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AN 30주년 특집] 왜 지금 다시 이 영화인가…홍콩 잔혹극 '드림 홈'

노력의 보상이 사라진 사회…라이의 무모한 계획에 빠져들다

사진=KMDb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사진=KMDb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바다가 보이는 아파트의 평방비트(0.028평)가 3만 홍콩달러(한화 530만 달러)에 달한다면 그야말로 미친 도시가 아닐 수 없다. 실제 지난 2007년 홍콩에서는 600평방비트(약 17평)의 가격이 700만(한화 12억4천만 원) 홍콩달러를 넘어섰다고 한다. '드림 홈'은 이런 미친 도시에 살아남기 위한 라이(조시 호)의 욕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펑하오샹 감독은 처음부터 현실적인 범죄를 그려낼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녀의 계획은 사실 발상 자체가 현실성이 없다. 애초에 개연성을 포기하고 홍콩 사회의 현실을 반영한 우화를 만들 생각이었다. 어찌 보면 라이의 무모한 계획이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한 홍콩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일 수도 있다.

라이는 어린 시절부터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가난하게 살았다. 바다가 보이는 아파트에서 살아보는 것이 유일한 꿈이지만, 산업재해로 인한 아버지 병세까지 겹치면서 삶이 막막하기만 하다. 집값 폭등에 돈을 아무리 모아도 아파트를 살 염두가 나지 않는다. 이런 요소들이 쌓이면서 라이를 벼랑 끝으로 몰아간다.

영화는 의도적으로 라이의 충격적인 살인 장면으로 시작한다. 처음부터 라이의 사연을 길게 보여줬다면 누구나 그녀를 동정했을 것이다. 먼저 미친 사이코 살인마로 묘사한 이후에 그녀의 가난과 집값 이야기로 돌아간다. 이렇게 되면 관객은 참혹한 살인 현장과 라이의 비참한 시절이 교차되면서 감정이 충돌해 버린다.

이런 플롯 덕분에 관객들은 훨씬 더 불편해진다. 괴물을 보여준 이후에 그 탄생 배경을 보여주는 구조라서 관객들의 시선을 복잡하게 만든 것이다. 누군가는 라이를 단순히 불쌍한 여자로 보지 않을 것이며, 또 다른 누군가는 그녀를 동경할 수도 있다. 어찌 되었든 바다가 보이는 아파트를 사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으니까.

돌이켜보면 이 영화의 진짜 무서운 점은 참혹한 살인 장면보다 부동산 거래가 우선이 되어 버린 홍콩이다. 이 세계에서는 사람의 죽음조차 거래 재료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라이는 어느 순간 축하할 수도 없고 남의 일처럼 외면하기도 힘든 여자가 되어 버린다. 이런 일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광경이기 때문이다.

비록 이 영화는 홍콩에서 제작됐지만, 한국의 부동산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우리도 열심히 일하는 것만으로는 평생 집을 살 수 없는 좌절감을 안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집을 살 수 없다고도 말한다. 노력의 보상이 사라진 사회에서 미치지 않을 수 있을까. 사실 우리는 사실 아파트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답게 살고 싶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그런 면에서 30주년을 맞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가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재관람을 하는 관객이라면 라이의 마지막 시선에서 다시 한번 반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라이의 계획은 현실적이지 않지만, 그런 무모한 계획을 떠올리게 만드는 절망감 자체를 우리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테니까.

한편 영화 '드림 홈'은 제30회 BIFAN 스트레인지 오마쥬 섹션에서 상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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