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FF] '나의 사적인 예술가' 우리도 모두 한때 '사적인 예술가'였다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초청…재능에 대한 갈망보다 빛나는 담담한 자기 객관화의 미학

사진=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사진=전주국제영화제 제공

70세를 바라보는 우체국 직원 색스버거(윌럼 더포)는 우연찮게 시를 좋아하는 예술가 무리를 만난다. 이 젊은 시인 지망생들은 색스버거가 한때 뉴욕에서 썼던 시를 공유하며 그를 문화계의 거장으로 추앙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색스버거가 천재였는지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어 보인다. 보헤미안에 몸담으면서 얼마나 자유로운 영혼을 품고 시를 썼는지 모르지만, 추종자들이 나타나면서 크게 흔들린 건 사실이다. 영화는 이때부터 예술가 집단에 대해 차가운 태도로 일관한다.

대중영화의 일반적인 결말은 색스버거가 한때 잊었던 감수성이 돌아와 시를 쓰면서 마무리되는 것이다. 재기와 명성을 되찾은 색스버거가 시인 지망생들에게 뜻하지 않은 위로와 공감을 전해주는 방식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할리우드식 문법이다. 영화는 이런 드라마틱한 전개를 코웃음치며 거부하는 쪽이다.

켄트 존스 감독은 19세기 빈 모더니즘의 대표 작가 아르투르 슈니츨러의 원작 소설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하되, 현실적인 고통과 따뜻한 일상을 함께 공유하고 있다. 젊은 시절의 열정이 사그라진 노인과 본인들의 아방가르드한 이미지를 치장하기 바쁜 시인 지망생들은 위선과 허영만이 보인다. 재능에 대한 색스버거의 진솔한 고백이 이어지면서 예술계의 허영에 대한 풍자로만 끝나지 않는다.

색스버거가 써 내려갔던 시는 젊은 시절의 감수성으로 '그저 좋아서' 분출했던 자연스러운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한 감수성이 이제 나이가 들어서 메말랐고 현재의 자신을 직시하는 것이 과연 나쁜 것일까. 억지로 쥐어짜 내지 않고 인정 욕구에 매달리지 않는 것이 진정한 어른의 태도일 수 있다.

영화는 이렇게 예술가의 삶이라는 허울 좋은 환상보다 묵묵히 견뎌내는 평범한 일상이 때로는 더 진실하고 단단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 면에서 색스버거의 태도는 절대 본인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 아닌, 삶에 대한 주도권을 되찾는 성숙한 수용으로 볼 수 있다.

작품이 아니라 콘셉트를 소비하는 시인 지망생들을 보면서 결국 예술은 타인의 인정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게 된다. 잠시 환상과 기만에 빠진 색스버거의 뒤늦은 고백이 그 어떤 어른보다 위대해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화 '나의 사적인 예술가(Late Fame)'는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JIFF) 개막작으로 초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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