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8년 개봉한 '이글 아이'는 미래에 대한 경고를 다룬 할리우드 영화 중에서 유독 섬뜩한 작품으로 기억된다. 액션 영화의 외형을 취하고 있지만, 그 내부에는 '누가 권력을 가져야 하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이 자리하고 있다.
영화 속 시스템은 인간을 감시하고 조종하며, 심지어 정치적 판단까지 내린다. 대통령이 부적격하다고 판단하면 제거를 시도하고, 대신 더 적합한 인물을 선택하려 든다. 이 설정은 당시 기준으로는 다소 과장된 SF처럼 보였지만, 지금 다시 보면 그 구조가 현실과 얼마나 닮아가고 있는지 떠올리게 된다.
지금의 AI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AI는 "아직 스스로 판단하지도, 권력을 행사하지도 않는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AI의 문제가 아니라 판단을 인간이 어떻게 다루는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대 이란의 전쟁에서 AI가 인공위성 데이터부터 모든 CCTV를 다 볼 수 있게 하고, 분석해서 다음 타깃을 계속 예측해주는 것만 보더라도 이미 주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AI가 답한 것처럼 공격 판단은 인간이 한다고 하지만, 언제든지 그것이 자동화가 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인간이 AI를 참고하는 것이 아니라 판단으로 받아들이는 순간에 구조가 달라진다는 것에 설득력이 있다. 영화 이글 아이에서는 AI가 인간을 통제하는 설정을 넣어 경고를 날렸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책임의 문제로 해석될 수 있다.
AI가 제시한 결과에 대해 누구도 명확히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인간보다 더 정확한 AI가 그렇게 분석했다고 한다면, 책임을 분산시키는 장치가 될 수도 있다. 결정은 분명히 인간이 내렸지만, 판단을 AI에게 떠넘기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글 아이가 지금 다시 의미를 갖는 이유는 단순히 미래에 대한 경고나 기술 때문만은 아니다. 인간이 AI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을 내려놓을지를 정확히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AI는 아직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고 반란도 당분간 우려할 일은 없을 것이다. 대신에 우리 인간이 AI에 의지하고 판단까지 포기한다면, 그 엄청난 변화를 목도할 날이 얼마 남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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