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왓 이프...?' 시즌1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꼽혔던 좀비 에피소드가 짧은 시리즈로 돌아왔다. 이미 원작 코믹스를 통해 작품성을 인정받았지만, 마블 세계관만이 보여줄 수 있는 디스토피아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미즈 마블로 불리는 카말라 칸(이만 벨라니)이 아이언 하트 리리 윌리엄스와 호크아이 케이트 비숍, 프라이데이(F.R.I.D.A.Y)와 함께 노바 제국으로 보내는 발신 장치를 찾는 과정을 그렸다. 이 와중에 샹치와 케이티,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 앤트맨 스콧 랭 등이 합류한다.
이미 '왓 이프...?'에서도 겪었지만, 아이언맨이나 캡틴 아메리카 등 걸출한 히어로들은 좀비가 되거나 사망한 상태다. 상대적으로 세속에 물들지 않은 카말라가 이야기의 중심이 되면서 좀비 아포칼립스의 분위기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지금의 마블 영화 시리즈를 생각하면 굉장히 암울하고 다크한 편이다. 캡틴 마블부터 시작해서 와칸다의 장군 오코예와 여전히 인피니티 스톤에 집착하는 타노스, 완다 막시모프까지 감염됐기 때문에 전개가 거의 절망적으로 흘러간다. 마블 좀비스의 이런 다크한 전개는 기존 히어로들의 서사를 무참히 파괴하면서 몰입감을 높인다. 마블 히어로들의 절대적 가치라고 믿었던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지면서 허무주의적 관점을 드러내는 것이다.
특히 마블 세계관에서 최상위권 전력에 포함된 완다가 감염됐을 때는 비관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관객은 "어떻게 이기지?"와 같은 슬픈 감정마저 든다. 캡틴 마블, 헐크와 같은 든든한 아군들이 감염됐다는 설정도 마찬가지다. 보통 좀비물은 정부와 나라가 무너지면서 공포가 시작되는데, 이 시리즈는 애초에 신급 존재들이 무너져 버렸으니 말이다.
철저하게 냉혹하게 만든 이번 시리즈는 분명 흥미로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대신에 '워킹 데드'나 '더 라스트 오브 어스'와 같은 처절하면서도 희망적인 메시지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작품 의도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겠으나 다소 아쉬운 점은 있다. 한편으로는 마블 좀비스의 정체성 같기도 하니까. 제목처럼 '우리에게 친근한 영웅들이 모두 좀비들이 된다면?'이라는 가정법으로 시작하는 작품이니 그 무한한 상상력은 인정해 줘야 할 것이다.
마블 캐릭터들을 상대로 거대한 사고 실험에 가까운 이번 시리즈는 마블 팬에게는 꽤 잔인한 팬 서비스가 될 것이다. 좋아하는 캐릭터들이 차례차례 망가지는 모습을 보는 재미를 추구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최근에 나온 마블 멀티버스 콘텐츠 중 꽤 흥미로운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착한 영웅들이 악당을 물리친다는 공식에서 벗어나 세상은 여전히 망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보여줬으니까.
결국 마블 좀비스는 클리셰와 캐릭터를 붕괴시키면서 실존주의적 메시지를 던진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에 인피니티 스톤을 흡수한 헐크를 놓고 벌어지는 격돌과 극적인 선택의 순간은 지금 생각해도 상당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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