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후기] 지루할 틈 없는 반전의 연속…월메이드 미드 감성 입은 '아너 그녀들의 법정'

성폭력 카르텔 향한 날카로운 경종, 영리한 연출과 서사가 빛났다

사진=ENA 드라마 공식 인스타그램
사진=ENA 드라마 공식 인스타그램

ENA 월화드라마 '아너 그녀들의 법정'이 웰메이드 미드를 연상케 하는 속도감과 날카로운 사회적 메시지를 남기며 시즌1의 막을 내렸다. 비밀 성매매 앱 '커넥트인'을 둘러싼 거대한 카르텔과 이에 맞서는 세 명의 여성 강신재(정은채), 윤라영(이나영), 황현진(이청아)의 연대는 지루할 틈 없는 서사를 완성했다.

※ 이 기사에는 작품의 주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반전에 반전, 그 중심에 선 입체적 캐릭터들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예측을 빗나가는 전개와 선악의 경계가 모호한 캐릭터들의 향연이다. 특히 IT 혁신가로 등장한 백태주(연우진)는 극의 긴장감을 극대화한 핵심 인물이다. 권력자들에 의해 여동생 서지윤을 잃은 그는 법과 상식으로는 그들을 단죄할 수 없음을 깨닫고 스스로 '커넥트인'을 설계해 카르텔을 옭아매는 덫을 놓는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백태주의 차가운 행보는 '마키아벨리즘적 선택'을 연상케 한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니체의 경구처럼, 동생의 복수를 위해 기꺼이 손에 피를 묻히며 웬만한 악당보다 더 무서운 빌런이 되어버린 그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철학적인 여운을 남긴다.

성폭력 카르텔을 향한 통렬한 경종

드라마는 매회 충격적인 사건을 배치하면서도, '성폭력 및 성착취에 대한 경종'이라는 기획 의도를 영리하게 관철시킨다. 과거의 가해자였던 박주환이 신분을 세탁하고 검사 박제열(서현우)이 되어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범죄를 비호하는 모습이나, 로펌 해일의 2인자 권중현(이해영) 같은 VIP들의 위선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서늘하게 비춘다.

사진=ENA 드라마 공식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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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 위로를 거부한 '열린 결말'의 미학

무엇보다 '아너 그녀들의 법정'이 호평받는 이유는 한국 드라마 특유의 억지스러운 해피엔딩을 거부했다는 점이다. 최종회에서 주인공들은 완벽한 승리를 거두지 못한다. 가해자들을 비호하던 권중현은 여전히 건재하며 집단 소송을 무기로 주인공들을 협박한다. 또한, 박제열과 윤라영 사이의 비극적인 연결고리인 딸 한민서(전소영)와의 관계 역시 단숨에 회복되지 않는다.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고, 거대한 악은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는다. 드라마는 이 뼈아픈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며 끝을 맺는다. 새로운 VVIP 파티의 등장과 함께 시즌2를 암시하는 결말은, 이들의 치열한 법정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예고한다.

많은 장르물들은 최종회에서 악당을 처벌하고 정의를 회복하는 것으로 끝난다. 이 드라마는 구조적 악은 개인 몇 명을 잡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결말을 선택했다. 실제로 권력형 범죄나 성 착취 문제도 개인 몇 명이 잡힌다고 해서 끝나지 않는다. 그 자리를 누군가는 또 메울 것이고, 더 큰 배후가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은 있으나 드라마가 처음부터 말하고 싶었던 주제를 끝까지 밀어붙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모든 악인이 처벌되고 피해자들의 상처까지 완전히 치유된다면 작품이 다루던 핵심 주제의 무기가 오히려 가벼워졌을 것이다. 특히 윤라영과 딸 한민서의 관계가 즉시 회복되지 않았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실제 인간관계 역시 오해가 풀리는 것가 상처가 아무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이 이러한 간극을 인정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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