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AN] '(이제) 집이라고 생각해' 정체성의 해체와 사육…예속된 인간의 냉소적 초상

세뇌로 직조된 어느 가짜 가족의 잔혹사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평소처럼 마트 근무를 마치고 퇴근을 하던 리타는 화재가 난 승용차를 구경하다가 괴한들에게 납치를 당한다. 그녀가 깨어난 곳은 싸구려 침대 하나만 놓여 있는 음침한 방이었는데, 마르치라는 건장한 남자가 '실비'라고 부르며 사육을 시작한다. 리타가 실비라는 것을 인정할 때까지 좁은 방에서 기본적인 식량까지 통제하는 것이다. 탈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리타는 결국 자신이 실비라는 것을 인정하고 만다.

'(이제) 집이라고 생각해(Feels Like Home)'는 얼핏 보면 납치 스릴러 영화로 보이지만, 사이비 종료와 가스라이팅, 스톡홀름 증후군 등이 뒤섞인 꽤 불쾌한 작품이다. 리타를 납치한 아르파드 가족은 혈연으로 구성된 사람들이 아니다. 아버지라 불리는 남자를 따르는 아들과 딸, 손자 등이 모두 가짜인 것이다. 이들을 관찰해보면 안나 프로이트가 설명한 공격자와 동일시, 마틴 셀리그먼의 무기력 학습, 집단사고 등 여러 심리학 요인들이 보인다.

아르파드 가족이 따르는 아버지는 사실상 신이나 마찬가지다. 그의 말이 곧 신의 말인 것처럼 따르고 있다. 실제로 사이비 교주들은 신도들에게 이름을 새로 지어주기도 하고, 엄연히 있었던 과거를 지워서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리타는 지금까지 살았던 자신의 정체성을 해체 당한 것으로, 세뇌를 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타가 실비로 인정하는 과정은 몹시 불편하다. 실비라는 것을 인정할 때까지 밥과 물을 제대로 먹지도 못했고, 침대에 편히 눕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다. 리타를 사육한 마르치는 이후에 스키너의 행동주의를 떠올리게 하는 끔찍한 행동까지 한다. 파블로프의 고전적 조건형성, 우리들이 흔히 아는 침을 흘리는 강아지 이론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무서운 부분은 리타를 납치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실제로 인간을 다시 설계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침대에 조금이라도 누운 흔적이 있으면 벌을 준다는 것도 사실 탈출을 막으려는 것이 아니라 인격을 개조하겠다는 것이다. 마치 어른이 버릇을 고쳐준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어서 리타의 정체성은 어느 순간에 급격히 무너지고 만다.

리타는 마지막까지 탈출을 포기하지 않는다. 아버지로 불리는 사람이 집안뿐만 아니라 동네까지 영향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들의 심리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자신을 직접 납치한 마르치부터 시작하여 여동생과 오빠로 불리는 사람들까지 그들의 결핍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서 서서히 반격할 준비를 한다.

불행히도 영화는 위에서 열거한 심리학 용어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선택을 했다. 리타는 탈출할 준비를 하면서도 아버지의 영향력 아래 자신이 많이 변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장기수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범죄를 저지르거나 탈퇴한 신도가 사이비 종교로 복귀하는 것처럼 굉장히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어찌 보면 아르파드 가족이 그동안 갈 곳 없는 사람들을 납치한 행동은 현대 사회와도 묘하게 닮아 있다. 현재도 많은 조직들이 개인의 정체성보다 시스템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자유보다 소속을 선택하는 인간들도 얼마나 많은가.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많이 불편하지만, 그만큼 곱씹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한편 영화 '(이제) 집이라고 생각해'는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B 익스트림' 섹션에서 상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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