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K오컬트 장르에서 영화 '파묘'가 남긴 흥행의 여파가 여럿 감지되고 있다. 한국형 호러를 표방한 8부작 넷플릭스 드라마 '기리고'는 이러한 흐름을 영리하게 탑승한 사례다. 현대인의 필수품인 스마트폰과 전통적인 무속 신앙을 결합한 소재로 팬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드라마의 중심에는 기리고라는 정체불명의 애플리케이션이 자리 잡고 있다. 앱을 설치하고 자신의 모습을 촬영해 소원을 빌면 원하는 대로 성취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자신의 목을 그어버리는 끔찍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10대들의 일상에 깊숙이 파고든 디지털 매개체에 치명적인 저주를 심어놓음으로써 초반부터 긴장감을 높이는데 성공한다.
드라마는 맹목적인 믿음과 10대 특유의 불안정한 심리가 충돌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무속인이라는 가정 환경을 둘러싼 갈등과 학교 내의 복잡한 소문들이 뒤엉키며 학생들 사이의 균열은 점차 깊어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끔찍한 저주를 막으려는 학생들과 그 주술적인 힘에 매몰되어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대비되며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시각적인 완성도와 섬세한 미장센에 있다. 자칫 유치하거나 작위적으로 보일 수 있는 스마트폰 속 주술의 결합을 어색함 없는 훌륭한 CG와 과감한 특수효과로 매끄럽게 덮어낸다. 한국 무속 신앙 특유의 음산하고 기괴한 분위기를 트렌디한 영상미로 살려내었고, 공포물이 요구하는 시각적 쾌감을 아쉬움 없이 충족시켜 주고 있다.
8부작이라는 적지 않은 분량 내내 극의 텐션이 늘어지지 않고 지루함 없이 전개될 수 있었던 이유 중에는 배우들의 앙상블도 빼놓을 수 없다. 공포와 배신감, 광기에 휩싸여가는 10대들의 심리 변화를 입체적으로 그려낸 신예들의 열연은 서사를 탄탄하게 뒷받침한다. 끊임없이 서로를 의심하고 몰아세우는 심리전 속에서 폭발하는 감정선을 매끄럽게 보여주고 있다.
진실이 밝혀지는 후반부에 이르러 서사의 뼈대가 흔들린 점은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저주의 실체가 드러나고 인물들의 얽힌 서사가 풀리는 대목에서 '인과응보'라는 기본 문법이 무너지는 듯하여 개연성이 다소 떨어져 보인다. 시청자의 허를 찌르기 위한 극적인 반전과 충격 요법에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인물들의 동기나 행동의 정당성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대신에 감각적인 시각적 연출과 흥미로운 오컬트적 세계관을 구축하여 시즌2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트렌디한 소재와 전통 무속 신앙을 접목한 K오컬트의 새로운 시도로, 흥미로운 작품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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