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看)보기] '사랑을 처방해 드립니다' 막장 설정은 넘치는데 감정은 비어 있다

불륜·이혼·가족 갈등 속에서도 설득력 없는 로맨스

사진=KBS2 '사랑을 처방해 드립니다' 홈페이지
사진=KBS2 '사랑을 처방해 드립니다' 홈페이지

[간(看)보기]는 작품을 관찰한다(看)는 의미와, 본격적인 평가에 앞서 맛을 본다는 '간보기'의 의미를 함께 담은 씨네진의 초반 관전평 코너입니다.

KBS2 주말드라마 '사랑을 처방해 드립니다'는 시작부터 강한 자극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끈다. 조부모 세대의 불륜으로 얽힌 두 집안, 그로 인해 이어진 앙숙 관계, 그 틈에서 피어나는 자식 세대의 사랑까지. 설정만 놓고 보면 전형적인 가족 멜로드라마의 문법을 충실히 따른다.

문제는 이 드라마가 그 익숙한 설정을 가장 쉬운 방법으로 설득하려는 것이다. 현재까지 전개를 보면 갈등의 밀도는 높은 반면, 이를 풀어가는 방식은 지나치게 단순하고 안일하다.

가장 대표적인 축은 공주아(진세연)와 양현빈(박기웅)의 관계다. 두 사람은 학창 시절부터 서로를 좋아한 덕분에 재회 이후에도 감정선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가족 간 갈등 때문에 헤어지려는 선택과 결국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만나는 흐름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전개다. 문제는 이 재결합의 과정이 감정의 축적이 아닌 '충동'에 가깝게 그려진다는 점이다.

공주아가 술에 취해 양현빈을 찾아가 키스를 하고, 정작 양현빈은 그 상황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설정은 인물의 감정 깊이를 약화시킨다. 갈등과 선택, 책임이 수반되어야 할 로맨스가 우연과 취기에 의존하면서 서사의 긴장감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다.

공대한(최대철)과 양동숙(조미령)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두 인물은 각각 배우자의 불륜이라는 상처를 공유하며 가까워지지만, 그 감정의 전개 역시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상처의 공감과 관계의 발전이라는 중요한 단계가 충분히 쌓이기도 전에, 술자리에서의 충동적인 키스와 잠자리로 이어진다.

인물 간의 복잡한 감정과 관계를 풀어야 할 서사가 '술'이라는 장치로 손쉽게 해결된다. 갈등을 축적해온 과정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 뿐 아니라, 인물의 선택을 책임 있는 행동이 아닌 우발적 사건으로 축소시킨 것이다.

가족 간 갈등 역시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공정한 집안이 이사를 가기로 했다가 무산되는 과정, 이를 두고 차세리(소이현)와 한성미(유호정)가 격하게 반응하는 장면은 갈등의 필연성이 부족하다. 인물 간 이해관계의 충돌이라기보다, 갈등을 유지하기 위해 억지로 배치된 상황처럼 보인다.

'사랑을 처방해 드립니다'는 흥미로운 설정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는 지탱할 서사적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불륜, 이혼, 가족 갈등, 세대 간 사랑이라는 자극적인 요소는 충분히 배치했으나,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지금까지 다소 부족해 보인다.

지난 13회와 14회에 방송된 '술에 의한 관계 진전'은 무척 실망스럽다. 감정의 축적과 선택의 결과가 아니라, 취기에 의한 사건으로 관계를 진전시키는 방식은 시청자의 몰입을 방해한다. 주말드라마 특유의 과장된 설정과 빠른 전개를 감안하더라도, 최소한 인물의 감정선만큼은 설득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 작품은 '막장'이라는 자극만 남긴 채, 공감을 잃은 이야기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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