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AN] '머지않아 이별입니다' 죽음을 대하는 가장 조용한 위로

소중한 이를 잃은 당신에게 조용히 권하고 싶은 영화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죽은 사람이 보인다는 설정은 자연스럽게 기대되는 전개가 있다. 죽은 사람의 사연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거나, 유족 간의 숨겨진 비밀이 드러나서 원한이나 죄책감이 폭발하는 등등 '호텔 델루나'나 '주군의 태양'처럼 거의 드라마적인 요소가 많다. '머지않아 이별입니다'는 이런 방향을 의도적으로 피한 작품으로 보인다.

면접에 떨어지며 낙담하던 미소라는 우연히 장례식장에서 고인의 사연을 알게 되면서 유족을 위로하게 된다. 미소라가 죽은 사람을 본다는 것을 알게 된 장례 디렉터 우루시바라는 함께 일할 것을 제안하고, 이후에도 죽은 사람과 유족의 상처를 치유하게 된다. 영화는 특별한 비밀이나 거창한 진실에 큰 관심이 없다. 죽은 사람과 유족 사이의 용서와 화해를 하는 과정도 극적이지 않다. 그저 죽은 사람들의 마지막 인사를 해주는 이야기다.

미소라가 단지 죽은 사람을 본다고 해서 유능한 장례 디렉터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어릴 적부터 병치레를 하다가 일찍 세상을 뜬 소녀가 부모와 헤어지기 싫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모 역시 딸과 헤어지기 싫어서 관을 계속 열어 달라고 하소연하면 또 어찌해야 할까. 사실 이 영화는 '화법'이 중요하다. 이 어린 소녀가 영화의 기획 의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에피소드였다. 미소라가 소녀를 설득하는 과정에는 특별한 단어가 나오지 않는다. 논리적으로 아무 근거도 없는 말이지만, 소녀는 '역할'로 받아들이면서 '상실'의 상처를 씻어낼 수 있었다. 문제를 극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슬픔을 견딜 수 있는 화법인 것이다.

대신에 이 영화는 갈등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것 같다. 반전이나 기가 막힌 해결 방법도 나오지 않는다. 미소라 가족에게 숨기고 싶은 과거가 있기는 하지만 용서와 화해 국면으로 접어들지도 않는다. 감정의 폭발을 만들지 않고 스무드하게 넘어가 버린다. 다소 당황스러운 전개이긴 하지만 장점도 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죽어도 더 좋은 곳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와 같은 근자감이 생기는 것이다. 그만큼 영화가 시종일관 청량한 소리를 내고 있다는 뜻이다.

영화는 천국과 같은 사후 세계가 있다고 전제한다. 미소라도 그것을 증명하지 못하지만, 영화는 의심하지 않는다. 죽었지만 여전히 어딘가에서 살아갈 것이고, 언젠가 다시 재회할 수 있다는 세계관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다. JTBC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이 더 좋은 의도를 보여주긴 했지만, 이 영화 역시 죽음에 대한 절망보다 희망을 전해주려고 노력한다.

우리가 흔히 예상하는 영화적인 전개가 없어서 당황할 수도 있다. 죽음을 다루는 작품인데도 갈등이 약하고, 반전도 없고, 캐릭터 내면에도 깊게 파고들지 않는다. 다소 심심해 보일 수 있으나 장례식장이라는 장소를 생각해 보면, 조용히 위로를 건네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 같다. 큰 사건은 일어나지 않지만, 장례라는 의식을 고려하여 애도하는 분위기로 갔던 것이다. 고인에 대한 위로를 기대한다면 나쁘지 않은 작품이다.

한편 영화 '머지않아 이별입니다'는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시그니처' 섹션에서 상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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