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의 종말을 막기 위해 우주로 떠난 남자가 외계인과 소통하며 우정을 쌓는다.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SF 장르의 가장 오래되고 클래식한 모험담을 아주 정직하고 묵직하게 밀고 나가는 작품이다.
원작자 앤디 위어의 전작들을 사랑했던 하드 SF 팬들이라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세포 생물학부터 분자 구조 분석, 복잡한 언어 해독에 이르기까지 순수한 과학적 논리와 수식으로 난관을 돌파하던 원작 특유의 이른바 '너드스러운 감성'이 상당 부분 생략되었기 때문이다. 치열한 가설과 실험, 성공과 실패의 반복이 주는 카타르시스는 매끄러운 몽타주 기법으로 속도감 있게 요약된다.
영화는 지적 희열을 조금 덜어낸 자리에, 'E.T.(1982)'나 '인터스텔라(2014)'가 보여주었던 보편적인 '문과형 감성'을 채워 넣었다. 무한 긍정의 에너지를 뿜어내는 주인공 그레이스(라이언 고슬링)의 모습은 '캐스트 어웨이(2000)'의 톰 행크스를 연상시킨다. 무인도에 갇힌 척 놀랜드가 배구공에 '윌슨'이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지독한 고독을 견뎌냈듯, 그레이스 역시 외계인과 관계를 맺고 이름을 지어주며 거대한 우주적 고립감을 이겨낸다.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가 미지의 외계 생명체를 대하는 방식이다. 프랑스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타자의 윤리학'에 따르면, 진정한 윤리는 낯선 타자의 얼굴을 마주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영화 속 주인공은 미지의 존재를 섬멸해야 할 적이나 두려움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기꺼이 소통하고 연대하며, 우주적 규모의 딜레마를 협력과 연대라는 가장 인간적인 방식으로 풀어나간다.
이러한 연대의 과정은 '인류애'가 필요한 관객들의 감정선을 건드린다. 어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이른바 '우주판 럭키비키' 식의 낙관주의가 스크린을 지배하는 것이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과학에 대한 굳건한 신뢰를 밑바탕에 깔고 있으면서도, 결국 문명을 구원하는 궁극적인 열쇠는 지식이 아닌 '타자와의 연대'에 있음을 역설한다. 다소 익숙한 서사일지라도, 이 영화가 도달한 따뜻하고 통쾌한 결말에 기꺼이 박수를 보내게 되는 이유다.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18일 개봉하였으며 쿠키 영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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