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해석 논쟁이 정치권 공방을 넘어 배우와 평론가, 역사 콘텐츠 제작자 등을 향한 비난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제작진에 대한 경찰 고발과 함께 이른바 '중국 자본 유입설'까지 제기됐다가 제작사가 이를 공식 부인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에 한국영화제작가협회가 창작자 개인에 대한 과도한 공격과 확인되지 않은 정보 확산에 우려를 표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지난 1일 영화 '암살자(들)'에 관한 입장문을 내고 "영화와 문화예술 작품에 대한 다양한 평가와 비판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것은 자연스럽고 필요한 과정"이라면서도 "제작 과정이나 참여 창작자와 관련해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확산되거나, 작품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제작사와 감독, 배우, 스태프 등 개별 창작자에게 과도한 비난이 이어지는 상황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한다"라고 밝혔다.
논란의 출발점은 영화가 1974년 8월 15일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삼으면서 당시 공식적으로 알려진 사건 경과와 다른 가능성을 극적 설정으로 제시했다는 데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당시 문세광이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권총을 발사했고, 육영수 여사가 총탄에 맞아 사망했다. 국가기록원 역시 해당 사건을 '재일교포 문세광에 의한 박정희 대통령 저격미수 사건'으로 설명하고 있다.
'암살자(들)'은 이 사건을 바탕으로 사건의 배후와 당시 밝혀지지 않은 의혹을 추적하는 미스터리 형식으로 꾸몄다. 영화 속에서는 제3의 공범 가능성과 권력기관 개입 가능성 등이 가설로 제시된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등 일부 정치권에서는 영화가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제작진은 이에 대해 영화가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확정하거나 기존 사실을 부정·왜곡하기 위해 제작된 것이 아니라고 반박한 바 있다. 제작진은 공개된 기록과 자료, 서적, 다큐멘터리 등을 바탕으로 실제 사건과 인물을 모티브로 삼되 가상의 인물과 상황을 결합한 극영화라고 설명했다. 또한 영화 속 가설과 극적 설정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한 것이 아니며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두고 제작한 작품도 아니라고 밝혔다.
여기에 ‘중국 자본 유입설’까지 온라인과 일부 매체를 통해 확산됐다. 하이브미디어코프는 지난달 29일 공식 입장을 내고 "당사 및 영화 '암살자(들)'의 제작과 투자 과정에 중국 자본이 유입된 사실은 전혀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국내 제작진과 창작자들의 주도 아래 국내 자본으로 독립적으로 기획·제작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논란은 영화에 직접 참여한 배우들에게도 번졌다. 배우 이민호의 SNS에 비난 댓글이 달렸고, 유해진이 모델로 출연한 버거킹 광고 영상 역시 영화 출연을 문제 삼는 댓글이 이어지면서 댓글 기능이 중지됐다. 영화에 추천사를 남긴 배우 이영애 역시 악성 댓글의 대상이 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현재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은 별개의 문제가 뒤섞여 있는 상황이다. 역사적 사건을 어떻게 재현했는지에 대한 비판과 역사적 해석의 문제는 작품에 대한 논쟁의 영역이다. 반면 제작 과정과 투자에 관한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확산하거나, 영화에 출연했다는 이유만으로 배우 개인의 SNS와 광고 등 영화 외부 영역까지 비난을 확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역시 이 지점을 명확히 구분했다. 협회는 입장문에서 "실제 사건이나 역사적 소재를 다루는 극영화 역시 관련 기록과 자료를 바탕으로 하면서, 극적 구성과 영화적 상상력이 결합되어 만들어진다"라며 작품의 표현과 해석에 대한 평가는 작품 자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입장문이 특정한 역사적 해석이나 사회적 주장에 대한 판단 또는 어느 한쪽의 지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작품에 대한 비판과 평가가 사실에 근거해 이루어지고, 제작사와 감독, 배우, 스태프 등 영화 제작에 참여한 모든 구성원의 창작 활동 역시 존중받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적 해석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 다만 영화에 대한 비판은 작품을 대상으로 자유롭게 제기할 수 있지만,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사실처럼 유통하거나 작품 참여자 개인에 대한 공격으로 논쟁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별도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 이번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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