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인 풍기대막'은 무협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 특별 출연한 이연걸이 초반부터 보스급으로 등장하여 장진과 함께 심상치 않은 액션을 보여준다. 덕분에 관객들은 "뒤에 나오는 놈들은 얼마나 강할까?"라는 무협물 팬들의 오랜 로망을 키워준다. 이 영화는 그야말로 무협 맛집의 핫 스폿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는 원작 1부의 빌런 화이현(츠샤)과의 대립이 그려진다. 대사막을 지키는 5대막의 수장 막 형(양가휘)과 그의 딸 아육아(진려군), 수양제가 찾는 인물 지세랑, 또 한 사람의 표인 수(우적)와 남자들에게 추파를 던지는 연자랑 등 각자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얽히고설키는 캐릭터들 사이의 갈등이 워낙 촘촘해서 액션뿐만 아니라 감정의 밀도도 꽤 훌륭하다.
지세랑은 원작처럼 경극 배우와 같이 화장을 하고 있는 독특한 인물이다. 현상금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무사 도마(오경)와 동행할 때만 해도 꽤 영향력 있는 캐릭터로 보인다. 수다스럽고 겁 많고 웃기는 것이 '위소보'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놀라운 용기를 드러낸다. 영화에서는 거의 유머 캐릭터로 묘사되는데, 주변에 다들 진지한 캐릭터들뿐이라서 그 존재감이 남다르다.
'수'라는 남자 역시 무협물에서 빠질 수 없는 캐릭터다. 긴 백발에 늘 진지한 표정,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대검, 쇠고랑을 찬 여자 연자랑과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중요한 순간마다 웃음을 준다. 실력은 좋은데 말수는 적고 묘하게 어색한 행동을 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연자랑과 붙기만 하면 거의 만담 콤비가 된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모래 폭풍 추격 신이다. 도마 일행이 추격을 피해 모래 폭풍으로 들어가는 장면과 사운드를 의도적으로 죽이는 시퀀스까지 마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떠올리게 한다. 이미 도마가 보여준 액션에서도 매드맥스를 떠올리게 하는데, CG 활용이 지나쳐서 퀄리티는 크게 차이가 난다. 대신에 광활한 사막을 배경으로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액션이 매드맥스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원화평 감독이 80세의 나이에 짜낸 에너지가 조지 밀러 감독이 보여준 노익장과 겹쳐 보여 더 흥미롭게 다가온다.
원작을 모르는 입장에서는 다소 헷갈릴 수 있다. 지세랑을 안전하게 이동시켜야 하는 도마가 과거의 동료와 운명의 대결을 하는 장면 사이에 개입하는 요소들이 많은 편이다. 소칠의 출생의 비밀과 대사막의 배경, 수나라 정치까지 모두 꾹꾹 집어넣은 바람에 생각할 틈 없이 다음 사건으로 넘어간다. 대신에 무협 팬들도 이미 눈치챘겠지만, 칼부림도 끊이지 않아서 지루할 틈이 없다. 이야기가 너무 길어서 잠시 호흡이 느려지는 것 같으면 '3부작 중 1편이라도 되는 건가?'라는 걱정이 들 정도다. 그만큼 각 캐릭터들의 서사가 촘촘히 엮여 있어서 무협 연재만화 느낌도 강하다.
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은 무협 장르에 보여주는 '진심'이다. 현상금 사냥꾼, 대사막, 부족과 군벌, 복수와 의리, 정치와 음모 등 무협의 낭만을 전부 꺼내왔다. CG의 티가 많이 나는 편이지만, 무협 팬들에게는 꽤 반가운 작품이 될 것이다.
한편 영화 '표인 풍기대막'은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개막작으로 선정됐으며 하반기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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