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쿠사가미 전쟁의 신'은 내러티브가 붕괴된 것과 더불어 구조적으로도 피로감을 안기는 시리즈다. 폐도령으로 사무라이들이 칼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던 메이지 시대 초기의 배경만 그럴 싸할 뿐, 그 어떠한 것도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못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이 주최한 '코도쿠'라는 게임은 고대 민간 신앙에서 전해 내려오는 저주 또는 주술 의식에 가깝다. 여러 마리의 독충을 항아리 안에 가두고 최후까지 살아남은 독충에게 영적인 힘이 있다고 본 것이다.
무술에 뛰어난 사람들을 불러 모은 이 게임은 예상대로 거액의 상금을 두고 배틀로얄식으로 전개된다. 한때 최강의 무사로 불린 슈지로(오카다 준이치)가 콜레라에 걸린 부인을 구하기 위해 참가하면서 시작되는데, 전쟁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한동안 검을 뽑지 못했다.
명예와 봉급도 빼앗긴 사무라이들이 상금을 두고 혈투를 벌인다는 설정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이 있다. '7인의 사무라이(1954)'처럼 분위기가 꽤 그럴듯하고, 검술을 곁들인 배틀로얄식의 전개도 구미를 당기게 한다. 알다시피 '7인의 사무라인'가 여전히 살아남은 이유는 검술 때문이 아니라 사무라이 계급이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가는 순간을 인간적으로 포착한 덕분이다.
문제는 코도쿠를 주최한 배후와 그 동기에 집중한 전개치고는 그다지 큰 메시지가 없다는 점이다. 폐도령으로 권위가 추락한 사무라이들의 내면에 꽤 집중했으나, 신파적인 부분이 의외로 많아서 몰입하기 힘들었다. 사무라이의 몰락, 배틀로얄, 음모와 미스터리 등을 전부 집어넣었지만, 정작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알 수가 없게 된다.
슈지로와 대립하는 칸지야 부코츠(이토 히데아키)는 매력적인 빌런이 아니라 그저 민폐 캐릭터에 불과하다. 죄 없는 시민들을 이유 없이 몰살하며 투덜대는 그의 모습에서 '마지막 사무라이의 비극'을 읽어내라는 요구는 꽤 난처한 것이다. '바람의 검심'의 시시오 마코토의 경우 무자비한 악당이지만 왜 괴물이 되었는지 감정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었다. 부코츠의 광기는 그저 관객의 감정선을 끊어내는 역할에 불과하다.
결정적으로 예고 영상으로 기대감을 높였던 칼부림 액션이 예상외로 시시했다는 점이다. '바람의 검심' 시리즈와 최근에 공개된 '고스트 킬러', '분노의 추격(The Furious)' 등 일본 출생의 감독들이 액션 연출에 소질을 보이면서 궁금증을 자아냈으나 결과적으로 액션 연출이 심심한 편이다. 속도감과 리얼한 타격감이 눈길을 끌었다면 스토리가 약해도 관객들이 따라가게 되어 있다. 이 시리즈는 '존윅'이나 '레이드'와 같은 좋은 범주 안에 들지 못한다.
코도쿠의 숨은 배후와 슈지로의 스승이 남긴 괴물 무사 등 여러 떡밥은 있으나 호기심으로 이끌지는 못했다. 코도쿠는 일본 민간신앙에서 굉장히 음침하고 기괴한 이미지가 있어서 꽤 매력적인 은유가 되었을 것이다. 그 철학적 함의도 충분히 활용되지 않아서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 면에서 이 시리즈는 '사무라이판 오징어 게임'이나 '차세대 바람의 검심'도 되지 못한 작품이다. 야심은 모두 노린 것으로 보이나 어느 하나에도 도달하지 못한 느낌이다. 그 때문에 결말을 내지 않고 시즌2까지 예고하니 실망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명예와 봉급도 빼앗긴 사무라이들이 상금을 두고 혈투를 벌인다는 이러한 매력적인 설정에도 허탈감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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