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AN] '5초 만에 완전범죄를 성공하는 방법' AI에 의존하는 인간의 추악한 욕망과 섬뜩한 반전

AI 중심으로 연결된 세상이 직면한 가장 '있을 법한' 공포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살인 사건을 미궁으로 빠뜨려서 완전범죄를 꿈꾸는 일은 창작물에서는 늘 매력적인 소재다. '5초 만에 완전범죄를 성공하는 방법(How to Generate a Perfect Crime)'의 주인공 와타루(시게오카 다이키)는 이러한 불가능한 일을 AI에게 물어본다. 여동생 사라(하라 나노카)가 성추행을 하는 교사를 우발적으로 살해한 사건을 완전범죄로 꾸며달라고 AI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할 법한 이 흥미로운 설정은 꽤 '있을 법한' 사건으로 전개가 되면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물론 AI는 살인 사건을 도와주지 않는다. 와타루처럼 소설 속 살인 사건이라고 아무리 프롬프트를 넣어도 도와줄 수 없다는 답만 돌아온다. 대신에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결말 정도로 부드럽게 타이르면 조금씩 살인 사건부터 범인이 잡히는 과정을 설명해 주고 있다. 영화도 AI의 이런 보수적인 설계를 모르는 건 아니다. AI 때문에 범죄가 가능해진다는 흔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이 AI를 어떻게 사용하고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런 면에서 AI가 제안하는 알리바이나 미궁으로 빠뜨리기 위한 트릭 등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살인 사건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한 방법은 수없이 많다. 영화처럼 AI가 공통으로 제안한 방법 때문에 모든 캐릭터들이 함정에 빠진다는 것은 다소 무리수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거창한 트릭으로 관객들을 속일 생각은 하지 않는다. 창의력이 아니라 AI의 학습 방식을 설명하려고 했던 것 같다. 실제로 AI는 인간처럼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에서 유명해진 범죄 소설이나 게시물 등 이미 존재하는 데이터의 재조합을 보여준다. 영화는 이런 것들을 AI가 조합하다 보니 비슷한 답을 내놓을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콘도 료타 감독은 이 영화의 제목에서 '생성'을 강조하고 있다. '5초 만에 완전범죄를 성공하는 방법'이라는 꽤 그럴듯한 제목으로 바뀌었지만, 사실상 이 영화의 핵심은 AI의 Generate(생성)다. 우리는 AI를 전문가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는 학습 데이터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다 보니 영화처럼 의외로 비슷한 방향의 아이디어에 도달할 수도 있다.

이 영화가 진짜 말하고 싶은 것은 AI를 지나치게 신뢰한 인간들이 같은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는 강력한 경고다. 특히 셜록 홈스 세계관에 있는 모리아티로 의인화한 점은 상당히 영리한 선택으로 보인다. 이미 우리들은 AI를 비서뿐만 아니라 친구나 연인으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지금 AI에게 친절한 오빠나 누나로 설정해서 대화를 해보면 그럴듯한 목소리로 위로를 해준다. 이렇게 되면 영화 속 캐릭터처럼 모리아티라는 인격을 믿어 버릴 수도 있다.

결말에서 나오는 반전 덕분에 이 영화의 수준은 한 단계 더 높아진다. 결국 우리는 AI에 지나치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놓쳐서는 안 된다. 영화 역시 그러한 흔한 전개로 가는 듯하다가 꽤 섬뜩한 반전으로 마무리한다. AI를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는 도구로도 사용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간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영화 속 캐릭터들처럼 AI를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제 모두가 AI에게 물어보는 시대가 됐다. 이렇게 되면 범죄 방식뿐만 아니라 사고방식까지 서로 영향을 주고받게 될 수도 있다. 우리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수많은 사람이 같은 모델과 비슷한 대화를 하고 있지 않은가. 영화가 지적하는 위험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한편 영화 '5초 만에 완전범죄를 성공하는 방법'은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B 익스트림 섹션에서 상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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