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후기] '언더커버 미쓰홍', IMF의 한파를 녹인 유쾌한 금융 활극

금융 범죄 스릴러의 뼈대 위에 코믹 에너지를 채운 영리한 변주

사진=tvN 드라마 공식 인스타그램
사진=tvN 드라마 공식 인스타그램

tvN 주말드라마 '언더커버 미쓰홍'이 호평 속에 마무리했다.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1990년대 후반 IMF 외환위기라는 엄혹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벌어지는 1천억 원대 비자금 조성과 주가 조작을 다뤘다. 드라마는 시종일관 무겁고 어두운 길을 걷는 대신, 통통 튀는 캐릭터들의 코믹한 공조극으로 노선을 비틀어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증권감독원 자본시장조사국 감독관 홍금보(박신혜)가 있다. 그녀는 교통사고로 위장돼 살해된 한민증권 사장 강명휘(최원영)의 억울한 죽음과 내부 고발자 '예삐'인 방진목(김도현)을 조사하기 위해 동생의 신분으로 한민증권 말단 사원으로 위장 잠입한다. 엘리트 감독관이라는 '본캐'를 숨기고, 스무 살 고졸 여사원이라는 '부캐'로 활약하는 홍금보의 이중생활은 극에 경쾌한 에너지를 불어넣는 핵심 동력이었다.

드라마의 가장 큰 미덕은 복잡한 주식 및 금융 용어를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춰 영리하게 녹여냈다는 점이다. '여의도 해적단'이라는 이름 아래 뭉친 오합지졸의 면면도 흥미롭다.

은행 횡령금을 가로챈 전력이 있는 고복희(하윤경), 삼촌 강명휘의 죽음을 파헤치는 알벗 오(조한결), 한민증권 회장 강필범(이덕화)의 외동딸 강노라(최지수)까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들이 연대하여 부패한 기득권의 상징인 강필범과 비서실장 송주란(박미현)의 국내 비자금을 털어버리는 과정은 당시 극심했던 경영진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꼬집는 동시에 정의 실현의 짜릿함을 안긴다.

구권 화폐 사기 수법으로 오덕규(김형묵) 상무의 주식을 몽땅 가로채고, 전국 지점장들의 차명 계좌를 탈취해 한민증권의 2대 주주로 등극하는 과정은 다소 만화적이고 허술하게 느껴질 수 있다. 정통 금융 스릴러를 표방했다면 치명적인 약점이었겠지만, '언더커버 미쓰홍'은 16부작 내내 에너지를 영리하게 분산시키며 특유의 코믹하고 발랄한 톤 앤 매너로 이러한 틈을 여유롭게 덮어버린다.

모두가 알다시피 IMF 외환위기는 한국 사회에 엄청난 상처를 남긴 사건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정리해고를 당했고, 회사들은 부도로 속절없이 무너지면서 개인의 노력과 상관없이 삶이 파괴당했다. 현실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갈 길을 잃었지만, 이 작품은 드라마라는 공간 안에서 그 잃어버린 정의를 다시 돌려주는 역할을 했다.

결국 부패한 사주의 돈으로 회사의 주식을 매입해 부당하게 쫓겨난 직원들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는다는 결말은 IMF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무력하게 거리에 나앉아야 했던 소시민들을 향한 따뜻한 위로이자 통쾌한 대리 만족이다. 여타 드라마처럼 복수극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일종의 사회적 복권(復權)에 가까운 셈이다.

그런 면에서 이 드라마의 핵심은 통쾌한 복수극이라기보다 '회복성'을 강조했다고 본다. IMF를 배경으로 한 다른 작품들이 상실과 좌절을 주로 얘기했지만, 이 드라마는 그 시절을 살아낸 평범한 사람들을 코믹하고 유쾌한 방식으로 위로한 셈이니까. 물론 현실적으로 보자면 허술한 면은 있다. 실제 자본시장에서 거대 기업의 경영권을 뒤집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도 이 드라마가 재밌었던 것은 IMF 시대를 배경으로 한 현대판 활극이자 우화에 가까운 장르였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가 남긴 여운은 세상은 여전히 불공평하다는 좌절이 아닌, 함께하면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는 '회복탄력성'을 보여준 것이다. 냉혹한 현실 인식보다 연대와 희망을 선택한 결말이라는 점, IMF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끝내 따뜻함을 잃지 않은 작품으로 기억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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