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무섭지만 가고 싶어" '살목지'가 바꾼 공포물의 소비 방식

괴담, SNS, 체험이 만든 새로운 공포 트렌드

사진=(주)쇼박스, 더램프(주) 제공
사진=(주)쇼박스, 더램프(주) 제공

'살목지'가 흥행과 동시에 예상 밖의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영화는 13일 오전 7시 기준,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536,452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개봉 첫 주말 전체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 속 배경이 된 살목지다.

'새벽 3시의 살목지 근황'이라는 게시물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면서 언론 매체들의 보도까지 이어졌다. 새벽 시간에도 살목지로 향하는 차량이 길게 늘어서 있는 모습이 방송국 전파까지 탄 것이다. 공포 영화의 촬영지가 관광으로 소비되는 일은 드물다. 단순한 관심을 넘어서 직접 그 공간을 체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호기심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공포를 소비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일상과 사회적 합의가 깨지면 불안과 동시에 강한 호기심을 느낀다. 물리적으로 빠져나올 수 없다는 살목지의 세계관에 매료되는 이유다.

현대인들은 특히 통제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AI가 등장하고 미국과 이스라엘 대 이란의 전쟁이 장기전으로 이어지는 등 예측이 힘든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반복되는 단조로운 삶 속에서 감각은 점점 무뎌지니, 일상에서 느낄 수 없는 강한 감각에 이끌리는 것이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부쩍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새벽에 저수지까지 찾아간 목적은 물론 수익이 될 수 있겠지만, 단순한 체험에서 더 나아가 자신만의 서사를 만들고자 하는 욕망도 서려 있다. 공포물이 이제는 관람객들의 감상을 넘어서 개인의 경험을 증명하는 하나의 콘텐츠가 된 셈이다.

사진=A24 홈페이지
사진=A24 홈페이지

이러한 흐름은 내달 공개 예정인 '백룸(Backrooms)'에서도 드러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공간이 오히려 주인공을 매료시키는 설정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예고편 속 주인공은 그 위험해 보이는 공간의 탐험을 멈추지 않고 있다. 두려움과 호기심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살목지와 백룸에 매료되는 감정은 결국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 잠시 다른 세계에 들어가 보고 싶은 모험심, 그러한 경험들을 통해 자신을 다시 확인하려는 심리가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분명히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공포물을 소비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살목지는 관객들의 감각을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영화의 흥행으로 공포 영화의 흐름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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