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백의 대가'는 잘 짜인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것처럼 강력한 흡인력으로 12부작을 견인한다. 대신에 시청자를 압도하는 장르적 속도감 이면에는 악의 축을 담당하는 인물들의 작위적인 행동 양식 때문에 현실 세계의 논리와 충돌한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자신의 무죄를 증명할 길이 없는 윤수(전도연)에게 접근한 모은(김고은)이 남편 살해 건을 대신 자백해 주는 조건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예측 불가능한 궤도로 진입한다. 이러한 설정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두 여성이 각자의 생존과 복수를 위해 맺은 계약이 과연 정당한 구원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음울하면서도 세련된 영상미와 배우들의 호연은 극의 몰입도를 최상으로 끌어올리지만, 악인에 대한 설정이 리얼리티를 해치는 결정적인 약점이 되고 있다. 더불어 모은의 전략에 명분이 있음에도, 벼랑 끝에 몰린 윤수의 모성애를 이용하여 살인을 사주한다는 점은 캐릭터의 도덕적 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자가당착적인 모순으로 보인다.
모은의 태도는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임마누엘 칸트의 '정언 명령'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아무리 숭고한 복수라 할지라도 타인의 고통을 담보로 이루어지는 정의는 성립할 수 없음을 시사하며, 작품 내에 흐르는 윤리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철학적 쟁점이 된다.
서로 다른 목적을 지닌 두 여성이 위험한 관계를 맺고 파국으로 치닫는다는 점은 영국 드라마 '킬링 이브'의 구도를 연상시키는데, 위트와 블랙 코미디를 배제한 채 훨씬 더 무겁고 처절한 정서로 일관한다. 유머를 소거하고 비극적 운명 공동체라는 설정을 극대화한 이러한 연출은 이 드라마가 고유한 비장미를 갖춘 한국형 서스펜스물로 자리매김하게 해준다.
비록 인물 설정과 인과 관계에서 발생하는 논리적 빈틈이 아쉬움을 남기지만,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강렬한 서스펜스와 배우들의 에너지가 존재한다. 치밀한 개연성보다는 장르적 쾌감과 정서적 체험을 중시하는 시청자들에게, 멈출 수 없는 페이지터너와 같은 강렬한 만족감을 선사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드라마는 법적 정의보다 감정적 정의 속에서 움직인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봤을 때 균열은 일어날 수 있지만, 대신에 드라마가 의도하는 서스펜스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 논리적으로 이상해 보일 수 있지만, 계속 다음 화를 보게 만든다는 건 그만큼 이 드라마의 추진력이 좋았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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