발이라는 한국형 욕망 서사, 리얼캐피탈의 음모, 소시민의 절박함 같은 무거운 소재를 깔아두고도 이를 슬랩스틱 코미디로 비트는 방식 자체가 가장 큰 관전 포인트다.

요나가 차가운 긴장을 유발하고, 기수종과 민활성이 어설픈 웃음을 담당하는 이 이중 구조가 앞으로 얼마나 정교하게 맞물릴지가 작품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심은경 캐스팅은 상당히 궁금하게 만든다. 심은경은 보통 인간적이고 엉뚱한 매력의 이미지가 강했으니 냉혹한 빌런을 맡았다는 것이 상당히 의외다. 만약 요나가 이 드라마의 중심축이라면, 심은경의 연기 변신의 한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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