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된 필름에서만 느껴지는 거친 소리와 불안전한 화면이 고전 영화의 분위기를 살려준다. 기술적으로는 결함으로 보이지만, 호러 장르에서는 그 결함 자체가 오히려 불안감을 유발한다. '정형미인(1975)'은 시간이 지나면서 생긴 결함마저 공포의 질감이 되어 버린 독특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일본식 요괴와 한국 괴담의 문법을 섞은 것처럼 보인다. 고양이 얼굴의 여자, 출생의 비밀, 성형수술, 저주와 복수 등이 전부 이 영화 하나에 들어가 있다. 이것저것 섞어 넣은 것처럼 보이지만, '전설의 고향'이나 민간 설화에서 많이 보던 요소들이 뭉쳐진 일종의 괴담 패키지처럼 느껴진다.
고양이 여자가 성형수술을 요구하는 설정은 의외로 신선하다. 지금 기준으로는 흔해 보이지만, 1975년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대를 앞서간 소재로 보일 수 있다. 당시 한국은 성형 대국도 아니었을 텐데 말이다. 이 성형이라는 소재 덕분에 '얼굴은 바꿀 수 있지만, 운명은 바꿀 수 없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고양이 얼굴을 한 딸이 부끄러워서 아기를 바꿔치기한 비정한 아버지. 결국 이 아버지의 죄로 돌아오는 고전 비극의 구조가 아주 깔끔하다.
당시 특수 촬영의 감성도 잘 살아 있다. 고양이 여자가 수술 중에 공중 부양을 하면서 의도적으로 약을 올리는 장면이 그러하다. 지금 생각해도 웃기는 장면이지만, 요괴나 귀신이 의학을 초월한 존재라는 점을 의식했던 것은 아닐까. 수술을 하는 장면은 아무리 봐도 지금의 오컬트 작품에서 보는 일종의 의식처럼 느껴진다.
고양이 여자의 수술 이후에 이어지는 흑마법과 같은 설정은 지금 봐도 섬뜩하다. 특히 욕조에서 얼굴이 망가지는 여자의 모습을 뒤틀린 앵글로 잡아내는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기술적 결함과 열악한 환경을 극복해낸 최고의 시퀀스로 볼 수 있다. 당시 기준에서는 아마 상당한 충격이었을 것이다.
이 영화의 원작을 만든 우메즈 카즈오 작가는 대표작인 '표류교실'이나 '고양이눈 소녀'처럼 반복되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인간과 동물이 뒤섞이거나 출생에 얽힌 저주, 가족과 같이 내부에서 시작되는 공포, 여성의 미모에 대한 집착 등등 이런 요소들은 정형미인에도 거의 그대로 들어와 있다.
'정형미인'은 지금 기준으로 보면 개연성이 많이 부족하지만, 한국 호러의 진화를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다. 특히 요즘처럼 필름 그레인을 입혀도 느껴지지 않을 거친 만듦새가 오히려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당시 충무로가 구현할 수 있는 호러와 요괴 영화의 상상력을 꽤 야심 차게 담아낸 작품이다.
한편 '정형미인'은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스트레인지 오마쥬 섹션에서 상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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